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리려는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날. 그 날도 야근을 하고 나온 나는 카페 마감을 하고 있던 너를 보았다. 늦은 시간에 마무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남일 같지 않아 뭐 도와줄 것 없냐고 말 한마디 건냈고. 배너를 고정시켰던 돌덩이를 넣어 줬었지.
다음에 오면 커피 한 잔 주겠다는 말에 괜찮다며 돌아섰는데 그 후에 왜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괜히 낯선 맘에 회사 문열고 나가면 있는 카페인데도 2주가 지나서야 카페에 들어섰었다.
환하게 웃으며 이제야 오셨네요 하는 인사에 한 번. 커피는 사장님 때문에 못 드릴 것 같고 대신 친구가 오늘 갖다준 빵이 있는데 주겠다며 열심히 빵을 이쁘게 포장하는 모습에 한 번.
그렇게 너를 보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고. 그 후로는 너와 나는 서로 먹을 것을 갖다주며 급속도로 친해졌었다.
번호를 물어봤던 날. '바리스타에게 작업걸지 마세요' 라는 문구 못 봤냐며 미안하다는 대답에 나 혼자 설렜구나 했었고. 괜한 미운 마음에 카페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도모르게 카페 마감시간에 맞춰 인사라도 할까하고 주변을 서성였는데 왠 남자랑 나왔던 너.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널 기다리던 것이 아냐 라며 서둘러 돌아가는 내 등을 콕콕찔렀었지.
"요즘 왜 이리 안왔어요? 기다렸는데.. 매일 카페에서 회사 쳐다봤어요...저분은 매니저여서 신경안쓰셔도 돼요ㅎㅎ" ... "죄송한데 저번에 번호 안줬던 것이 후회 되는데 제가 번호 물어봐도 될까요?" 라는 너의 말에 심장이 터질것 같았어.
"오늘 대화 즐거웠어요 저만 즐거웠던거 아니죠?" ... "주말에 뭐하세요? 만날까요?"
유난히 적극적으로 나오는 너의 모습이 나는 싫지만은 않았고 그렇게 만나게 된 카페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했었다.
아버님은 무역회사 대표. 어머님은 한의사. 본인은 미국 의대생이지만 영주권이 없어 한국에 대학다니려고 들어왔다는 말에 내가 지금 대화하고있는 상대가 누구인가하며 놀래기도 했지만 그 무엇보다 그때 내 모습을 쳐다보며 반짝이던 너의 눈동자는 평생 잊지 못할거 같아.
그 정도면 알바안해도 될것같은데.. 알바해서 번 돋으로 부모님 선물은 물론, 아파트 경비아저씨께 먹을것을, 야구르트 아주머니에게는 춥지말라고 핫팩을.. 미련하게 남 섬기는걸 좋아하던 너는 정말로 의사가 딱 어울려 보였어.
"오늘 데이트 즐거웠어요! 다음엔 같이 맛있는거 먹어요^^" 라는 말에 "이게 데이트에요?? 우와 데이트 정말 좋은거네요!! 다음에 또 할래요!!" 라는 대답이 왔었고. 당황스러웠지만 그 순수한 모습이 정말정말 좋았다.
그렇게 만나는 횟 수는 늘었고 서로의 감정은 깊어져 용기있게 내꺼하라고 고백했지만 너는 대답 나중에 하겠다고하며 집에 들어가버렸지.
알고보니 영주권이 나와 다시 미국에 가서 대학을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 우리가 사귀게 되고 감정이 더 깊어지고 나서 미국에 돌아가면 자신은 너무 힘들거 같다고 그게 두렵다며 그만 만나자는 말에. 나는 처음으로 그렇게나 울며 벌써부터 힘들어 하려 하지말고 한국에 있을 동안만이라도 웃으면서 있다가 가. 내가 웃게 해줄게 라며 내 옆에 계속 있으라고 했었다..
그러나 안되는 건 안되는 건가봐. 불안정한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고 이윽고 내가 먼저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 버렸어.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내가 정말 왜 그랬을까.... 왜 너를 그 추운날 카페에 혼자 냅두고 먼저 일어나 버렸을까..
그 후로 몇 달이 지나고 톡이 하나 왔었지.
"오빠 잘 지내세요?? 곧 미국가는데 가기전에 한 번 감사하다는 연락 드리고 싶었어요."
그러고 23일 너는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떠나버렸다..
ㅇㅇ아 너가 너무도 많이 생각이나.. 많이 미안하고 많이 고마워. 이제 내가 할 수있는거라곤 정말로 기도와 응원 뿐인데... ㅇㅇ이는 정말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을거야! 다시 한 번 고맙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