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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국정교과서의 위험성... "편협한 역사 강요 말라"
게시물ID : history_125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쇠소깍
추천 : 10
조회수 : 67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1/09 22:22:16
국사 국정교과서의 위험성... "편협한 역사 강요 말라"
[주장] 역사를 '교조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 다양성 열어둬야
 
조선시대 유학의 주류는 성리학이었다. 성리학은 주자학으로도 불렸다. 주자학은 남송 시대의 주희(朱熹, 1130~1200)가 집대성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의 성리학, 곧 주자학은 단순한 유학 분파가 아니다. 왕조의 주요 통치 이념이자 양반 사대부 세력의 사상적 배경이었다. 그들 지배층의 카르텔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그런 것처럼, 조선시대의 주자학은 그들의 유일 사상이자 절대적인 교조였다.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에게 신적 존재와도 같았다. 그에게는 감히 '주희'라는 이름도 쓸 수 없었다. 그는 유교의 성현에 대한 극존칭 표현인 '공자'나 '맹자'처럼 '주자'로 불렸다. 일부에서는 피휘(避諱) 관습도 생겨났다. 피휘는 군주나 조상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신하나 후손들이 그들의 이름에 쓰인 글자를 피하는 것을 말한다. 일개 유학자가 절대적인 숭배의 대상인 비이성적인 풍경이다.
 
이런 상황은 17세기 이후에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주자학 이외의 유학은 인정되지 않았다. 주자학은 이념 보위의 홍위병 구실을 하면서 다른 유교 이념이나 사상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사문난적이라는 말 자체가 '주자학을 문란하게 만든 도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주자학에서 벗어난 유학을 도적이라고 폄훼할 정도로 주자학의 순혈주의는 급속히 강화되어갔다.
 
주자학 이외의 것은 이단이었다. 배척해 없애야 하는 사술(邪術)이었다. 그래서 주자학을 벗어난 이단들은 철저하게 탄압을 받았다. 윤휴(1617~1780)와 박세당(1629~1703)은 사문난적의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주자학을 '종교'가 아니라  '학문'으로 받아들였다. 당연히 그 해석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들은 송시열과 노론 일파에 의해 처형과 삭탈관직을 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우려했던 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눈앞에서 펼쳐지려 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정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물꼬를 트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도 일찌감치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검토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학자들이 쓴 교학사 국사 교과서는 격렬한 역사 논쟁을 불러왔다. 그러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집권당의 '대장'에 해당하는 한 의원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운운하여 일대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교학사 국사 교과서 파동을 일으킨 '저의'가 혹시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일련의 역사 논쟁의 흐름이 집권 여당과 보수 우파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역사학은 '왜'라는 질문으로 이루어진다.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왜'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게 역사학이다. 사실 역사학뿐이겠는가. 모든 학문과 배움에는 '왜'가 담겨 있다. 그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여겨서다. 참으로 당연하고 자명한 진실이다.
 
기원전 6~5세기경 이오니아인들은 '질문', '조사'라는 의미로 'historia'를 사용했다. 그후 역사는 '탐구해서 알아내다'라는 뜻으로 해석되곤 했다. 역사적인 사실을 어떻게 읽어내고, 그 이유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데 역사 연구의 초점이 맞춰졌다. 역사 연구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띠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노림수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면 역사 해석이 제한된 틀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다양한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과거 시대를 이해하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의식에 공명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주류 역사학의 권력자들이 자기네 입맛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한 역사적 사실과 역사 해석만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상황은 국사 과목의 수능필수화라는 배후의 지원 시스템을 통해 강하게 뒷받침된다.
 
국정화한 국사 교과서는 정권 입맛에 맞는 역사 서술로 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구실을 할 개연성이 높다. 지난 37년간 이어진 국정 국사 교과서 체제의 역사가 이를 웅변한다. 지배 권력층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해석과 서술, 지나친 반공 이데올로기 등의 문제는 국정 국사 교과서를 향한 비판의 맨 앞자리에 서는 항목들이었다. 폭압적인 유신 독재를 가져온 박정희 정권이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핵심 의도도 여기에 있었다.
 
역사학은 다양한 역사 해석을 통해 발전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 의식도 학생 각자의 주체적인 역사 해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워지기 마련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붕어빵' 국정 교과서가 학생들의 역사 인식, 나아가 진보적인 사회 의식을 질식시킬 것임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국정 국사 교과서는, 그 저변을 넓히려 했던 윤휴나 박세당과 같은 학자들을 사문난적으로 몰아부친 주자학과 같은 구실을 하게 되지 않을까. 주자학이 그랬던 것처럼, 창의적인 역사 해석을 질식시킨 채 '국정'의 편협한 민족주의만을 강요하는 보수 권력의 홍위병 노릇을 하지 않을까.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사는 곳, 곧 공간에 구속된 까닭이다. 여름 벌레는 얼음에 대해 말할 수 없다. 한 계절, 달리 말해 시간에 고정된 채 살아가고 있어서다. 정직하지 못한 선비는 도에 대해서 말하지 못한다. 세속적인 가르침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자>에 나오는 유명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대한민국'만'의 역사로 이해하려는 보수주의자들이 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편협한 공간의 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 공화국 시대인 2013년의 대한민국을 교조적인 주자학이 지배하던 조선 중·후기와 같은 봉건 왕조의 일당 지배 체제 시대로 받아들이는 과거 회귀론자들도 있다. 얼음을 모르는 여름 벌레와 같이 자기만의 시대 착오적인 의식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위선적인 사람들이다. 속으로는 이기적인 권력 욕망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올바른 역사의식과 나라사랑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치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좁은 시야와 시대착오와 위선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역사 교육은 사람들의 정신을 좀먹어 결국에는 시커멓게 썩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의 무뇌아들이 만들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역사 교육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어서 득을 보는 자들은 누구인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망한다는 역사가들의 말이 있다. 민족은 망하더라도 이득을 보는 집단은 끝까지 승승장구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바로 그런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참된 역사교육의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해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24149&CMPT_CD=P0001
 
 
역사도 후퇴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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