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말 어원 연구 목록을 살펴보면, 친족 어휘의 어원 문제를 다룬 연구물이 유달리 많다. 특정 주제의 어원을 다룬 연구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어원설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다양한 어원설에는 믿을 만한 것도 있지만 잘못된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그 잘못된 어원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자칫 정설(定說)인양 널리 퍼져 나가기라도 하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쉽게도 잘못된 어원설이 정설처럼 알려져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령 '父'와 관련된 친족 어휘에 대해서만 해도, '아빠'가 본래 '압'에 호격조사 '아'가 결합된 호격형으로, 그리고 현대국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버지'나 '아버님'이 '압' 또는 '아비'를 핵어(核語)로 하여 파생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쯤 되고 보니 친족 어휘의 어원론, 좁게는 '父' 관련 친족 어휘의 어원론에 대해 다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기존의 여러 어원설 중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차분히 따져 볼 필요가 있고, 또 그 사이에 추가된 새로운 자료를 통하여 논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단어는 현대 국어에서 많이 쓰이는 '아빠'와 '아버지'이며,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아버니'이다.
2.
'아빠'의 연원은 적어도 후기 중세 국어에까지 소급한다. 후기 중세 국어의 어형은 지금과 다른 '아바'였다.
(1) 天下大平 羅候德 處容아바 <악학궤범, 처용가>
위의 '處容아바'에 보이는 '아바'는 '아빠'의 전신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곳의 '아바'는 '父'의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 '處容아바'는 '처용의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處容아바'의 '아바'는 '처용'과 같은 존자(尊者)의 칭호 뒤에 쓰여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바'의 후기 중세 국어의 용례는 위의 '處容아바'에 보이는 '아바'가 전부였다. 용례가 부족함으로 해서, 그것도 '父'를 뜻하는 용례가 나타나지 않음으로 해서 '아바'에 대해서 별로 주목하지 않은 것이다.그런데 얼마 전 <고성 이씨 묘 출토 간찰>(1586)에서 '아바'가 발견되면서 사정은 달라지게 되었다.
(2) 그리 가시 식 나거든 누 아바 라 시고 <고성 이씨 묘 출토 간찰>
<고성 이씨 묘 출토 간찰>은 고성 이씨(固城李氏) 이응태(李應台)의 무덤에서 나온 낱장의 언간이다. 이응태 부인이 요절한 남편을 떠나보내며 급히 써서 시신(屍身)과 함께 묻은 것인데, 남편을 향한 부인의 애절한 마음이 구구절절이 배어 있다. 여기에 쓰인 '아바'는 정확히 '父'를 가리키고 있다. 호칭으로 쓰인 것은 아니지만, 문맥을 고려하면 호칭의 기능이 있음을 쉽게 간파해 낼 수 있다. 어쨌든 이 새로운 자료로 하여 '아바'가 '父'를 뜻하는 평칭의 호칭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아바'의 문헌적 용례는 아주 제한되어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것이 주로 구어(口語)에서 쓰이는 호칭어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바'가 주로 구어를 반영하는 언간에 제한적으로 출현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다음은 근대 국어 시기에 보이는 '아바'의 용례이다.
(3) 아바님젼 상사리고고 조물이 무심티 아니면 이 글을 미풍의 날려 젼 쥰 닷 고고 아바야 져의 무삼 죄가 이리 지즁턴고 일월 갈록 통악통악 쵹쵹히 녹고 자자질 닷 아바 아바 조령도 무심고 조물도 야속야속 <심재덕 부인 김씨 언간>
(3)은 심재덕(沈載德) 부인 김씨가 지아비와 사별한 뒤 자결을 결심하고 친정 아버지에게 올린 편지 글이다. 이 편지가 쓰인 시기는 조선조 말 고종(高宗) 대(代)이다. 격식이 요구되는 수신자란에는 존칭의 '아바님'을 쓰고,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본문에서는 평칭의 '아바'를 쓰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고 신세를 한탄하는 대목에서 아버지를 '아바'로 간절히 부르고 있다. 여기에 쓰인 '아바'는 평칭의 호칭어로 쓰인 전형적인 예이다.
