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송 버스
오늘 있었던 일이다. 안 무서우면 ㅈㅅ.
나는 밤에 일하고 항상 밤에 출근한다.
오늘도 평소처럼 새벽 4시 반에 항상 지나는 국도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한참 달려가는데 회송 버스가 앞을 달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버스는 천천히 달리는데다가 각 정거장에 서기 때문에
따라가기 귀찮아서 추월하는데 회송 버스라 괜찮지 싶어서 계속 뒤에서 달렸다.
문득 버스 쪽을 보니 회송이라고 쓰여진 목적지 아래에 뭔가가 달려 있었다.
난시라서 멀리 있으면 안경을 써도 뭐라고 쓰였는지 또렷하게 안 보인다.
그래서 신호에 걸리길 기다리기로 했다.
한참 지나 신호에 걸려서 읽어 보니 그냥 정거장 순서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어디어디 출발해서 어느 강을 지나서 어느 센터에서 무슨 공원 앞..
쭉 읽어보는대 종이 뒤에서 무언가가 움직인 것 같았다.
잉? 누가 타고 있나? 회송이니까 손님일 리는 없다.
버스 회사 사람이 같이 탔나보다 생각하던 중에 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며 버스 안을 보니 역시 누가 있는 것 같았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걸로 보아 서 있는 것 같았다.
어딘가 이상하긴 했지만 처음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잘 생각해보니 제일 뒷부분은 의자로 되어 있으니 뒷차에서 서 있는 사람이 보일 리 만무했다.
(뒤에서 주행하다보면 올려다버게 되니 앉은 사람 머리가 겨우 보일 정도)
나는 국도를 일직선으로 달렸고, 버스 또한 내 앞을 쭈욱 달리고 있었다.
정말 신경 쓰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계속 흔들거리는 사람에게 시선을 강탈 당했다.
다시 신호에 걸려서 또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올려다보니
뒷좌석에 양손바닥을 찰싹 달라붙이고 눈을 번쩍 뜬채로 웃는 긴 머리 여자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는 바람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손이나 얼굴이 마치 고구마처럼 자색을 띠고 있었고 혈관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얼굴에 검푸른 선이 얽혀있었다.
그 여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계속 날 쳐다봤다.
뒷차가 경적을 울리는 바람에 제정신이 들었다.
땀에 흠뻑 젖었다는 걸 깨닫고 더는 저 버스 뒤를 따라갈 마음이 들지 않아서
남한테 피해가 가지만 ㅋ 오른쪽 차선으로 옮겨서 버스와 거리를 두었다.
벌써 4년 동안이나 지나다니는 길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다신 버스 뒤에선 달리지 않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