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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입덕포인트
게시물ID : wedlock_39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뭍은내복피꾼
추천 : 22
조회수 : 1573회
댓글수 : 45개
등록시간 : 2016/08/16 15:13:42
5년 연애에 2년 차 신혼인 아내입니당 
저는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할 거라고 생각해요 
예쁜 것도 좋고 잘생긴 것도 좋지만 귀여움이라는 건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믿습니다 
여기서 귀여움이라는 건  귀엽게생김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유전자에 각인되어 아무리 귀엽지 않으려고 애써도 
결국에는 귀엽고 마는 그런 운명적 귀여움. 
네, 그런 걸 말하는 겝죠. 
그렇습니다. 제 남편은 그렇게 운명적으로 
귀여울 수 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귀여운 생명체입니다. 
물론 제가 이렇게 말하면 남편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그게 무슨 씽크빅돋는 헛소리냐고 말할 겁니다. 
평소 남편은 철벽시크도도함을 표방한 가면을 쓰고 다니니까요 
차가운 도시의 남자라고 할까요? 
아니면 개그도 학구적으로 할 것 같은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저는 알아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남편의 귀여움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게는 귀여움에 대한 레이다 같은 게 있었던 게 아닐까요? 
처음 보았을 때부터 느낌이 왔습니다. 
저 생명체에는 귀여움이 내제되어 있다, 라고. 
나는 거기에 매료되고 말 것이라 라고요.
 
남편은 처음에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애썼습니다.나는 귀엽지 않다. 그보다는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무서운 남자지,랄까요. 
하지만 자취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그의 바지를 
무심코 제가 내렸던 그때, 
수치심과 짜증으로 화를 내던 중 자신도 모르게 쮸뿌쮸부 댄스를 춘 이후, 
제가 웃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반바지를 겨드랑이까지 끌어올려입고 
한 차례 더 격렬한 의식의 흐름으로 춤 춘 이후 
남편은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회의와 자기혐오의 과정을 거쳤지만 말이죠. 
아,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귀여울 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인가. 
내 안의 귀여움의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는가. 
남편은 그 답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느꼈던 해방감과 카타르시스가 
그를 귀여움의 세계로 끌고온 것이죠. 
저는 단지 그의 바지를 내려주는 행동밖에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 쮸뿌쮸뿌 댄스는 오롯이 그 자신의 의지의 발현이었습니다.
 '승화'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 이후로도 남편은 시도때도 없이 자신의 귀여움으로 
저를 협박하고 이용하고 흔들어 놓습니다. 
그런 초월적 귀여움 앞에서 저는 속수무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고양이까지 키우고 있는데! 심장약이 필요하다!)  
이 관계에서 저는 늘 남편에게 약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남편과 함께 사는 하루하루는 귀여움과의 투쟁이지만 
저는 저 나름대로 저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 이렇게 귀여움을 수행을 계속하다보면 
언젠가 나도 열반에 이를 수 있으리라. 
인내의 끝에 현타가 있으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끝나는 날 가서 귀여웠다고 말하리라. 
그렇습니다. 여러분, 내내 귀여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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