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보고, 맞춰주려고 노력도 해봤고,
때로는 나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달라고 요구도 하면서
크고 작은 다툼과 이별 그리고 만남의 반복이 많았던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는 그러한 과정이 좋은 방법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을 통해서 다름을 깨닫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번에도 그런 다툼일 거라고 생각했고.
어찌보면 나는 오빠가 생각하는대로 배려심 없고, 사려깊지 못한 사람이었는지 몰라.
지금도 인정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나 스스로 조금씩 느꼈지만 부정하고 싶었어.
언젠가 말했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고 믿었던 '나 자신'의 모습이 나의 착각일뿐 아니라
오빠와 만나면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때 보여지는 '내 모습'들이 오빠의 표현대로 한심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나는 사실 오빠가 나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라 좋아했는데,
오빠는 그 다름을 매번 힘들어했고,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의 다름으로 인해 훼손되어 간다고,
이젠 우정조차 남으려 하지 않는다고 정말 힘들다고 그만두자고 했을때,
나는 솔직히 미안함보다는 원망과 배신감에 젖어서 늘 그랬듯이 오빠에게 화를 내고 미운 모습만 보였어..
감정이지 않으려 노력해도, 그게 정말 힘들더라. 이렇게 바로 후회할 걸 알면서도.
더 이상 오빠에게 연락을 하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차마 직접 말하기 힘들어서
이곳에서나마 말하고 싶었어.
어쩌면 나는 열등감에 사로 잡혀서 모난 사람일지도 몰라.
게으르고, 여유부리고, 결단력도 약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하고, 계획적이지 않고, 감정적이고 즉흥적이고..
이런 나와 전혀 다르게 생활력도 강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고, 독립심도 강하고, 사려깊고, 항상 노력하고..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었고, 닮아가고 싶었고, 존경할 수 있는 남자가 이상형이 었던 내겐 최고의 남자였어.
하지만 이런 다름이 오빠에겐 스트레스 였고, 우리의 만남이 서로가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내가 바뀌길 바랬고,
그러다 어느새 지쳐서 포기하게 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작아지고 내 스스로가 너무 미워졌고, 바뀌려고 노력했지만 오빠가 원하는 수준을 만족시킬 수 없었고,
그러다 어느새 있는 나를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렀어......
오빠가 애정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라는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3년이라는 시간동안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내가 장점이라 느꼈던 것들로 인해 오히려 열등감이 생겼고, 그 열등감이 우리의 간극을 더 키운 것 같아.
그러다보니 싸움이 점점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빴고... 물론 내가 그렇게 만든것이겠지만..
이제와서 이러쿵 저러쿵 두서없이 써내려 가지만,
전과는 다르게 슬프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선 미뤄둔 일을 이제야 했구나 라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 부정할 수 없어.
전부터 쭉 들었던 생각이 내가 힘들지 않다고 상대의 힘듬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고, 또 나아가 우리가 연애가 아닌
결혼을 했을때 언제간 오빠와 나 우리모두가 힘들어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을 할 수 없겠더라.
나도 그렇고 오빠도 행복해지려고 결혼하는 건데, 오빠가 나에게 확신을 잃어갔고, 그걸 바라보는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더라..
내가 확신을 주지 못했는데, 오빠탓을 한다는건 말이 안되니까.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도 모른 나에게 진심어린 애정과 보살핌을 보여준 것들,
진짜 사랑이 뭔지 연애가 뭔지, 사랑받는게 뭔지, 사랑하는게 뭔지, 작은 우물에 갇혀 사는 개구리 같은 내게 세상이 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웠어. 이 말을 어제 했어야 하는데 끝까지 난 못나게 그러질 못했어.
언젠가는 울지 않으면서 이성적으로 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용기 낼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오길 소망해.
늘 하는 생각이지만 내게 너무 과분했던 사람이라 너무 일찍 만난게 문제인것 같아.
내가 좀 더 성숙해졌을때 만났더라면 우린 좀 더 행복했었을텐데 말야. 부질없는 생각이겠지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