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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권하는 댓글들
게시물ID : wedlock_4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AWcket
추천 : 16
조회수 : 1855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6/08/31 16:24:50
가끔씩 결혼 게시판을 눈팅하는데, 결혼게시판에 올라온 고민글에는 항상 어김없이 이혼!이혼!을 외치는 댓글들이 있습니다.
 
물론 원글의 작성자분도 어지간히 고민되면 인터넷에 글을 썼을까 싶고, 고민이 있다면 한쪽의 입장만이 나타나니 이혼을 권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댓글의 이혼!이혼!이라는 의견은 가급적 걸러들으시라"는 조언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본문의 고민글을 5분도 안걸려서 읽은 뒤 자신의 감정대로 이혼!이혼!을 외치고 엔터키를 누르는 것으로 모든 고민을 종료합니다.
 
반면 고민의 당사자는 짧은 글을 쓰기 위해 수십분 이상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에 담지 못한 상대방과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내가 내 남편 욕을 해도, 듣는사람이 '그자식 개X끼네'라는 말을 하면 덜컥 화가 나는것이 사람 심리입니다.
 
결혼을 하기까지 수 많은 고민의 단계가 있었듯이 이혼의 절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민글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글에 담지 못한 상대방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혼'은 말처럼 쉬운 '단독행위'가 아닙니다. 협의이혼이 되지 않는 경우라면 소송까지 가야하고, 결국 상대방의 내밀하고 수치스러운 이야기까지 마구잡이로 들쑤셔 내는 것이 이혼소송의 과정입니다.
 
댓글에서는 '그런사람하고는 살지 말아라'라는 취지로 이혼을 외치고 떠납니다.
 
하지만  본인이 이혼을 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것은 쉽게 감당하기 힘든 변호사 선임비, 수 개월간의 법정싸움, 법원에 출석할 때 마다 경험하게 되는 부담감, 상대방의 가족과 주변인으로부터 닥쳐오는 여러가지 비난들, 무엇보다 그간의 가정사와 서로 묻어두기로 한 이야기들이 수 백개의 비수가 되어 날아오는 상대방의 소장과 답변서를 읽게 되는 일입니다.
 
만일 아이를 낳으셨다면 그 아이에게 '우리 부모님은 이혼하셨다'라는 또 다른 짐을 짊어지게 하는 일이기도 하구요.
 
이혼소송을 진행하다보면 정말 상대방을 천하에 둘도 없는 썅X로 만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것이 아무리 침소봉대, 아전인수, 견강부회, 적반하장이라 할 지라도 '나를 믿고 있는 내 의뢰인'을 위한 일이라면 상대방의 감정까지 신경쓸 수는 없습니다. 그게 변호사의 일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항변하는 것은 그 쪽 변호사의 일이지요.
 
이따금씩 '아름다운 이별'을 기대하고 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리는 분이 계십니다. 아주 가끔씩 그런 '아름다운 이별'을 조율해 드리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끝까지 가는 개싸움'을 각오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혼! 이혼!을 외치는 댓글을 다시는 분들에게서 감정적 위로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조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혼 소송이 많아지면 변호사는 먹고살기 좋습니다. 하지만 이혼을 결심하기에 앞서 충분한 고민을 하시고, 가정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와 방법들도 무척이나 많다는 사실을 많이들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현직 변호사입니다.
상대방을 천하에 둘도없는 썅X로 만들기 위한 서면을 쓰던 중, 안타까운 마음과 답답한 마음을 담아 씁니다. 상대방 의뢰인은 제 서면을 받아보고 나면 저를 천하에 둘도없는 썅X으로 생각하게 될겁니다. 그래도 할 수 없지요. 그게 제 일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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