그때 난 막 고딩이 된 파릇파릇 한 학생이었는데 어느날 시민운동 하시던 외삼촌이 나에게 누군지 말해주지는 않고 그저 아는 사람한테 서류를 하나 전해받았는데 나 보고 해석 좀 해달라고 하심. 그 당시 보통 어른들은 영어를 잘 모르셔서 그런지 고딩 정도면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 하신듯. 내가 받아 들고 해석한 내용이 원문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데 내용은 딱 이거였음.
'대사관에서 알림. 개전발표가 있으면 징확히 4시간 후에 너를 데려갈 비행기가 XX공항에서 출발할 거임. 언제든 통보가 가능하도록 연락을 취한 수 있는곳에 대기바람'
이 해석을 접한 외삼촌의 낯빛이 흙빛이 되었음. 나중에 알고봤더니 시민운동하시며 알게된 미국인 기자가 자기가 받은 문서를 몰래 전달해 준 것이었다고...
철모르는 나는 수고했다고 하는 외삼촌의 칭찬에 그냥 신이 났을 뿐. 다만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말은 지금도 생생함.
좀 커서 왜하필 개전 후 4시간 이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아마도 꽤 후방이라서 시간의 여유가 있었던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