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전국 최저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산골인데요... 이 지방에서 운영중인 영어마을을 보면서, 뭔가 가슴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어찌보면 배설글일지도 모르는 이 글을 씁니다.
여기에 영어마을이 생긴지는 4~5년쯤 된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어찌 어찌 교육청 예산, 군청 예산도 따내고, 유력 공기업의 예산도 따내어 사업을 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원장이 발이 넓어 군수부터 이런 저런 유력자들을 잘 아는 것 같구요.
제가 답답함을 느끼게 된건, 먼저 돈문제인데요...
여기 한달 수강료가 9만원인데 유력공기업이 인당 10만원 보조하니 19만원에 교육청예산이나 군 사회복지비 예산까지 더하면 인당 매출은 20이 넘겠지요. 원생수가 대략 300 못되는 200대 후반 되는 것 같아 인당 매출 20으로 잡으면 20*250 = 5,000 즉 한달 예산 5,000 ~ 6,000 될거 같은데요
원어민 3명에 주말만 오는 원어민 2명하면 인건비는 대략 많아야 1,500 될 거 같고
거의 텅텅비어 다니는 버스는 매일 5~6번 운행하는 거 같아서 일당 기름값 20 잡으면 유지비 한달 많아야 400 될거 같고
기타 난방비나 냉방비, 공과금 등 계산하면 지출이 많아야 3,000 될거 같아
운영하는 사람이 남는게 못해도 월 1,000 ~ 2,000은 쉽게 넘어갈듯 하네요.
물론 운영하는 원장이 많이 벌고 많이 쓰면, 절약에 역설에 비춰볼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경제적으로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이 지역에 이러한 일을 하는 기관이 이것 밖에 없으니 독점의 폐해도 있을 것 같구요 너무 버는 거 같아 배도 좀 아프네요. 10만원도 없어 굶고 춥게 사는 이웃도 많은데... 골프는 돈 좀 있어야 치나요? 원장 남편이 영어마을버스 운행하는 사람인데 남편은 골프치러 다니더라구요.
두번째 문제가 더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데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다 그래도 먹고 살만한 집 아이들이라는 거죠.
원래 공기업이 이 영어마을을 지원하는 것은 이 지역에 수몰지역이 있고, 그러한 것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불우한 사람을 돕는 차원에서 즉 MAXMIN하려고 시도하는 거 같은데, 그래서 원래 여기도 처음 한달 자부담 5만원으로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한달 자부담 9만원이라, 아마도 지방유지나 이 지역에서는 그래도 중산층인 군인, 공무원 자녀들이 주로 보이고, 없는 집 아이들은 거의 안 보이네요.
세번째 문제는 원장의 폐쇄적 운영인데요 신청이나 등록 절차가 문서로 정식공개된 것이 없고, 사람들이 직접와서 자녀 등록을 간청하면, 원장은 정원이 가득차있는데 일단 후보로 등록해 놓고 나중에 받을 때 자녀를 보내라 하면서, 자기가 힘써보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거 같더라구요.
네번째 문제는 교육수준인데 영어마을이라 학원컨셉도 아니고 사실 그렇다고 놀이동산 컨셉도 아니라 좀 막연한 포지션이긴 하지만 ... 커리큘럼이 없어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영어마을은 원래 커리큘럼 같은게 없나요?
제가 가본 경기도 영어마을은 대게 수강생들이 짧은 기간 체험하고 또 다른 수강생들이 와서 교육받고 하여 많은 인원이 영어를 체험하는 위주로 되어있던데
여기는 학원처럼 늘 오는 인원만 오고 또, 주 타겟층으로 삼는 아이들도 유치원생, 초등학생들로서, 수준별로 하여 3개 반을 하루 8번 정도 돌리고 있구요
제가 확인한 수업내용으로는 텍스트북이 아예 없고, 초등 고학년 위주의 반은 그 공기업에서 하는 영어대회 단어 맞추기 시험대비 영어단어 대 한국어뜻 1:1 대응된 프린트물 암기하고 나머지 두 반은 텍스트북 없이 원어민들이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 뭐 그날 그날 내키는대로 가르치고 있어 보통 아이들은 하는 말이라곤 헬로우, 마이네임 이즈, 아이 라이크..., 이상 못하는 수준이더라구요.
이러한 점들을 보니 정말 원장이 지역사회 학생의 영어실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 보다는, 이 영어마을의 생존을 목적으로 해서, 외부대회때만 잘하는 인원 위주로 엘리트 교육을 시켜 수상하고 (실제로 수상실적은 있더라구요) 평상시 교육의 질은 경쟁력이 없는 수업을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놀러가서 원어민이랑 대화했는데, 원어민 중 하나는 자기는 잘 가르치고 싶어서 Smile이라는 책이 있길래 그걸로 가르치고 싶다고 하니 원장은 책없이 그냥 하라고 했다더군요. 원어민은 매일 난감하다고 그러면서 저한테는 'stressed out'이라는데, 아마도 맨땅에 헤딩하니 스트레스 받는 거 같더라구요.
이래가지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까? 원어민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공기업, 교육청, 군청예산 다 내가 낸 세금이나 공과금인데, 잘 써야 되는 것 아닌가? 감사기관이 없는건가? 있어도 다 인맥, 학연 등으로 결탁되어있어 부패한 건가? 이런 의문이 들었고,
제가 원장이라면 그냥 자부담 3~5만원에 교육하고 커리큘럼 딱 짜서 레벨별로 제대로 영어 공부시키고, 어려운 학생, 다문화 가정 학생 막 공짜로 교육하고, 지역사회 학생들 다 이용할 수 있게 영어 도서관도 거창하게 만들고... 중고등학생들(여긴 지역이 조그만 해서 해봐야 한 학년에 100명 내외 입니다.) 영어도 도와줄 텐데... (그렇다고 시켜주면 저도 원장처럼 될지도 모르지만...ㅠㅠ)
제 생각엔 이 영어마을이 문제가 좀 있는 거 같은데... 이 지역 사람들은 다 생업에 바쁜 것 같고, 혹은 모르거나 관심없고, 그렇다고, 이십대 백수인 제가 이 문제를 지역사회에 공론화 시키면 좁은 바닥에 인맥으로 얽힌 이곳에서 미운털 박힐 것 같아 더욱 취업이 어려워 질 것 같고
가뜩이나 시절이 수상하여 원래 가슴이 답답해오던 차에 더 가슴이 막히는 것 같고 머리는 안굴러가고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