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이송된 기억
저는 어릴 때 번개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오른쪽 팔과 양 다리에 화상을 입었는데 다행히 큰 화상은 아니었고,
지금은 손가락과 발가락에 화상 자국이 조금 남아있을 뿐입니다.
번개를 맞은 사람이 신비한 힘을 손에 넣었다던가,
특별한 능력에 눈을 뜬다던가 그런 소리를 들은 적 있는데
아쉽게도 저는 그런 걸 각성하진 못 했습니다.
다만, 신비한 체험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번개를 맞아 병원으로 이송될 때 이야기입니다.
구급차로 옮겨졌는데, 병원에 갈 때까지 의식이 전혀 없었답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때 기억이 지금도 선명히 기억납니다.
이웃집 아줌마가 기절한 절 발견하시고 옆으로 오셨을 때 맨발이셨던 것.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엄마가 수건을 한아름 들고 있었던 것.
구급차 안에 있던 구급 대원 얼굴이나, 그 안 상황.
병원에서 분주히 뛰어다니던 간호사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들여다보던 의사 선생님.
등등등 마치 TV로 보는 듯한 느낌으로 보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그때 제가 본 것을 엄마에게 말해보니 다 맞다지 뭡니까.
저로서는 리얼한 꿈을 꾼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당연히 맞을 거란 확신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임사 체험 같기도 하고, 유체 이탈 같기도 한데
정말 신기한 일은 이 이후부터입니다.
의식을 잃었던 동안 본 것 중에, 실제론 없던 사람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잘 설명은 못 하겠지만, 구급차를 탈 때까지 제 곁에 있던 사람은
우리 엄마, 이웃집 아줌마, 그리고 그 집 아들(119에 전화해줌)
그리고 지나가다가 걱정되어 차를 세우고 곁에 다가온 이웃집 형
이렇게 총 네 명만 있었다고 하는데
제 기억에 따르면 그 넷 외에도 몇 명 더 있었던 것 같단 말입니다.
그 기억만 좀 애매모호합니다만, 기억을 쥐어짜보면
저와 동년배로 보이는 아이가 서넛 있었는데
어쩌면 더 있었을 수도 있고, 한 명만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죄송해요. 기억하려고 하면 더 헷갈려서)
그들이 구급차가 올 때까지 제 몸을 열심히 어루만지는 겁니다.
이마를 쓰다듬기도 하고,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어루만지기도 하고,
화상 입은 곳에 손을 딱 붙이고 있거나..
아주 따뜻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그때는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이상하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필사적으로 그러는 것 같기도 해서 살려주려고 하는거구나 생각했습니다만
나중에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그런 애들은 없었던 데다가
자칫 잘못 움직였다가 큰일 날 수도 있다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집 근처에 예전에 화재로 죽은 형제가 있었는데
그 집 앞에는 지장보살을 다섯 모시고 있습니다.
그 댁 아줌마가 다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하셨던 적이 있는데
며칠 동안 그 지장보살에게 꽃과 과자 공양을 제가 대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그 애들이 감사 인사로 살려준 걸 수도 있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서 도쿄에서 살고 있는데
가끔 고향에 갈 때마다 소소해도 꽃이라도 공양하며 그때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