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약 두 달 전....
우연히 미쿡 아마존에서 엑스파일 블루레이를 데일리 특가에 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순전히 갑자기 들이닥친 (그나마 요샌 돈이 없어 잘 영접하지 못했던) 그분 때문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클릭질을 지르게 됐고...
그게 바로 재앙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물론 특가래도 후달리는 가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전세계에서 현재까지 출시된 엑스파일 블루레이는 한국어 더빙이나 한글 자막이 있는 판본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영알못인 전 뭔가 엄청난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물론 클릭질 하기 전에도 각오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엄청난 일이 생길 줄이야....
대용량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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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 1.01 MB
어쨌든 몇 주 후에 내 손에 들어온 엑스파일은 예상보다 더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_-*)
고맙게도 이벤트 시즌인 시즌10까지 포함, 총 57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블루레이 디스크가 들어있었습니다. -_-;
이 디스크를 그대로 감상할 능력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왜 어릴 때 영어 공부를 게을리 했던가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이미 늦었고 제 계획은 이랬습니다.
7시즌까지 국내에 출시된 DVD에서 한국어 더빙을 추출해 블루레이에 합치고 8시즌 이후부턴 할 수 없이 한글 자막을 추가한다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계획이었죠.
이게 왜 7시즌까지밖에 DVD가 안 나왔냐고 하면, 초창기 잘 나가던 DVD 사업이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인해 직배사들이 반도에서 철수를 했고 폭스가 철수하던 시점이 엑스파일 시즌8 DVD가 나오기 딱 전이었던 것이었단 말입니다.
뭐, 다운로더들 때문에 비싼 돈 주고 사던 애꿎은 정품 사용자들만 피해를 본 상황인데 뭐 지난 얘기는 이쯤 하도록 하고...
참고로 7시즌까지 들어간 한국어 더빙은 TV 방영판 그대로 들어간 게 아니라 제법 손을 본 것입니다.
TV 방영 당시 삭제된 장면도 있고 잘못 번역된 부분도 있고....
암튼 이제 한국어 더빙을 출가시켜 다른 애인 품에 넣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아래 설명하는 방법은 제가 이것저것 해보면서 작업한 방법이고 전문가들은 더 편하게 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우선 화면 캡처는 못했지만 57장의 블루레이에서 본편 동영상 파일을 하드 디스크로 복사합니다.
새로 산 2TB 하드디스크를 외장으로 연결하고 블루레이에서 복사를 하는데 수많은 동영상 파일에서 어떻게 본편 파일을 찾냐?
간단하게 정렬을 파일크기 순으로 하면 용량이 10테라 정도 되는 파일이 서너개 보입니다.
이 파일이 본편이므로 이걸 복사하면 되는데 그전에 물론 블루레이 락 해제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틈틈히 복사하는 데만 몇 주 소요.
벌써 지칩니다.
그 다음 DVD에 있는 동영상에서 한국어 더빙을 추출할 차례.
그러기 위해 리핑이 필요합니다.
리핑 방법을 몰라 인터넷 검색 후 Icepine Free DVD to AVI Converter라는 프로그램 설치 (무료)
근데 참 DVD 리핑이 이렇게 쉬웠다니...
아, 리핑시 오디오 트랙에 Korean을 선택해야 합니다.
리핑이 끝나면 avi 파일이 만들어지고 이제 여기에서 다시 한국어 더빙을 mp3 파일로 추출.
다음 팟 인코더를 실행한 후 리핑된 avi 파일을 추가. 인코딩 옵션에 "오디오 추출용"을 선택, 파일 형식은 "MP3" 선택.
"인코딩 시작" 클릭!
몇 분 후에 mp3 파일이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성공.
당연히 지금 말하는 작업들을 에피소드 수만큼 해야 합니다. -_-
무작위로 돼있는 파일명을 순서대로 맞추고 추출한 mp3 파일도 복사.
블루레이 안에 있는 동영상 파일명은 다섯 개의 숫자로 되어 있고 보통 이 숫자 순서대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게 맞지만 엑스파일은 가끔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아서 순서를 찾는 데 좀 헤맸습니다.
그 다음 tsMuxer라는 먹싱 프로그램(무료)를 실행하여 동영상 파일과 음성 파일을 추가.
2TB 하드를 썼더니 용량이 아슬아슬해서 용량 확보차 나머지 음성, 자막 데이터는 다 지웠습니다.
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동영상과 더빙의 시작이 다른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럴 경우 먹싱된 파일을 확인해서 차이가 나는 시간만큼 딜레이 지정 (위 화면 가운데 부분)해서 다시 먹싱합니다.
"Start Muxing" 버튼을 눌러 먹싱 시작.
먹싱시 간혹 에러가 나서 등골이 서늘하게 만들었었는데 이럴 경우 mp3 파일 재추출하고 추출시 옵션에서 VCR이던가 암튼 고정 방식(?)으로 선택한 후 추출해서 먹싱하니 해결되었습니다.
45분짜리 동영상 하나 먹싱하는데 제 PC로 3분에서 5분 소요.
참고로 제 PC는 부팅 후 한 20분 정도 지나야 좀 진정이 되는 구닥다리 PC입니다.
최근 사양이라면 한 1분 정도면 될듯...
자, 먹싱이 끝나면 우리의 멀더와 스컬리가 과연 한국말을 지껄이는지 확인.
위에서 말했듯이 시작 싱크가 다르다면 얼마나 차이나는지 확인 후 설정 변경 후 재 먹싱.
이렇게 시즌3까지 끝내고 시즌4를 작업하려는데...
