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책상 위에서 자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면 놀라잖아. 그리고 덕분에 나 코에 맞았다고.” 희고 긴 머리에 붉은 색을 가진, 그렇지만 무엇보다 고2답지 않게 작아서 귀엽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귀여운 이리야가 있었다. “하아… 하아… 요즘 많이 피곤한 것 같네.” 자고 일어난 사람 답지 않게 나는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전 시간에 체육시간도 아닌데 그렇단 것은 그러고보니 방금전에 꾼 꿈이 생각났다. 그 내용은 “히류 자면서 ‘안돼, 안돼’ 같은 소리를 계속 했었어.” “괜히 말해봤자 우리 둘 다 기분 안좋아져.” 갑자기 이리야가 의자에 앉아있는 내 몸을 잡더니 뒤로 밀기 시작했다. 괜히 이러다가 서로 다칠 수 있다. 그냥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는 타이밍은 이미 충분히 뒤로 쓰러질 때였었고, 순식간에 나하고 이리야 둘다 넘어졌었다. 다행히 선생님이 들어오면서 일단 무야무야하게 끝난 것 같다. “자, 내일은 공휴일이고 모레는 토요일이죠? 간만에 하루 더 쉴 수 있어서 좋긴 하겠지만… 여러분들은 이제 고2죠? 바깥경치도 보는 것도 좋지만 대학교는 어디에 가야하는지 확실히 정해야겠죠?” “그런 것은 아직 저희들한테는 이르단 말예요~” “아무튼! 다들 학생이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고 종례는 이만 마칠게요.” “아 그리고, 오늘 청소당번은 비류하고 이리야니까 잘 하고~” “어디까지 진행할거야? 말걸기? 손잡기? 진심으로 키스하기? 아니면…” “우리한테 신경쓰지 말고 빨리 돌아가기나 해!” 정말이지, 같은 반 애들이라곤 하지만 떡밥을 함부로 주면 안된다. 평소에도 개판인 교실이지만, 휴일 전날의 교실 상태는… 최악이다. 겨우 청소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저녁시간이 머지 않았다. “그래도 남들 앞에서 키스를 하면 부끄럽잖아!” 참고로 이리야하고 나는 비밀리에 연애를 하고 있다. 비밀리라고 하지만 사실 반은 물론이고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알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리야는 계속 비밀연애를 하고싶어하니 사람들이 있을 때는 평범한 친구처럼 보내고 있다. 저렇게 계속 조르는데 아무래도 주말 지나서도 계속 조를 것 같다. “손으로 심장을 뽑고 그것을 부서뜨리고 몸을 밟고.” “그리고 나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고.” 그녀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역시 이런 얘기는 하면 안됐던 것 같다. 자세히 보니 떨고 있었다. …무서워하는 건가? “잠깐만 이렇게 있어봐바. 그러면 괜찮아질거야.” “히류 잘못이라고! 히류가 그런 얘기를 해서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이렇게 될까봐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그리고 울음이 겨우 그친 것은 십분 넘게 지나서였었다. “그냥, 너하고 이렇게 얘기하는게 재미있어서.”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이렇게 둘이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재미있어진다. “아직 초봄인데? 더울려면 아직 멀은 것 같은데…” “교복 때문에 그런가… 문이나 좀 열어야겠네.” 그녀는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람이 들어오면서 벚꽃잎도 같이 들어왔다. 찬바람이 들어오면서 뜨거웠던(?) 분위기는 어느덧 식어져갔다. “가봤자 뭐하겠어. 사람들 보고 벚꽃 보고 밥먹고 밖에 뭐하겠어?” 아무래도 주말에도 또 휘둘려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녀의 머리에 벚꽃잎이 묻어졌다. 나는 그것을 손으로 떼면서 “갑자기! 그러면! 내가! 어떻게! 되는데!” “왜 그런데. 커플이면 키스하는 것은 당연하잖아?” 그녀의 옷을 배까지 올리고 그대로 간지럽혔다. 그렇게 확답을 받은 후에야 나는 간지럽히는 것을 멈췄다. -기상 기상 기상, 전 생활관원들은 일어나서 아침 점호 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아침점호는 실외, 실외 점호입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뀐 나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밖에 나갔다가 들어왔다. 그리고 무슨 상황인지 알았을 때는 멘붕할 수 밖에 없다. 그녀를 다시한번 보고싶다.
꽤 오래전에 꿨던 꿈인데 아직도 기억나네요. 뭐 지금은 대사가 20%정도 기억이 안 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