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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 귀신
게시물ID : panic_902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근혜4
추천 : 14
조회수 : 2891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6/08/26 02: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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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리젠이 적네용
기다리는 김에 썰 하나 풉니다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편하게 반말 1인칭으로 갈게요

GOP에 투입되고 얼마 후 새로 부임할 중대장이 왔다.
인수인계가 끝나기 전까지 두명의 중대장을 모셔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둘은 순찰을 같이 다녔기 때문에 초병 입장에서는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다만 초병끼리 두 중대장을 구분하기 위해 큰중, 짝중이란 별명을 사용했다

 (새로온 중대장은 키가 굉장히 작았고 반대로 이전 중대장은 키가 190정도 됐었다)
밤에 철책을 순찰할 때, 간부들은 60초소 뒤 전술로에서 내려오는 것을 좋아한다.

전술로로 레토나(자동차)를 타고 올라가, 바로 연결된 60초소로 편히 내려오는 것이다.

60초소는 다른 초소들 보다도 고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달이 밝은 날이면 간부가 60초소로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날 역시 달이 밝은 날이었다.
58초소에서 60초소 방향을 바라보니 굉장히 키가 큰 그림자와 그를 따라서 작은 그림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오늘은 순찰을 굉장히 빨리 출발하네?'라고 생각하며 후임에게 수하 대는법을 다시 한번 숙지시켰다.

"우리가 60으로 올라가는 동안 중대장이 내려오면서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긴장하고 있으라고" , "네"

밀조 이동시간이 되자 우리는 빠르게 56초소를 찍은 후 60초소로 올라갔다.

다행히(?)도 올라가는 동안 중대장들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고 
60초소에 들어섰을 때도 경계병들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56초소에 들릴 때 나와서 반대방향으로 순찰을 돌러 갔나보다 '

그렇게 됐다면 이제 남은 하루동안 중대장들과 마주칠 일은 거의 없다. 우리가 그들의 순찰 방향을 뒤늦게  쫒아가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야 오늘 제대로 꿀빨겠다. 근데 중대장 언제 나갔냐? 65쪽으로 갔지?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이전 사수에게 물어보았다.

"중대장 아직 출발했다는 보고도 못받았습니다"
(부대에서는 중대장을 비롯한 간부가 순찰을 출발할 때마다 초병들에게 인터폰으로 신호를 준다. 물론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그게 뭔 소리야? 우리가 중대장 그림자 내려오는 걸 봤는데?"
너무나도 선명한 그림자였었기에 나는 후임에게 재차 되물었다
"야 우리 중대장 내려오는 거 봤었지??"

나와 같이 있던 후임의 대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김상병님이 야 중대장 벌써 내려오네 라고 하시길래...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내가 본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좁은 초소에 장정이 네명이나 있었음에도 등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야 그러면 니들 뭐 뒤에 오줌 싸러 갔다왔냐? 누가 뒤에서 60초소로 내려오는 걸 봤다니까?"
"아닙니다. 둘 다 안에서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자꾸 무섭게 왜이러십니까?"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밀조 이동시간이 많이 늦춰졌기에 찝찝한 마음으로 그들을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상황실 통신병에게 직접 연락하니 역시나 중대장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단다.

그러면 이전 녀석들이 밖에 나가놓고 거짓말을 한건가? 
그렇다고 보기엔 그 둘의 키는 이전 중대장 만큼 크지도 않고 
두 명의 중대장처럼 키가 차이나지도 않는다.

게다가 잠깐 초소 밖으로 나갔다는 이유로 내가 갈굴 것을 두려워할만큼 나와 짬밥이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생각이 깊어지다 보니 무언가가 뇌리를 수치듯 떠오르는 점이 하나 더 있었다.

" 시발 ㅁㅁ야"
"예 김상병님"
"내가 중대장들 내려온다고 얘기 했을 때 말이야. 지금 생각해 보니까 통신병이 안 보였었어. 통신병이 따라 붙으려면 총 세명이어야 하잖아"
"시발 내가 진짜 뭘 잘못봤나보다"

그것이 허깨비였는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오싹한 경험 덕분에 오늘은 지루하지 않겠다 싶었다.

 후임과 한참을 두 그림자에 대해 입씨름을 벌이다 보니 
58에서 60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오는 녀석들이 보였다.

우리 소초가 타 소초 경계구역인 56초소를 찍고 오듯이
그 녀석들도 우리 60초소를 찍으러 올라온 것이다.

K3사수 였던 그녀석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중대장의 행방부터 물었다.
"이야 오늘 우리 소초 구역으로 중대장님 오실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중대장님 65쪽으로 가지 않았습니까?"

"어째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대체 뭔 근거로 그런 소릴 하냐?"

"아 저희가 밑에 있을 때, 중대장님이 60초소 위를 멀뚱멀뚱 쳐다보다 들어가는 걸 봤습니다.
혹시 마주칠까봐 좀 시간 떼우다 급히 올라온 겁니다.
빨리 내려가야 하니까 얼른 말해주십쇼 힘들어 죽겠습니다"

"시발... 밖에서 쳐다보고 있었다고?"

"예, 왜그러십니까"

"하 시발..."

이전 일을 설명하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인터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오륙구 둘둘팔, 둘둘팔 하셨습니다" "오륙구 둘둘팔 하셨습니다"

"지금 너도 들었지? 중대장 지금 떴덴다. 우리는 본 적도 없어"

오륙구는 중대장을 뜻하는 암구어, 둘둘팔은 출발이라는 뜻이다.


그 날을 기점으로 그 두 그림자는 여러 초소에서 계속 목격됐다.
때로는 혼자서 어쩔 때는 둘이 다른 곳에서

우리는 그들을 전중대장 중대장 귀신으로 구분해 부르기 시작했고
특히 중대장(짝은) 귀신을 많이 봤다. 밀조 뒤에 따라다니는 것을 초소 경계병들이 심심찮게 목격했던 것이다.

전중대장(키가 큰) 귀신은 60초소를 좋아하는 듯 했다. 


두 중대장들이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왔던 귀신의 이미지와 달랐던 점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새카만 실루엣이었다.
그것을 코앞에서 보든 멀리서 보든 말이다.


 
출처 퍼가지 마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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