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4일 새천년의 첫 입대자의 신분으로 도살장에 소 끌려가듯이 306 보충대에 입소하게되었습니다.
훈련소를 마치고 배치받은 자대는 청와대 외곽에서 철책근무하는 부대였습니다.
잠깐 곁이야기를 좀하자면 저에게는 큰아버지의 아들인 저보다 3살 많은 사촌형이 있습니다. 이형이 저보다 10개월 정도 먼저 입대했었고 제가 부대 배치 받고보니 중대만 다른 같은 부대였습니다. 저는 철책근무에 투입되는 부대였고 사촌형은 지원중대여서 서로 만나기는 어려웠습니다만 그래도 혈육이 같은 부대에 있고 내선전화를 들면 통화도 가능하다는 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형이 중대장 당번병이어서 행정반에 거의 있었습니다)
처음 자대배치를 받고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고 저에게 첫 월급이 나왔습니다. 훈련소에서는 통장을 만들게 하고 그 통장으로 넣어 주던것이 자대에서는 봉투에 현금을 직접주더군요.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치 않지만 만원 남짓의 돈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문득 이런저런 집생각이 나면서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에 가고 또 입대를 하면서 IMF의 폭풍에 아버지 사업이 망하는 힘든 가정 형편에서도 알바 한번 하지않게 뒷바라지 해주시던 부모님 생각이 나면서 어찌되었던 이돈은 제손으로 번 첫 월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편지를 쓰고 그편지지 사이에에 첫월급을 넣고 집으로 보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그걸 받으시고 두분이 엄청 우셨다고 하시더군요.
얼마후 사촌형과 통화를 하는데 형이 그러더군요 "너때문에 욕들어 먹었다. 적당히 하지... 너 죽는다" 고..ㅎㅎ. 아마 제가 집에 그 첫월급을 보내고 나서 아버지께서 큰아버지께 자랑을 좀 하셨나봅니다. 그런 와중에 형이 집에 돈필요 하다고 돈좀 보내달라고 했고 큰아버지께 시원하게 욕을 한바가지 들은거 같더군요.
저도 나중에 그 짬이 되니까 똑같이 집에다 돈보내달라고 하고, 휴가때 나가면 가족얼굴은 도착할때, 복귀할때 보고 나가놀기에 바쁜 속없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말이죠...지금 생각해봐도 참 그때의 제가 기특한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