이른 시기에 '아빠'가 존재했느냐 하는 것과 아울러, '아빠'와 관련하여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것은 그 어원이다. '아빠'의 어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父性'의 어근 '압'에 호격조사 '아'가 결합된 '압아'에서 변한 것, 또는 '아비'에 호격조사 '아'가 결합된 '아비아'에서 'ㅣ'가 탈락한 '아바'로부터 변한 것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아빠'의 전신인 '아바'의 어원을 '압' 또는 '아비'와 관련해서 설명하는 것은 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압'이라는 어근의 존재 여부를 증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지칭인 '아비'가 호칭인 '아바'보다 먼저 출현했다는 것이 언어 발생의 논리상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아바'의 어원을 아기들이 내뱉는 단순한 발성음(發聲音)에서 찾기도 한다. '아바'가 아기들이 쉽게 발음할 수 있는 모음과 자음을 아울러 가지고 있고, 생후 5개월이 되면 '아바'와 비슷한 '아바바, 아바아바, 아부, 어부' 등과 같은 발성음을 내면서 논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아바'라는 원초적인 발성음이 크게 부각된다 하더라도, 여기에 '父'의 개념이 투사되어야만 친족 어휘로서의 자격을 갖기 때문에 의미 부여 과정이 매끄럽게 설명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발성음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라는 어원설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렇게 볼 때 지금으로서는 '아바'의 어원이 무엇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앞의 예문 (3)에서 보았듯, 조선조 고종(高宗) 대인 19세기에도 '아바'라는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아바'에 형태 변화가 목격되는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이다.
(4) 甲 : 아빠 乙 : 압바 <중앙일보 1933년 10월 29일>
예문 (4)는 '아바'가 20세기 30년대에 '압바' 또는 '아빠'로 표기되었음을 보인다. '아빠'가 표제어로 올라온 <조선어사전>(1938)에 '아바'를 "'아버지'의 옛말"이라고 기술한 것을 보면, 적어도 1930년대에는 '아바'라는 형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압바'는 '아바'에 제2음절 두음 'ㅂ'이 제1음절 말에 첨가된 형태로 이해된다. 그리고 '아빠'는 '압바'에 대한 또 다른 표기로 볼 수 있다. '아바'에 'ㅂ'이 첨가되어 두 음절 사이에서 된소리로 발음이 나자 '압바' 또는 '아빠'로 표기한 것인데, <한글맞춤법통일안>에서는 '한 단어 안에서 아무 뜻이 없는 두 음절 사이에서 나는 된소리'는 모두 아래 음절의 첫소리로 적기로 하여 두 표기 중 '아빠'를 선택한 것이다.
'아빠'는 최근 들어 상당한 세력을 잡고 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청장년 층에서도 이 '아빠'를 유별나게 사용한다. 철들 나이 이상에서는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선호하는 경향이다. 그것도 호칭어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지칭어로도 쓰이고 있다.
3.
'아버지'와 관련된 단어는 근대 국어 시기에나 나타난다. '한아바지'라는 단어 속에서 '아바지'를 만나게 된다. 그 초기 어형이 '아바지'인 것이 눈에 띈다.
(1) 됴히 잇오나 한아바지 고 하 보채오니 <직장부군필적>
'한아바지'를 담고 있는 <직장부군필적(直長府君筆蹟)>이 17~18세기에 쓰인 편지 글 모음집이라는 점에서, '한아바지'와 더불어 '아바지'도 이 시기에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얼마든지 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직장부군필적>에 실린 편지 글의 언어가 어느 지역의 것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아바지'가 근대 국어 시기에 중앙어에 존재했다고 속단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바지'는 중앙어가 아니라 다른 지역의 방언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는, '아바지'가 중앙어 '父' 관련 친족 어휘와 비교하여 형태 구조상 이질적인 성격이고 중앙어 문헌에는 비교적 후대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특정 지역에서 쓰이다가 중앙어에 편입되어 세력을 잡은 단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
그런데 '아바지'의 출생 지역이 어디이건, 19세기 말에는 사전의 표제어로까지 올라올 정도로 친족 어휘로서 자격을 굳히고 있다. 그리고 이른바 개화기 소설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2) ㄱ.아바지:父 Father. (the common form - - Hon). <한영자전 10>(1897)ㄴ.아버지:父 Father. (Hon.) <한영자전 10>(1897)
(3) 너의 아바지더러 너 리고 셔울로 오라고 노자지 보 너의 아버지가 돈을 썻지 <귀의성(상) 9>
위의 예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바지'와 '아버지'가 혼용되고 있는 점이다. '아버지'는 '아바지'에서 제2음절의 모음 '아'가 '어'로 변한 형태이다. 친족 어휘에서 '아>어' 변화는 '어마니>어머니, 할아바지>할아버지, 할마님>할머님' 등의 예에서 보듯 광범위하게 확인된다.
