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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죽는다는 건 모르겠어요.
그냥 불빛이 깜박이더니 몸이 붕 떴어요.
음...잠깐 아팠나?
눈을 감았다 뜨니 아무것도 없는 곳에 홀로 있던거 같거든요.
분명히 누가 나를 만져주고 사랑해준 거같은데 발걸음은 이미 저기 너머에 다리를 건넜어요.
거기에 친구들도 많더라구요.
누구네 집 해피, 누구네 집 야옹이, 누구네 집 향이.....
나같이 야옹 하는 친구들도 있고, 멍멍 하던 친구도 있었어요.
작아서 조심조심 지나가야했던 햄스터 친구들, 가시가 조금...아주 조금 무서웠던 고슴도치 친구들도....
굉장히 여러 친구들이 있는데 다들..다들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더라구요.
다들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대요.
나는 우리 할머니도 생각나고, 왠지 날 좋아해주던 언니도 생각났어요.
우리가 행복했던 기억들을 서로에게 자랑하면서 자기 가족들 얼굴 보여준다고....
근데 너무 빨리 보게 되는 건 싫다고 그냥 보고싶다. 보고싶다. 이러고 있더라구요.
나도 보고싶어요..
나도 우리 할머니가 나비야~하면서 밥주고 만져주던게 그립고, 언니가 할머니한테 할머니~오늘도 실례하겠습니다~ 하면서 알록달록했던 쥐 장난감이나 닭가슴살을 가지고 와서 놀리다가 내가 화내면 장난스레 웃던것도 그리워요.
으응....맛있었는데...언니가 주는거라 더 맛있었는지도 몰라요.
언니는 잘있을까요?
그냥 스쳐지나간 고양이친구라고 생각할까요?
근데 나만 생각하느라 울거나 하지 말아요.
나는 내가슴속에 영원한 가족을 얻었고, 언니도 영원한 가족을 얻었으니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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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는 아니지만 거의 4년간 마음주고 정주고 놀아주었던 마당 고양이가 새벽에 외출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즉사를 했어요.
그냥 동네할머니였을 뿐이었던 나비네 할머니는 저에게도 우리 할머니가 되었고, 할머니가 우시면서 제가 출근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우리 나비 어쩌냐고 하시면서 오셨던 기억이 나요.
그냥 멍했어요.
마당냥이. 그냥 주택에 풀어두고 물이랑 사료, 자는 곳만 주면서 사랑을 주셨던 할머니, 3년 동안 괜히 기웃거리면서 눈도장 찍다가 고양이 나비로 인해 주택 마당 한켠을 차지 하고 할머니 말동무도 하고 고양이도 실컷 만지고 좋아좋아 하던 생각이 들었어요.
마냥 좋다고만 생각했고, '내' 고양이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알러지때문에 '내'고양이 나비는 아니었지만..
'우리' 고양이 였어요....
흰색 터럭이 아름다웠던 우리 고양이 나비..
언니도 기억할까요?
내가 많이 좋아했는데 할머니만 보고 싶어하면 속상할거 같아요.
나비야. 내가 너의 진짜 가족은 아니었지만 나는 네 언니가 하고 싶어.
사랑해 나비야. 보고싶어. 흰색 고운 털도 다시 만지고싶고, 안고 싶어.
무릎에 올라와서 쥐가 나도 못움직였던 거처럼
다시 한번 내 무릎에서 그루밍도 하고 졸기도 해줘.
언니가 조금 덜 슬퍼질 때 네가 좋아했던 간식 가지고 네가 소풍 떠나던 곳 들를게.
또, 같이 놀자.
하얘서 하얀이!! 라고 오유에 제가 사진이랑 글 썼던게 있어서 거기서 사진도 한장 가지고 왔어요.
하얀아 하얀아 불렀는데 나비였네요 이름이..ㅎㅎ..나비나비...소풍 가서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고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