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여성계의 편파적인 시각은 비단 군가산점 제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회현상을 해석하는데에 있어서도 균형잡힌 시각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제목에서 언급한 신조어 '김치녀' 현상에 대한 해석에서 나타났다. 이전부터 이러한 혐오 단어는 존재 해왔었다. '된장녀'가 바로 그것이다. 의미 분석을 해보자면 '된장녀'는 겉멋에 찌들고 허영심 부리기를 좋아하는 속물근성의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허나 대부분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듯 속물근성에 찌든 여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에 '김치녀'와 같이 큰 논란거리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치녀'라는 신조어는 그 의미부터가 달랐다. 데이트 비용의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여성, 집은 당연히 남성이 마련해야 한다는 여성등을 비롯해 경제적인 부분과 업무상 힘들다고 여겨지는 모든 부분에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들을 지칭 하는 의미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김치녀를 지칭하는 범주도 된장녀에서는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상당히 확장 되었고 세간의 이슈가 되기에도 충분했다. 미리 언급하겠지만 이성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이러한 단어들의 사용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사회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데에 있어서 드러났던 여성계의 편협한 해석에 대해서 만큼은 냉정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치녀 단어의 사용이 널리 확산되자 각종 여성단체들은 일관된 해석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요약 해보자면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한 남성들의 위기 의식 증가"가 약자인 여성을 타겟으로 잡고 무작정 비난 하는데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가부장적인 질서가 아직까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한국의 특성상 그러한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남성이 없으리라 단정할 수는 없다.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부장적 질서속에서 수혜를 당연하게 여겨왔던 여성들에 대해 비판 의식이 결여된 지극히 편협한 해석이다.
전통적 가치관에서 여성이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남성을 내조해야 하는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 처럼, 반대로 남성이 여성을 보호하고 책임지며 경제적인 능력을 통해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것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남성의 역사> 공동저자인 카스파 마제 박사가 지적하듯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상과 더불어 남성들에게 매긴 우선순위는 스테레오 타입의 형성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이에 남성들은 여성에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계산해왔다" 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데이트 비용을 비롯해 여성을 책임질 수 있고 보호할 수 있는 남성의 경제적, 정신적 능력의 강함등은 여성의 욕망이 투영된 '가부장적 스테레오 타입으로서의 남성성' 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전통적 스테레오 타입에 부합하는 남성상을 요구해왔던 여성들의 태도 또한 당연히 '김치녀' 현상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비판의 소재가 되었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