이 '아바지'가 득세하기 전에 중앙어에서 '아바지'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던 단어는 '아바니'이다. '아바니'는 근대 국어에서 처음 발견된다.
(4) 앙살퓌신 媤아버니 <청구영언 889>
(5) 아버니 : 父 Père. (Lang. du peuple) <한불자전 8>(1880)
(4)의 '媤아버니'에서 '아버니'가 확인된다. '아버니' 형태로 나오지만 그 초기의 형태는 '아바니'였을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버니'가 존칭형 '아바님'에서 'ㅁ'이 탈락한 '아바니'에서 모음이 변한 어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아바님'에서 'ㅁ'이 탈락하여 '아바니'가 되는 것은, '母'의 '어마님'에서 'ㅁ'이 탈락하여 '어마니'가 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그러니까 '아바니'는 '母'의 '어마니'와 대응되는 정통성이 있는 친족 어휘라고 말할 수 있다. '母'의 '어마니'와 대응된다는 점에서 그 등급이나 기능은 '母'의 그것과 같았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따라서 평칭으로서 호칭과 지칭 기능을 아울러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바니'는 19세기 말 이후에는 거의 '아버니'로 변해 나온다. 이 '아버니'는 20세기 전반기의 사전에도 올라와 있으며, 이 시기에 나온 소설 작품 속에서도 꾸준히 쓰이고 있다.
(6) ㄱ. 아바니 : 아바지に同じ <조선어사전 565>(1920)ㄴ. 아버니 : 아바지に同じ <조선어사전 565>(1920)
(7) 아버니 : '아버지'와 같음. <조선어사전 920>(1938)(8) 큰 산소의 아버니 옆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하나 넉넉히 되지마는 <임종 13>(1949)
그런데 (6), (7)에서 보듯, 사전에서는 '아바니' 또는 '아버니'의 의미를 '아바지' 또는 '아버지'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아바지' 또는 '아버지'가 적극적인 어휘라면, '아바니' 또는 '아버니'는 소극적인 어휘임을 보이는 증거이다. 20세기 전반기에도 '아버니'의 용례가 보이지만, 이 시기는 '아버니'의 마지막 잔존기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아버님, 시아버님' 속에서나 그 어형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버니'의 세력 약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단어는 '아버지'이다. '아버니'가 '아버지'에 밀려서 단어 세력을 잃고 급기야 단어 생명까지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버니'의 소실은 아주 특이한 현상이다.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던 친족 어휘가 이질적인 친족 어휘에 밀려나 완전히 사라진 경우이기 때문이다. '아버니'가 20세기 전반기에 출간된 사전에서 소극적인 어휘로 다루어지고, 또 실제 사용에서 '아버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단어 사이의 우열 양상은 적어도 20세기 초에 판가름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버지'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그 어원 해석이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阿父主'의 변형이라는 어원설이 널리 펴져 왔지만, 이는 전형적인 민간 어원이어서 전혀 취할 바 없다.
이와 같은 민간 어원 말고도 '아버지'에 대한 어원설은 아주 다양하다. 각각의 견해를 간략히 보이면 다음과 같다.
