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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엘룬에 대한 이런 저런 짧은 이야기입니다. (2)
게시물ID : history_124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etraisol
추천 : 8
조회수 : 17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1/08 11:21:57
Hoelun220x350.png
 
(호엘룬의 초상화입니다,)
 
 
벡테르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린 이후 테무진이 예케 몽골 울루스 Yeke Mongol Ulus 즉 대 몽골국의 대칸이 되어 징기스칸의 이름을 받을때까지의 20여년 동안은 후엘룬의 역할이 드러나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타이치우드 가문(씨족이라는 표현보다는 이쪽이 낫을지 모르겠군요.)의 공격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보드지긴 가문이 박살나고 테무진이 노예로 끌려갔다 탈출하였던 일이나 호엘룬을 빼앗긴 것에 대한 메르키트 부족의 보복공격으로 또 보드지긴 가문이 큰 타격을 입고 큰 며느리 보르테가 끌려갔다 씨앗이 다른 자식을 잉태하고 돌아온것, 테무진의 안다anda 즉 의형제 자무카가 배신하고 적으로 돌아선 일이나 테무진의 가장 큰 후원자이자 든든한 배경이었던 케레이트 부족의 옹칸이 배신하여 가문이 위기에 몰린것 등 테무진의 존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건들의 연속이었지요,
 
그러나 유목민의 여자들이 그러하듯 이렇게 모두가 자리를 비운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지며 조용하게 그를 뒷받침 해왔을 것은 분명하기에 1206년 아들이 초원의 패자로서 일어선 그 때의 감흥은 누구보다도 남달랐을것입니다, 때문에 모자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고 할수 있겠지요.
 
몽골제국은 기존의 유목 제국들과는 그 궤를 달리할만큼 매우 혁신적인 국가였습니다, 그 중에서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성문법 야삭 Jasaq, 암살이 일상화된 초원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왕권을 뒷받침 해줄 친위대 케식Kheshig, 초원 특유의 이기주의에서 기반하는 분리적 성격을 근멸해줄 천호제도의 도입, 그리고 기존의 귀족들에게서 특권을 박탈하고 새로운 지도층을 만들고자 한 분봉제도가 대표적인 것이겠지요.
 
새로운 국가의 새로운 틀에서는 반드시 갈등은 촉발되기 마련이고 그것은 몽골제국이라 다를바는 없었는데 특히나 어머니 호엘룬과 테무진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은 다름아닌 분봉 제도였습니다,
 
분봉 제도의 수혜자들은 징기스칸의 자식들과 형제들, 어머니 그리고 개국 공신이었습니다, 분봉은 비단 토지뿐만 아니라 95개의 천호로 나누고 합친 부족민들도 배분되었습니다, 그 중 절반은 징기스칸 본인의 몫으로 남았고 나머지는 어머니, 자식들, 형제들에게 배분되었습니다.
 
그러나 의례 그러하듯 이런 문제에는 불만이 팽배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비단 어머니 후엘룬이라 해서 다를게 아니었지요,
 
 
 
칭기즈 칸이 어머니에게, 아들들에게, 아우들에게 백성을 나누어 주겠다며.  "나라를 모으며 고생하신 것은 어머니다. 내 아들들 가운데 맏이는 조치다. 내 아우들 가운데 가장 어린 것은 테무게 막내다."  라고 하면서 어머니에게 막내의 몫과 함께 1만의 백성들을 주었다. 
 
어머니는 싫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몽골비사
 
 
흥미로운 것은 징기스칸은 표면적으로는 어머니의 공로를 찬양하면서 실질적인 보상은 전무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1만의 백성을 주었지만 그 것은 막내 테무게 옷치긴과 공유된 것이기 때문에 말자상속의 원칙 상 가문의 막내는 봉양의 의무를 가진것을 생각해볼때 그녀는 사실상 제외되었다 라고 볼수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단 한뼘의 토지도 단 한명의 백성도 돌아가지 않았지요.
 
그런 그녀의 심정은 문학적 수사구인 싫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로 드러납니다, 말 그대로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이 아닐수 없었겠지요, 기껏 죽을 고생을 다 하며 자식 새끼 키워서 대칸으로 올려놨더니 이제는 쓴물 단물 다 빨아먹었다는 건지 면전에서 매몰차게 구는 것을 보게 되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징기스칸이 그녀를 외면할수 밖에 없었나 를 생각해 보지 않을수 없는데 첫째로 중앙집권적인 국가인 이상 어쩔수가 없었다 라는 것을 들어볼수 있습니다, 특유의 분리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성격이 팽배한 유목 민족들을 규합하여 하나의 단일한 지휘계통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중앙집권적 국가야 말로 몽골에게 가장 화급한 과제였습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권위는 어머니의 공적을 인정하는 순간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었지요.
 
두번째로 시각 차이입니다, 호엘룬에게는 보드지긴 가문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일찍이 배다른 아들 벡테르의 죽음에서 입증된 사실로 호엘룬에게는 자식들 보다는 가문이 더 우선시 되었지요, 반대로 징기스칸에게는 나 자신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징기스칸의 분봉에서 드러나는데 그가 가장 총애한 테무게 옷치긴을 제외한 동생들은 징기스칸의 아들들의 절반도 채 안되는 봉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즉 분봉은 그 동안 쌓여온 어머니와 아들의 시각차이, 가치관 차이, 성격 차이가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는 계기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호엘룬은 이 일을 가지고 문제를 만들수 없었습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보드지긴 가문이었습니다, 비록 그 권위가 아들 테무진의 대칸의 그것에 못지 않았다 할지라도 문제를 폭발시켜 아들과 대립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이 신생 제국을 분열시켜 무너뜨리게 할것이 분명하기에 제국의 미래를 위해서 그녀는 울분을 속으로 삭혀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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