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not care if I burn in hell for as long as the people I serve live in paradise.
내가 섬기는 사람들이 낙원에서 사는 한 나는 내가 지옥에서 불타는 걸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사조직을 이용해 범죄자를 학살하고 교황에게 욕설을 내뱉는 등 과격한 행보와 언사로 주목 받은 필리핀 두테르테, 범죄로 이름 높던 다바오를 필리핀 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든 두테르테. 야누스처럼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알아본다.
22년 간의 시장직
다바오 시장 당시부터 파격적인 어록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올 6월 30일부터 본격적으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현 민주필리핀당(PDP-Laban) 의 당수인 그를 언론에서는 ‘막말 정치인’, ‘필리핀의 도널드 트럼프’, ‘퍼니셔’(미국 마블 코믹스의 주인공 중 하나. 악인을 결코 용서하지 않고 죽이는 과격함으로 유명하다.), ‘더티해리’(부패한 상관에 맞서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 살해하는 내용의 헐리우드 영화)로 부르고 있다. 이 호칭만 들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다바오 시장 직은 그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가 당선되어 직무를 수행 중이다.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장이 되기 전부터 이미 권세가 대단한 지역 유지의 아들로서 태어났다. 필리핀의 소수민족인 세부아노 족 출신의 아버지가 다바오 지사를 지냈을 정도이니 집안의 권세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라면 권위주의적인 면모를 보일 법도 하건만 그는 다른 유력 집안출신 정치인들과는 달리 포퓰리즘 노선을 취해 대중의 인기를 얻어 왔다.
고등학교 당시 퇴학을 두 차례나 당하고 세 번째 복적된 고등학교에서 졸업한 그는 필리핀 법대 중에서도 가장 경쟁률이 높은 산베다 칼리지에 입학해 법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다바오에서 검사로 재직했다. 1970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다바오에서 검사로 재직한 그는 그 당시부터 반 범죄 전선의 선두에 선 것으로 이름 높다.
이후 정계에 입문해 다바오 시 부시장을 거쳐 1988년 시장에 당선된 두테르테는 하원의원 시절을 제외하고 일곱 차례나 시장을 연임해 22년 간 다바오 시장을 맡았다. 범죄가 만연했던 다바오 시는 두테르테 시장 이후로 필리핀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필리핀 최초의 금연 도시, 필리핀 사람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손꼽힌다.
두테르테 시장 당시 다바오는 약 1,700명의 범죄자가 일종의 사설조직인 다바오 척살대(DDS, Davao Death Squads)라는 무장단체에 의해 사망했는데, 두테르테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다바오의 시민들은 그가 손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의 조치는 강력범죄에만 미치지 않았다. 바가지 요금을 부른 택시기사도 퇴출하고 부패공무원도 가차 없이 철퇴를 휘두른 그의 국민적 인기는 대단하다.
사설부대 운용하는 대통령
필리핀의 공안은 비효율적이고 부패가 만연한 것으로 유명하여 범죄조직과 결탁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두테르테가 만든 것이 사실상 암살단인 자경단 다바오 척살대였다. 두테르테에 절대적인 충성을 보내는 다바오 척살대는 자경단이라는 허울을 두르고 초법적으로 범죄자를 처형하는 집단이다.
두테르테는 이제까지 다바오 척살대를 운영해 1,700명의 범죄자를 처형했다고 말했다가 문제가 되자 발언을 철회한 바 있다. 그의 이런 강권적인 행보는 다른 일화에서도 드러나는데, 화교 소녀를 성폭행한 강간범 셋을 재판도 없이 직접 총살해 버린 일화도 있다.
이런 두테르테의 행보를 떠올리면 두테르테가 대통령 후보였을 당시 캠프 관계자가 밝힌 “총기로 무장하고 반항하는 범죄자를 사살할 수는 있지만 모든 범죄자를 즉결 처형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라는 의견은 말 그대로 의견일 가능성도 높다.
그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에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면위의 조사에 따르면 다바오 척살대는 실제 범죄를 저지른 현행범만이 아니라 범죄자로 의심되는 이들까지 처형했다. 게다가 이들의 흉탄은 미성년 범죄자도 가리지 않았다. 범죄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무고하거나 개선될 여지가 있는 이들 역시 무차별로 죽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척살대의 구성원 역시 문제로 이 구성원들은 전직 경찰이나 군인뿐만 아니라 투항한 공산주의 반군 신인민군(NPA) 게릴라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필리핀 공산당(CPP)에 의해 설립된 반란군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필리핀 영토의 광대한 지역을 장악한 바 있다. 현재는 필리핀 루존 섬과 민다나오 섬을 거점으로 자신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잊고 필리핀의 일반 민중을 상대로 한 약탈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란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치범을 탈옥시키기 위해 교도소를 습격하고, 세금을 걷는다는 명목으로 광산을 공격하는 등 다양한 반정부 활동을 격렬히 펼치고 있는 단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의회에서 반군과의 화해를 요청하며 평화협상 결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척살대를 통해 일종의 밀약이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의심도 있다.
