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후쿠오카의 어느 유명 백화점... 얼린 망고를 파는 가게 앞 시식코너를 지나가는 길이었다.
맛있게 보이는 망고들이 이쑤시개에 꽂혀서 나를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일행이 벌써 지나간 마당에 급한 마음으로 망고가 담긴 일회용 컵 하나를 잡고 가게를 떠나려고 하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어로 직원이 손짓을 하면서 나를 막았다.
찰나의 순간, 샛노란 망고를 시식코너에 다시 내려놓을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입에 쏙 집어넣었다.
시식을 마치고 잽싸게 가게를 지나려는 순간, 직원의 눈에서 수백만 볼트를 뿜는 싸늘하고 무시무시한 눈총 빔이 약 몇 초 동안 내 옆통수와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관광지의 커피숍직원, 기념품 가게 아저씨에게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무지무지 열받은 표정이었다.
나는 순간 왜 이 쪼끄만 망고조각가지고 미래의 손님(?)에게 이렇게 푸대접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여행을 마치고 인터넷에서 조사를 해보니, 일본에서는 바닥을 더럽힐 수 있어서 시식하는 음식을 들고 다니면 안되고, 사는 것이 아니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시식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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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다가 00가게 들어갔다.
메뉴 판을 보니 런치타임 마감이 한 3분 지난 시점이었다.
순간, 걍 부탁하면 해주겠지라고 지레짐작을 해버린 나는 "런치메뉴 쿠다사이"를 말하면서 점원을 애처롭게 쳐다봤다.
그런데 주문받는 직원이 딱 잘라서 런치타임 끝났다고 하는데 괜히 무지무지 섭섭했다.(지금 생각하면 그냥 점원은 메뉴얼을 따랐을뿐인데 난 너무 매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가게에서 제일 싼 카레를 시키면서 속으로 엄청 욕을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라는 말이 있다.
다른 나라를 가게되면 최소 그 나라의 공중예절이나 기본 성향을 파악하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짦은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혹시 나의 행동이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태국에서는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No Show 한국 관광객들의 악평이 자자하다고 한다.
우리 문화의 기준으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 어떤 나라에서는 엄청 나쁜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한국을 처음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이것 저것 배려하는게 귀찮다면 역시 우리나라 여행이 최고인 것 같다.
벌써 익숙한 한국의 공중예절을 다시 배우지 않아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