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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게시물ID : menbung_362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곤율건희
추천 : 3
조회수 : 34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19 21:08:04
나는 게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났다.

당시부터 친했던 아이들도 있고 별로 친하진 않았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어찌 되었든 간만에 만나니 반갑고 마음이 썩 즐거웠다.

그러던 중 어쩌다 한 여자애 옆에 앉게 되었는데 나름 농담으로 '난 내외해서 여자 옆에 못 앉는데 ㅋㅋㅋ'라는 말을 던졌다.

그리 재미난 농담도 못되니 그냥 다들 피식하고 넘어가는데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 티가 내외 하긴했지 니가 여자처럼 남자들이랑ㅋㅋ'

그리고 대화의 주제는 내가 얼마나 남자다워졌는지에 대해서로 변했다.

그런 말들이 순간 내 마음을 후벼팠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고등학교 시절엔 내가 아직 내 맘속의 다른 나를 죽이기 전이 였으니까.

그리고 다른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애들이랑 쉽게 친해지고 잘 어울리는 내가 밉게 보일 수 있을만큼 19살의 우리는 철이 없었으니까.

또한 그 여성스러움을 빌미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해도 되는 그런 나이였으니까.

너희는 알까 나는 그로인해서 나를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남성스럽게 변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고 나면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으면 하고 얼마나 꿈꾸었는 지.

그렇게 될 수 없음을 알고 얼마나 절망했는지 알까.

너희가 대학에 입학하고 다른 이성과 썸을 타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또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이 튀어나올까 일부러 마주치지 않기위해 길을 돌아가야 했던 것은 알까.

내가 이런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싫어서 죽어버렸으면 했다는 사실을 너희는 알까.

그리고 내가 나를 혐오하게 만든 것은 너희라는 것을 알까.

그래서 나는 내안의 여성을 죽여버렸다.

그저 평범하게 보이고 싶을 뿐이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내가 아니었어야 했거든.

그렇다고 너희를 원망하진 않아.

철없는 시절엔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니까.

다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직까지 이렇게 내가 조금 혼란스러울 뿐이지.

나는 정말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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