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가는 도로는 가로등이 원체 없었다.
드물게 있던 가로등마저도 죄 말라죽은 콩나물마냥 버석버석한 빛이 어찌나 탁한지, 하물며 날벌레도 그 아래에 놀지를 않았다. 오늘은 집으로 갈 버스를 놓쳐 산 아래로 둘러진 도로를 따라 걸어야만 했다. 가로등보다 불그스름했던 해가 구름 뒤로 뿌옇게 흩어지길 얼마간, 이내 익숙한 골목길이 가까워졌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어르신이 저어 안짝에 하며 부르는 구석에 박혀 있었다. 나는 그 안짝의 애였다.
낮은 산을 등진 집은 꼭 옹송그린 두꺼비를 보는 것만 같았다. 겨울잠도 잘 줄 모르는 집이 거무튀튀하게 그림자를 뒤집어쓰고 눈만 희번득댔다. 방 안에 지펴진 군불이 분명 뜨뜻할진대, 나는 문을 열 생각은 않고 입만 다셨다. 날숨이 냇바닥에 갉아진 돌부리마냥 찝찌름했다.
-니 인제 왔나.
목만 빼짝 내민 앞앞집 할매가 앞장서라는 듯 어느새 뒤에 붙어 와 섰다. 앞앞집 할매는 말이 참말로 많았다. 이번엔 무슨 난리를 칠 깜냥인지, 모르쇠하는 얼굴의 주름이 오늘따라 더 늙수그레했다. 할매는 말을 꺼낼 때마다 햇수가 달라지는, 몇년 전 다녀간 손자놈이 줬다는 반질반질한 알반지를 호패라도 되는 양 온종일 낑구고 다녔다. 맹일 때마다 누구네 누구는 안 와서 우짜요 하는 눈먼 너스레가 들리면, 할매가 괜시리 헛기침을 하고 손을 들어 뵈는 것이었다. 언제 한번은, 고 반지를 일가묵었다고 난리를 내더니 이장 아저씨네 집 경민이 호주머니부터 우리 집 마당 돌멩이까지 온 천지삐까리를 다 들어엎을라는 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