세상만사 사람 뜻대로 되는 게 없다고 이전부터 들었던 불길한 예감이 뭐였나 불안해하던 순간...
그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정말 미스테리하게도 시즌4부터 음성 씽크가 안 맞는 겁니다.
처음 한동안은 주사율(FPR)이 달라서 그런가 했는데 암만 봐도 둘다 23.976프레임.
(보통 DVD에선 24프레임, 블루레이에선 23.976프레임을 쓰는 경우가 많아 블루레이를 DVD용 자막으로 보게 되면 조금씩 씽크가 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며칠 동안 헤매다 원인을 알게 되었는데...
미드를 보면 중간중간 페이드 아웃, 페이드 인 되는 장면 (쉽게 말해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 화면이 어두워졌다 몇 초 후 밝아지는 효과)들이 들어갑니다.
문제는 헐리우드에서 TV 시리즈를 블루레이로 만들 때 자주 발생하는 현상인데 이 페이드 아웃, 페이드 인 효과를 TV에서 했던 것보다 더 길게 넣는다는 겁니다.
예전에도 저스티스 리그 시즌3 애니가 그래서 일일이 해당 위치 찾아 자막 씽크 맞추는 개노가다를 했었는데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더군요.
확인 결과, 엑스파일에는 회당 4개씩 해당 효과가 들어가고 늘어난 시간은 0.5초부터 3.5초까지 제각각입니다.
우선 해당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중 하나는 초반 엑스파일 테마가 끝나면서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시간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확인하는 게 완전 쌩 노가다라는 겁니다.
외국어 더빙이다 보니 입모양과 소리가 안 맞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번 되돌려 가면서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노크하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가 나오면 아주 반갑습니다.
늘어난 시간을 알았다면 이제 음성 파일을 손 볼 차례.
이제까지 음성 파일을 건드려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검색해서 이것저것 시도했는데 Gold Wave라는 프로그램(무료)이 제일 편하더군요.
해당 위치를 찾아 소리가 없는 위치를 지정한 후 Insert Silence 메뉴를 선택합니다.
늘어난 시간을 지정(1초를 1000으로)하면 해당 위치에 지정한 시간만큼 무음이 삽입됩니다.
작업 도중 이렇게 기록을 하는데 위 내용이라면 4분 8초에 2.5초 추가, 15분 42초에 1.5초 추가, 25분 20초에 3초 추가, 34분 27초에 1.5초 추가입니다.
보통은 0.5초 단위로 늘어나지만 가끔 0.3초, 0.2초 단위로 차이가 나서 애를 먹게도 만듭니다.
드물게 어떤 부분은 차이가 없기도 했고 또 한 번은 오히려 시간이 0.5초 줄었더군요.
이렇게 페이드아웃, 인 효과가 다른 에피소드는 시즌4에서 2회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 시즌 6중 2회, 시즌7,8,9,10 전체입니다.
왜 이리 차이를 뒀다 안뒀다 했는지 모르겠네요. 분량이 분량이다보니 여러 사람이 같이 작업을 했고 그 중 일부가 저렇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렇게 더빙파일 고쳐서 먹싱하는 데 45분 짜리 한 회당 평균 30분 소요.
자, 시즌7까진 저렇게 하고 시즌8부터는 자막을 고쳐야 합니다.
애시당초 전 시즌을 자막으로 보려고 마음먹지 않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물론 한국 사람 귀에 최적화된 더빙 때문이고 둘째는 자막 교정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입니다.
전 강박증 같은 게 있는데 가끔 정발 안 된 해외판 블루레이를 사서 자막을 다운받아 볼 경우 자막이 마음에 안들면 영화에 집중을 못합니다.
그래서 먼저 검수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하는 작업은 대충 이렇습니다.
1. 맞춤법 교정
2. 줄바꿈 수정
3. 마침표 제거
4. 색상태그 제거
5. 자막 제작자 정보 제거
줄바꿈은 짧은 글이 두 줄 이상이면 한 줄로 합치고 반대로 긴 줄이 한줄이면 적당히 두 줄로 나누기도 하지만 글자수를 줄이는 작업이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립니다.
자막 만들 때 초보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곧이곧대로 번역하다보니 글자 수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소설책이라면 상관없지만 화면상에서 1초 내외에 없어져야 하는 글자가 너무 많으면 문제가 많기 때문에 뜻은 그대로 두고 적당히 글자 수를 줄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물론 극장 수준으로 줄이는 건 반대.
3,4번 같은 경우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이 많을 텐데 DVD나 블루레이에서 보면 일단 마침표는 거의 안 씁니다.
줄을 나누거나 하나의 문장으로 합치는 경우가 많죠.
색상태그 또한 거의 볼 일이 없습니다.
이런 작업은 최대한 정발인 것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 합니다.
물론 자막 제작자에 따라 수정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수정한 자막은 따로 공유를 하진 않습니다.
이렇게 자막 검수하는 데 한 회당 평균 30분 소요.
덕분에 맞춤법 실력이 월등... 헷갈릴 땐 네이년에 물어보면 잘 가르쳐 줍니다.
교정이 끝난 자막을 더빙과 비슷하게 씽크 조절.
이건 더빙보다 훨씬 쉽네요.
전 Subtitle Edit이란 프로램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리하여 기나긴 여정 끝에 드디어 모든 작업을 끝냈습니다.
참고로 DVD와 블루레이 화질은 비교 불가.
이제 감상할 일만 남았는데 이 많은 걸 또 언제 다 감상할런지...
근데 만일 넷플릭스에 엑스파일이 올라온다면 펑펑 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