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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리고 너.
게시물ID : love_91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빛샴페인
추천 : 2
조회수 : 3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22 15: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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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우연히 간 병원에서 널 처음 만났다.
알고보니 동갑.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너와 나의 취향.
좋아하는 작가도,
좋아하는 야구팀도,
좋아하는 영화 장르도,
좋아하는 곳들도.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똑같아서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 라고 우리 둘은 얘기했다.

너와 함께 얘기하는 시간은 늘 즐거웠고,
연인도 친구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4년을 보낸 뒤
너랑 나는 2014년 크리스마스에
서로가 타지에 있는 상황에서 연인이 되었다.

장거리 연애지만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었고,
늘 나는 너를 보고 싶어서 달려가려했었다.
어쩌면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더 아등바등 애를 쓰고, 기를 써서 보려했는지도 모른다.

너는 나를 늘 너의 이상형에 맞추려 했었다.
55사이즈 부터는 쳐다도 안 봤다는 너의 말에
운동도 열심히 했고, 매 끼니마다 식단을 찍어서 보내라는 너의 요구에도
묵묵히. 정말 그저 묵묵히 너의 말을 따랐다.

그런 내가 너는 질렸었나보다.
두 달 뒤의 어느 날 일상적인 통화 후에 너는 '나중에 연락하겠다' 라는 말을 끝으로
너는 연락이 오질 않았다.
알고있었지만, 믿고싶지 않았나보다.
그냥 이사 때문에 바쁜거겠지-
일 때문에 힘든걸거야-

2주 정도의 침묵을 견디지 못 해 결국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보았다.
우린 그만하는게 좋을 것 같다.
서로가 함께 할 수 없다는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만하자.. 는 너의 말.

이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얘기를 고작 카톡으로 할 수 있느냐.
얼굴 보고 얘기하자는 나의 말에 너는 미안하다며. 얼굴보면 미안해서 더 얘기 못 할 것 같다는 말로 대답해왔고,
결국 나 역시 알았다고. 잘 지내라고. 그간 고마웠고 미안했다고. 그렇게.. 끝냈다.
한 번씩 내가 먼저 이별을 말해주지 못 한게 미안하기도 했다.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건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결국 너를 내몰은게 나라는 생각에.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지금도 그냥 저냥 서로 좋은, 아는 사람 정도로 지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에
슬프고 미안해져왔다.


그리고 작년 12월.
나는 새로운 '너'를 만났다.
모든게 너와는 달랐다.
가끔 농담으로 대왕오징어라고 놀릴 정도로, 잘생기지 않았고.
취향도 너무나 다르다.

그렇지만 너와는 달리 싸울 수 있는 남자였다.
너한테는 늘 눈치를 보면서 차마 싸울 수도, 따질 수도 없는 나였지만
새로운 너에게는 싸우다가도 서로 얼굴보면 피식- 하고 웃으면서 풀 수가 있다.

살찐 지금의 내 모습도 눈이 부시고 예쁘다고 해주는 너.
가끔 미운 짓도 많이 하고, 모난 구석도 많지만 그런 나조차 최고라고 해주는 너.
살아온 환경이 달라 가끔 서로 헉- 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너를 만나 새로운 것들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해주는 너.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80년만 함께 하자고.
네가 나의 일상이고, 네가 나의 삶의 목표라 해주는 너.

누군가를 다시 믿을 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깨준 사람이 너라서,
나락으로 떨어진 나의 현재를 붙들어준 사람이 너라서
참 다행이다.

새로 만나게 된 사람이 너라서.
그런 너를 사랑할 수 있어서.
너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
출처 보고싶다는 너의 카톡에 급 생각나서 적은 나의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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