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아이들 데리고 집근처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강아지 데리고 등산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목줄요? 그게 어디 쓰는 물건이죠? 저희 동네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등산하면서 애완견 목줄 메고 데려오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목줄 없이 주인 따라 쪼로로 다니는 자그마한 강아지들 틈에, 언뜻 봐서 위협적인 크기의 개 한마리가 있더군요. 견종은 모르겠으나 사냥개처럼 보였고, 일어서면 어른 키 정도는 되어 보이는... 그런데 문제는 이 녀석이 주인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목줄, 당연히 안 했구요. 등산객 중에 주인과 같이 오는 걸 봤다는 분은 있는데, 주인은 어디 가고 혼자서 계속 돌아다니더라구요. 아무래도 주인을 찾는 모양이었습니다. 개가 사납거나 하지는 않은데, 우리 애들에게도 들러붙어서 냄새를 맡는 바람에 애들 놀라서 혼비백산 했구요. 저 포함 어른들 중에도 무서워서 가슴 쓸어내린 사람이 여러 명입니다. 제가 개를 무서워하는 편이라 안되겠다 싶어 119로 신고했습니다. (어디로 신고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119로...)
그런데, 산이다 보니 처음 몇 마디 나누다가 전화가 끊어져버렸습니다. 통화 가능 지역으로 이동한 다음 다시 119 전화 해서 상황 설명했고, 지역 소방대원께서 전화 주셔서 위치 알려 드리고 상황은 종료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모르는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경찰이랍니다. 읭???? 알고 보니 처음 전화가 끊어진 상황에서 119 상황실 직원이 제가 호흡 곤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하셨던 모양입니다. 개 때문에 신고한 거고, 전화가 끊어져서 상황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 아무 문제 없다고 설명을 드렸는데 이 분도 위치를 물으시는 겁니다.
본의 아니게 바쁘신 분들을 주말 더운 날씨에 강제 등산 시켜 드린 것 같아 좀 죄송하긴 하더라구요. 그렇지만, 개 때문에 저와 가족들이 위협을 느꼈으니 어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