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계수나무
돌아가신 엄마는 날카로운 사람이었던 만큼
신기한 일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외할머니가 아끼시던 커다란 계수나무가 정원에 한 그루 있었는데
집을 증축하면서 그 나무를 자르게 되었습니다.
외할머니는 끝까지 계수나무 벌목을 반대하셨습니다.
그 나무가 우리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나요.
하지만 외할아버지가 독단으로 뿌리부터 잘라버리셨대요.
그리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외할머니가 협심증 발작으로 병원에 이송할 틈도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 날 밤, 엄마가 원래 계수나무 그루터에 외할머니가 웅크리고 있는 걸 목격하셨습니다.
외할머니는 계수나무가 잘려나간 나무 밑동을 가리키며
"계수나무.. 심거라."라고 엄마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계속 그 말만 반복하셨답니다.
외할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엄마는 계수나무 묘목을 심었습니다.
그러고 몇 년 후에, 제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고,
그 지역은 군수 공장이 근처에 있어서인지 적군의 포탄 투하를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계수나무 뿌리와 여기저기 비상 식량으로 생쌀을 묻어두었는데
왠일인지 계수나무 뿌리에 묻어둔 것만 탄 자국 하나 없이 멀쩡했답니다.
덕분에 전쟁이 끝나고도 가족들은 배곯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계수나무를 잘라낸 것이 외할머니를 죽음으로 이끈 걸까요.
계수나무에 수호령이 정말 살았던 걸까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 살아계시는 외삼촌은
이제 크게 자란 계수나무를 열심히 가꾸고 계십니다.
이 이야기가 신기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 잘려나간 계수나무 그루터기와 그 후에 심어진 계수나무는
지금 뿌리가 하나로 이어진 채로 자라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