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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의 "마시정" - 오오스트리아, 체코의 빵과 디저트의 기억들
게시물ID : cook_1876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마시마
추천 : 13
조회수 : 120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9/09 09: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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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한 사람의 시간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고 떠나는데, 나로 말하자면 역시 "마시정"이 그런 여행의 기억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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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빵과 과자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성지인 국가가 있다면 바로 오오스트리아일 것이다 - 어디를 둘러봐도 독일 대륙식 디저트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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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도 아닌, 맥도날드에서도 이런 디저트와 음료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오오스트리아라는 동네다 - 비엔나 중앙역 2층의 맥도날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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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우-럽에 맹위를 떨쳤던 오오스트리아 왕가의 쇤부른 궁전 꼭대기 전망대에서도 디저트는 당연하다 'ㅅ' 여긴 좀 더 정통식 디저트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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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황녀, 씨씨(Sissi)가 가장 좋아했다는 제비꽃 사탕을 얹은 초쿄 코팅의 구겔호프 - 오오스트리아 현지 발음은 "구글홒으"에 가깝다 

여행이라고는 그토록 싫어했던 내가 이국의 향수를 그리워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노라면 살아가니, 올해에는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물리적, 심리적인 고난으로 더는 잊기 전에 인류의 "최고 잉여"인 디저트로 작년을 기억하는 게시글. 작년에는 상당히 멀리 떠났다. 오오스트리아의 수도와 음악의 도시라던 짤츠부르크를 돌고 돌다,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를 거쳐 공기만 마셔도 자유롭던 프라하에 머물며 보낸 그 시간들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기억이다. 같은 지구상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이 지금도 아마 숨을 쉬며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가 저물고 있을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다 

떠나기 전에 대충 알아보고 온 것이 후회되는 영역은 역시 이번 게시물의 주제인 디저트, 빵과 과자의 기억이다. 심심하면 빵이나 과자를 굽던 과거의 일상과 력-사학이라는 전공에 못미치는 미천한 지식은 오오스트리아가 과거에도, 지금도 가장 발달한 카페 문화와 베이커리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배우지 못한 채 오오스트리아에 발을 내딛었다. 주식이 되는 둥글고 딱딱한 롤빵은 개당 수백원(!)에 어디든 데굴데굴 굴러다녔고, 지하철에는 항상 베이커리에서 빵과 과자가 익고, 커피는 따뜻하게 잔을 채우고 있었다. 위 사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심지어 오오스트리아는 맥카페와 같은 장소조차 카페로서의 격식은 기본으로 갖췄다. 물론 관광지의 경우, 특히 궁전의 오래된 카페는 왕가의 마지막을 위로하는 듯한 근현대적 풍광에 맞춘 인테리어에, 친절해서 미안할 지경인 종업원들의 물음과 미소가 오고 갔다

여유로운 대륙의 시간에서도 "가장 빠른 발걸음"을 가진 이들은 항상 메뉴판과 물 한잔씩을 두고 떠났다가 5분, 아니면 10분 뒤에 돌아왔고, 앉자마자 1분 30초 이내에 메뉴를 정하던 우리나라에서의 버릇도 그곳에서는 그만큼의 속도에 맞춰 느리게 흘러갔다. 뭐, 지금은 1년이 지났으니 도로아미타불이지만.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카페라고 간판이 붙은 곳에 들어서면 항상 오오스트리아의 카페가 생각난다. 종업원이 친절하게 다가와 웃음과 함께 물 한잔과 메뉴, 그리고 5분이 아니면 10분의 여유를 선사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선 아마도 저기 신라호텔 1층의 최고급 카페 말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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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의 기억도 참으로 좋았지만, 짤쯔부르크에서의 기억 역시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 그곳에는 200년 정도 자리를 지킨 빵집이 있었으니까 

