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를 부정하는 4·3유족회가 출범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공동대표 이동해·홍석표·오균택)는 7일 제주시 하니관광호텔에서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창립기념식에는 4·3사건을 왜곡 기술한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 중 한 명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를 비롯해 소설가 현길언씨, 현창하 제주도경우회장, 4·3평화공원을 폭도공원이라 불렀던 이선교 목사 등이 참석했다.
정립·연구유족회는 창립선언문에서 "제주 4·3 정부 보고서는 4·3의 핵심이자 본질인 성격 규정이 안된 반쪽짜리 보고서일 뿐만 아니라 왜곡과 날조로 점철돼 있다"며 "제주4·3평화공원에는 추념받아서는 안될 위패들이 모셔져 있다"고 밝혔다. 또 "왜곡된 4·3보고서를 수정할 것이며, 4·3사건의 개시일인 4월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장은 정부가 제주4·3특별법에 따라 수년에 걸친 진상규명과 증언채록 끝에 발간한 4·3사건 진상보고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4·3의 화해와 상생을 강조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4·3국가추념일 지정사업과도 어긋난다.
이날 기념식에서 강연에 나선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4·3은 대한민국 건립을 반대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선택하려던 남로당 세력이 일으킨 것으로, 국가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로도 참여했다.
그는 "진상보고서에서 4·3을 대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하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왜곡"이라며 "4·3은 포로를 잡았다가 양민은 풀어주기도 하면서 희생을 극소화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어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나 크메르루주의 학살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길언씨 역시 정부의 진상보고서가 1980년대 당시 민주화운동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2003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중앙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의결한 진상조사보고서는 무고한 인명 희생에 대한 책임을 이승만 당시 대통령에게 귀결하고 정부의 사과, 추모기념일 제정, 유족 생계비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3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정부 차원의 사과를 표명하기도 했다.
4·3 국가추념일 지정은 국회가 지난 6월 본회의에서 매해 4월3일을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일로 정하도록 부대의견을 단 4·3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 의결하는 절차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날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열린 국제평화심포지엄에서 "방해·반대 (보수)세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국가추념일 지정이 내년 4월3일 이전에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