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올라온 연게글,
서른 넘은 학원 선생님이 고1,2 제자에게 연심을 느끼고 고백받아서 어떡해야할지 고민하는 글,
후기가 더 가관이었죠.
그런데 댓글에 종종, 좋아하는 마음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좋아하는 마음에 충실해라.. 이런 논조가 보이길래 제 고등학교 시절 말씀 드리고파서 글을 새로 팝니다.
저희는 남녀공학이었는데 반은 남녀반으로 나뉘어져 있었어요. 제가 고2때 담임 선생님은 여자였고 나이는 26살 정도 먹었었는데, 이 선생님이 외모가 예쁘신데 남자처럼 하고 다녔었어요. 숏컷에, 남자같은 말투와 행동? 엄청 멋있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죠 그당시 저희 눈에
반 애들이 다 좋아했었던 걸로 압니다. 성격도 시원시원하시고 외모도 예쁘.. 잘생기고, 중성적인 매력.
근데 새학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같이 독서실 다니던 반장 친구가 선생님 얘기를 주구장창 하더라구요. 마치 좋아하는 이성 생기면 눈 반짝반짝 빛내며 계속 그사람 얘기하고 싶어하고 맥락 상관없이 그사람 주제로 계속 꺼내잖아요..
어릴때지만 저도 중성적인 반친구나 지금의 담임 선생님께 설렌적도 있고해서, 이 친구도 지금 담임한테 끌리는구나라고 짐작 하고 있었는데요
실제로 저한테 털어놓기도 했어요.
"사실 나 담임 선생님이 좋아."
"응, 나도 좋아."
"... 난 근데 선생님으로서 좋은 게 아니야."
라고요.
그 후에는 어찌저찌하다 그 친구랑 멀어져서 어떻게 됐는지 직접 듣진 못했어요.
다만 반장 친구의 절친이 애들한테 말하고 다녀서 알게됐죠.
담임 선생님이랑 반장 친구랑 사귄다고요.
차 안에서 키스했다는 둥 스킨쉽 진도 얘기도 나오더니
반장 부모님이 둘의 사이를 알게돼서, 절대 다시 만나지 마라 다시 만나면 교육청에 찌르겠다 라고 해서 일단 마무리하는 척 한 것 까지요.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그때 담임은 여자였고요 저희도 여자였어요. 저희는 열여덟살이었죠.
동성애도 사랑이니까 괜찮죠. 사제지간이어도 좋아하면 괜찮다는 분들은 이런 관계도 이해해주실 수 있나요?
대학 가고나서 틈틈히 듣기론, 반장 친구는 그 후로 남자친구들 잘 사귀며 지낸다고 들었어요.
둘의 사이가 실제로 얼마나 지속되다가 끝났는지는 모르겠지만요(부모님 몰래몰래 더 만났다고 하던데)
제 상식 선에서는... 담임은 어른이고 교육자이잖아요. 어린 여자애들이 담임의 어떤 부분에 설레여하고 동경하는지 본인이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그 선에서 넘어오면 컷해줄 수 있어야지 정신줄 놓고 자기 반 학생이랑, 그것도 동성이랑 사귀고 연애질하고 그럼 어떡하나요.
제가 부모면 쫓아가서 난리피웠어요. 애 가르치라고 맡겼더니 연애상대로 보냐며 교육자 그만두라고 할거같아요.
그만큼 그 나이대 시절은 자기가 다 크고 성숙한 줄 알지만 절대 아닌거 우리가 다 알지 않나요. 우리도 다 지나왔으니까, 그 때 마음과 기분은 한때고 철없고 다만 순수하다는 것, 그 마음을 받아줘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건 어린 친구의 미성숙함에 자기 욕심만 생각하는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저도 그 시절 담임이 작정하고 꼬시려고 했다면 넘어갔을 겁니다. 사귀고, 키스하고, 울고불고 헤어질 수 없다며 집착하고 그랬겠죠. 그 반장 친구처럼요.
제가 그런 미성숙한 어른에게 걸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요.
덧.
그 여자 담임은 결혼한 유부녀였음. 우리 대학생 때 임신해서 출산함. (여자를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미스테리. 정략결혼아니냐 라는 얘기도 나오고 양성애자 얘기도 나오고 그랬습니다)
덧2.
그 여자 담임은 반마다 예쁜 여자애들 한두명씩 어장관리를 하고 있었음
덧3.
그 여자 담임이 대학생때까지 몇년 간 친하게 지내던 다른 여학생에게 밤에 카톡으로 '너에게 난 선생님 그 이상 그 이하는 안되겠지...?' 라고 보내며 떠봄
덧4.
동성애를 매도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란 직업윤리와, 성인이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가져야할 태도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위에 나오는 담임 선생님은 정말..절레절레
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