역시 알지도 못하고 갔는데, 지나가던 길에 물레방아가 흐르고 있어 귀퉁이를 들어갔다가 발견한 짤쯔부르크의 빵집. 여전히 물레방아가 방아를 돌린다는 설명이 붙은 문간 옆에, 하루 두 번 굽는다는 그날의 빵이 이제 막 마지막 플레이트에서 구운 자국만 남기고 사라져가던 그 순간 나는 마지막 빵을 먹어볼 수 있었다. 누가 그랬더라, 아마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봤으면 범죄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새하얀 밀가루 반죽에 건포도를 품은 빵은 확실히 먹어본 적이 없는 그런 음식이었다. 이 건포도 빵은 사진으로 보기엔 일견 우리가 흔히 먹는 일본 출신 "단과자빵"의 변형으로 보이지만, 일본을 거쳐 제빵이 들어온데다가 독일식 대륙 제과 제빵과는 인연이 먼 우리나라의 그런 빵은 아니었다. 지금쯤이면 또 그 희안달큰한 냄새가 짤쯔부르크의 물레방아의 소리를 박자로 피어나며 식욕을 연주하고 있겠지. 참으로 이상한 그리움이다. 내가 나지 않은 곳, 내가 살지 않은 곳에 대한 향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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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체코에서의 기억도 각별했다 'ㅅ' 이곳은 현재 분명한 "공화국"이지만, 여전히 냉전 시대의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연방도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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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무스 케이키"를 생각하고 주문했던 산열매 케이키는 말그대로 "젤리(jelly)" 케이크였다 - 그 쫀득이 말고, 팩틴으로 굳힌 젤리였다 

물론 체코 공화국에서의 기억, 특히 디저트의 기억 또한 지금까지도 각별하다. 학창 시절 두꺼운 전공 서적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아니면 전간기를 배경을 하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20세기 초중반의 오래된 아케이드가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 속에는 우리나라의 예전 "다방"과 같은 중후한 인테리어가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진 카페가 여지없이 역사를 살아갔고, 플라스틱 빨대를 제외한다면 메뉴판이나 낡은 대리석 테이블이나 애잔한 체코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뜨거운 우유를 넣은 커피는 손잡이 하나 없는 투명한 유리잔에 가득 채워 나오고, 진짜 찻잎을 우려내 미세한 홍차 가루가 떠돌던 아이스 티는 시트르산 향기가 가득 채워진 유리병에 담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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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발을 들이면 계속 간다던 프라하의 "팔라듐" 백화점 꼭대기의 디저트 
- 위쪽의 "꿀 케이키"는 계속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는데, 알고보니 소련 디저트였다 

분명 공화국이지만 사회주의의 향기가 남아있다면, 그것은 아마 짙게 남은 소련의 발자취일 것이다. 꿀 케이크라고 해서 반신반의하고 사먹었던 디저트는 정말로 크림과 꿀이, 부드러운 초콜릿 시트로 겹겹이 장벽을 이루고 있었고 나는 빠져나올 길을 잊어버렸지만... 나중에 귀국해서 찾아보니 이건 본래 러시아/소련의 전통적인 디저트란다. 하긴, 내가 방문했던 시점에도 프라하에는 딱 봐도 루쓰끼와 루쓰까야(민족으로서의 러시아 남/녀)인 사람들이 거리에 흔했고, 심지어 뿌찐 대통령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던 러시아인도 가끔 보였으니 그렇게 러시아가 좋으면 ㅇㅅㅇ 왜 체코까지 관광을 와서 시각 테러를 일삼는지 냉전은 끝났어도 여전히 곳곳에서 그 흔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추신. 덩치가 크고 더러운 인상이면 사나운 루쓰끼 이쥑을 몇 단어 알아가면 좋다(?). 체코어로 누가 들어도 욕같은 말을 지껄이면, 예컨대 카페에서 커피값이 너무 비싸서 그냥 일어났다고 욕설을 퍼붓는 현지인을 타국어로 무섭게 만들어줄 수 있다 급친절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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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모르고 사먹은 체코 전통빵인데, 팔라듐 지하 1층의 식품관에서 판매한다 - 개당 600원의 큼직한 전통빵이 종류별로 가득 차있다 