게다가 척살대에게 살해대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협력자가 필리핀 공안이라는 점 탓에 결국 척살대나 공안이나 한통속이라는 웃지 못할 비난까지 듣고 있다.
두테르테는 척살대의 활약으로 인구가 늘고 범죄율이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미해결 살인 사건과 실종사건이 부쩍 늘어났다. 물론 이런 강력사건들의 배후에는 척살대가 존재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현재 1998년에서 2008년까지 10여년 동안 약 천명 이상의 실종 사건에 척살대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척살대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은 아니다. Bahala Na Gang이나 Akyat-Bahay 같은 필리핀 마피아는 범죄조직인 동시에 척살대처럼 어떤 정치인의 사설조직이다. 두테르테의 이런 행보에 회의감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잇따른 망언
그가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이유는 저속하고 인권유린적인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던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 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 당하고 살해당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그녀는 아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강간)해야 했는데…."라고 농담해 외교적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고렐리 호주 대사는 “강간과 살인은 결코 농담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골드버그 미국 대사는 “여성을 격하하거나 강간, 살인과 같은 문제를 하찮게 여기는 어떤 발언도 우리는 용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두테르테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관계를 끊자”며 경고하기도 했다.
2015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는 도로통제로 교통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향해 “교황, 이 창녀의 자식아. 집으로 가서 다신 돌아오지 마라”고 욕한 바 있다. 필리핀은 인구의 80%가 카톨릭 신자인 나라이다. 대선 당시 이 일이 구설수로 불거지자 개인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사과편지를 보냈기 때문에 사과는 필요치 않다”고 말을 뒤집었다.
최근에는 ‘피터 림’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마약상에게 "필리핀에 들어오면 죽여 버리겠다."고 언급한 일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필리핀에 피터 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가 대략 4천여 명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사랑받는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높아지고 있다. 선거 운동 초기에는 흔한 군소 후보 중 하나였지만 그의 과격한 발언과 범죄퇴치 이력이 그를 일약 인기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악명 높은 필리핀의 치안을 개선해 줄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인 사이에서도 두테르테의 인기는 높다. 특히 젊은층과 중산층 이상에게서 인기가 높은데, 이는 그의 포퓰리즘적인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그가 당수로 있는 민주필리핀당은 놀랍게도 좌파정당으로,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 젠더 등의 성 소수자를 부르는 말)의 권리증진을 지지하거나 공산반군의 유화책을 펼치기도 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대통령이 된 그는 “흉악범에는 총알도 아깝다. 강력범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며 2006년에 폐지된 사형제를 되살리겠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두테르테는 다면 더욱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두테르테는 “가족이 아파 돈이 필요하다면 마약을 팔지 말고 내게 오라”며 공안과 군의 봉급 2배 인상 계획을 소개하고 부패경찰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도 “마약사범은 죽이겠다”는 단호한 발언으로 자수하는 마약상들의 자수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두테르테의 집권 이후로 필리핀의 마약사범은 최소 300명이 사살당했고 6만 명이 자수했다.
경찰 단속으로 수입이 줄어든 마약상이 경쟁자를 죽이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마약상을 죽이면 포상금을 주는 정책을 취함으로 마약퇴치에 앞장서는 한편, 반대로 마약 치유 센터를 운영하면서 마약중독자의 재활을 도와주며 마약 방지 캠페인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 모독적인 언사로는 믿을 수 없지만, 카톨릭 신자이다. 그리고 그런 종교적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에 대한 유화정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필리핀은 무슬림 자치구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무슬림 인구가 많아 필리핀 전체 국민의 약 5%가 무슬림이다. 그의 손자 중에 무슬림이 있다는 것을 내세워 무슬림 표를 모을 정도이다.
이렇게 양면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두테르테 대통령, 그의 임기는 막 시작했을 뿐이고 아직 6년이나 남았다. 연임이 금지된 필리핀에서 그는 남은 6년 간 어떤 행보를 이어갈까.
취임 2달동안 범죄자 살해에 사면권발동
마약혐의자 2000명 재판없이 사망
70만명 자수
2달만에 범죄율 30퍼센트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