① 압[父] + 어지(접미사) : 남광우(1957)
② 압[父] + 아지(접미사) : 유창돈(1971:186)
③ 압[父] + 엇[親] + 이(주격조사) : 최창렬(1986:131)
④ 아바 + 지 : 양주동(1965:155), 천소영(1984), 문무영(1989)
①, ②는 부성(父性)의 어근 '압'에 축소사 '-아지, -어지'가 결합되었다는 설명이다. '압'이라는 어근 설정의 근거도 미약할 뿐만 아니라 '父'의 호칭어에 '강아지, 망아지'등에서나 볼 수 있는 접미사가 결합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간다. ③의 경우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압'은 그렇다 치고 '엇'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거니와 이러한 복잡한 구조에서 어떻게 '아버지'라는 형태가 변형되어 나올 수 있는지 음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④는 평칭의 호칭어 '아바'를 인정하고 거기에 '지'가 결합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적어도 '아바지'의 단어 구조만큼은 정확히 바라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의 정체에 대해서는 견해가 사뭇 다르다. 양주동(1965:155)에서는 '김지, 이지, 그치' 등에 보이는 '지, 치'와 같은 남자를 가리키는 미칭(美稱) 내지 존칭(尊稱)으로, 천소영(1984)에서는 중국어 접미사 '子'가 고유어화한 호칭 접미사로, 문무영(1989)에서는 존칭 접미사 '-시(氏)'의 변형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중국어 접미사 '子'가 고유어화한 것이라는 설은, '-지'가 '가지, 종지, 단지, 빈지' 등에서 보듯 사물의 이름에서나 확인되고 '父'와 같은 인물 관련 이름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존칭 접미사 '-시(氏)'가 변형된 것이라는 설은, 방언이지만 '아바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바시'가 지역에 따라 '아바지'와 '아바씨'로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고 그 이유가 설명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대로 취할 만한 것은 '-지'가 접미사일 것이라는 점이다. '아바'를 핵어로 하여 파생된 존칭형 '아바님', 그리고 방언으로 존재하는 '아바씨' 등에서 보듯 '아바'에는 접미사가 생산적으로 결합한다는 점에서 보면 '아바지'의 '-지'를 접미사로 보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아바지'의 '-지'가 '벌지('벙어리'의 평북 방언), 버벌지('벙어리'의 평안 방언)' 등에 보이는 '-지'나 '결찌(어찌어찌하여 연분이 닿는 먼 친척), 꼴찌' 등에 보이는 '-찌'와 같은 것이라면 '사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아바지'에 대해 '어마지'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지'에 '남성'이라는 의미를 첨가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벌지, 버벌지, 결찌, 꼴찌' 등에 보이는 '-지' 또는 '-찌'와의 관계를 부정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런 점에서 남자를 가리키는 미칭 내지 존칭이라는 설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잠정적으로 '아바지'의 '-지'는 '사람'의 의미를 갖는 접미사로 처리해 두기로 한다.
현대 국어의 '아버지'는 '父'의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 '발명의 아버지, 물리학의 아버지' 등에서 보듯 그 방면의 '창시자, 권위자'를 가리키기도 하고, '하느님 아버지'에서 보듯 '천주(天主)'를 가리키기도 한다. 전자는 추상화된 비유적 의미라면, 후자는 적용 범위 전용에 의해 특수화된 의미이다.
지금까지 '아빠'와 '아버지'를 대상으로 조어론과 어휘사의 관점에서 그 어원을 살펴보았다. '아버지'의 어원을 살피는 과정에서는 그 경쟁어였던 '아버니'의 어원도 함께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아빠
①현대 국어 '아빠'는 후기 중세 국어에 '아바'로 나온다. 이 '아바'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어 가지 설이 있으나 아직 공인된 것은 없다.
②'아바'는 '父'를 뜻하는 평칭의 호칭어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③'아바'는 20세기 이후 동음 첨가에 의해 '압바' 또는 '아빠'로 변형된다. 지금과 같은 '아빠'라는 형태를 만나게 되는 것은 1930년대 이후의 일이다.
*아버지·아버니
①'아버지'의 이전 어형은 '아바지'이다. '아바지'는 평칭의 호칭어 '아바'에 접미사 '-지'가 결합된 어형으로 추정된다. '-지'는 '사람'의 뜻을 지니는 접미사로서의 기능을 보인다.
②'아바지'가 중앙어에 나타난 것은 근대 국어 후반이다. '아바지'는 기존의 '아바니'를 제치고 평칭의 대표어로 부상한다. 근대 국어 후반 이후 '아버지'로 그 형태를 달리한다.
③'아바니'는 존칭의 '아바님'에서 'ㅁ'이 탈락한 어형으로 추정된다. 근대국어 시기에 나타나 20세기 전반부까지 쓰이다가 '아버지'에 밀려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