당연하지만 체코에서 체코 전통빵을 팔지 않을리가 없다. 최상층의 카페에서는 체코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이국적인 과자를 팔지만, 지하 식품관으로 내려가면 전통빵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돌아와 찾아보았지만 이름을 알 수 없었던 네모난 체코의 전통빵은, 결국 쌩뚱맞게도 게임 <월드 오브 탱크>에 체코 전차와 승무원이 추가되면서 알 수 있었다. 게임 내 체코 승무원 아이템 중에 "부흐띠"라는 네모난 빵이 있는데, 내가 먹었던 네모난 빵이 바로 이것이었다 앙, 부흐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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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행은 정말 행운에 행운이 겹친 게 분명했다 - 하필이면 귀국 이틀 전, 우연히 방문한 관광지에서 "프랑스 문화 대축제"가 한창이었다 

아마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면 꼭 마을 이루고 모여 사는 민족을 만날 수 있는데, 두 종류다. 하나는 중국인, 다른 하나는 프랑스인. 우리 동네에도 유명한 프랑스인 마을(서래마을)이 있는 것과 같이, 체코의 프라하에도 수도 아니랄까봐 프랑스인들만 모여 사는 곳이 있고, 우리나라의 프랑스인들이 가장 예술적으로 명성이 장소를 찾아 프랑스 문화 축제를 벌이는 것처럼 체코의 미술관 밀집 지역에서도 프랑스인들은 문화 축제를 열고 있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프랑스 전통 타트(타르트)를 맛볼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랑스 타트 삼위일체(아망드 타트, 프로마쥬 타트, 쇼콜라 타트)를 체코에서, 그것도 프랑스인들이 직접 만든 타트로 완성하다니 =3

쇼콜라 타트에는 약간의 문지른 꽃이 올라가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꽃이었을까? 낭만적이지 않은 나에게 그 향기는 기억은 나지만 영원히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서래마을에 계신 프랑스 친구 여러분들도 이런 걸 만들어주면 지금 당장 프랑스어 문화원에서 명예 프랑스인이라고 자청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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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타트만 살 수는 없는 법 - 디저트인 타트에는 주요리인 끼쒸가 따라오지 않으면 섭섭한 게 프랑스인들이다. 너무나 고마웠던 체코의 프랑스인들! 

그렇게 독일 대륙식 빵과 과자에서, 중유럽과 동유럽,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뒤섞인 곳에서 나는 라틴 서유럽을 맛보고 귀국했다. 또 언제 나는 그 먼곳으로 떠날 수 있을까. 오늘도 비엔나의 지하철 플랫폼에서는 따뜻한 롤빵 냄새가 피어나고, 프라하의 팔라듐 꼭대기는 9시가 넘도록 분주한 달콤함이 오고 갈텐데. 내가 나를 그리워할 줄은 나도 꿈에도 몰랐던 기억의 맛이다 

추신2. 혹여나 독일권, 또는 체코로 여름에 여행을 갈 예정이라면 각오(?)를 단단히 해둘 필요가 있는데, 유우-럽 사람들은 절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얼음 넣은 미국식 커피)" 같은 건 자기들 전통 카페에서 팔지 않는다. 오죽하면 현지인 카페 종업원에게도 물어봤는데, 자기도 자주 마시고 카페에서 일하는데도 팔지 않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단다. 굳이 마시려면 드물게 보이는 스타벅스를 가거나, 아니면 얼음과 냉수, 그리고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주문해야한다 이렇게 주문한 다음 팁을 평균으로 건내주면 시무룩행 고속열차를 타는 종업원을 볼 수 있다 8ㅅ8 수고한만큼 팁을 많이 주자 한편 "아이스 카페(Eis Kaffee)"라는 걸 독일권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절대로 속지 말자. 독일어로 "아이스"는 얼음이 아니라 유지방이 듬뿍 들어간 진짜 "아이스크림"이다. 얼음이 가득찬 커피를 기대하고 주문하면 펄펄 끓은 커피 위에 동동 떠다니는 바닐라빈이 가득한 아이스크림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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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에 쓴 글인데, 자랑 겸 팁으로 한 번 올려봅니당 ^ㅅ^/ 오스트리아 가면 꼭 카페 사냥하세요~
출처 작성자 블로그 http://biozzang2002.blog.me/220808519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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