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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엘룬에 대한 이런 저런 짧은 이야기입니다, (1)
게시물ID : history_12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etraisol
추천 : 7
조회수 : 117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1/07 17:58:59
징기스칸의 어머니 후엘룬의 인생은 다른 유목민의 여성들 이상으로 다사다난 했습니다.
 
그녀는 옹기라트 부족의 올코노드 가문의 여식으로 태어나 메르키트 부족의 칠레두에게 시집을 갈 운명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몽골 부족의 보드지긴 가문의 예수게이 형제에게 납치를 당했습니다.
 
유목민에게 여성이라는 존재는 남성 그 이상의 경제적인 역할과 더불어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 내맡겨질수 밖에 없는 남성들을 대신해 게르의 대소사를 책임질 가장의 역할을 요구받았지만 실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재산'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8~10세 즈음 양가 부모님들의 합의 아래 약혼을 하고 성인이 될 무렵 남성이 여성의 부락에서 여성을 데려오는 이 전통은 매우 위험하고 또 여성에게 끔찍한 일이 되기 쉬웠지요.
 
아무튼 몽골비사에 따르자면 호통도 치고 어르고 달레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예수게이의 부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미화가 되었든 어쨌든 그녀말고 사실 예수게이에게는 부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신분이 미천하거나 혹은 징기스칸과 그 후손에 의하여 삭제되었을것으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벨구데이와 벡테르를 낳았고, 후엘룬은 테무진, 조치 카사르, 테무게 옷치킨이라는 아들과 테무렌이라는 딸을 두었습니다,
 
제법 세력이 강성했던 예수게이와 살면서 그럭저럭 나름 안정되고 괜찮게사나 싶었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후엘룬의 인생은 다사다난 했습니다.
 
테무진의 나이 8살 후엘룬이 20대 중후반이던 그때 장남 테무진의 정혼자를 구하러 다녀오시던 예수게이가 타타르 족에게 독살 당한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닙니다, 장남이자 가장인 테무진이 미성년자이니 몽골 부족의 친척 관계에 있던 타이치우드 씨족에게 의탁해야 했으나 그 들은 이런 말을 남깁니다.
 
 
깊은 물이 말랐다. 흰돌이 부서졌다.
 
- 몽골비사
 
 
그 들이 이런 말과 함께 보드지긴 씨족을 내친것에는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것입니다, 부양가족의 증대라던가, 부족 내 권력 다툼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적자생존의 기치가 생생히 살아있는 초원에서 예수게이라는 보드지긴 씨족의 구심점이 없어지고 사실상 부족에서 고립무원이 된 까닭에 모두가 뿔뿔히 흩어진 이름뿐인 세력 뒤에 남겨진 아이들과 여성들, 노약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후엘룬에게는 가슴속 깊숙히 더 없이 잔인하게 꽂히는 일이었겠지요.
 
그 뒤의 생활은 이렇게 묘사됩니다.
 
 
타이치우드 형제들이 후얼룬 부인을, 자식들이 어린 과부들을 목영지에 버리고 떠나자  여장부로 태어난 후얼룬 부인이 어린 아들들을 기르는데,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고 오논 강을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산앵두, 머루를 따서 낮으로 밤으로 허기를 달랬다. 
 
담력을 갖고 태어난 어머니가 복받은 아들들을 기를 때 잇개나무 꼬챙이를 잡고, 오이풀, 수리취를 캐서 먹였다. 
 
어머니가 자총이, 달래로 기른 아들들은 임금들이 될 만큼 자랐다. 
 
원칙있는 어머니가 산나리로 기른 아들들은  절도있는 현자들이 되었다.
 
- 몽골비사
 
 
일단 유목민들의 식생활은 기본적으로 육식입니다, 그런 그들이 풀과 나물을 찾아헤매며 연명했다는 것은 우리네 보리 고개 그 이상의 참극이라 할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참담한 삶을 겪어나가며 징기스칸과 그의 형제들은 강인해졌을지 모를일입니다, 그렇기에 어머니 후엘룬의 보살핌이 큰 역할을 했을것입니다.
 
그러나 몽골비사에서 찬양하는 것과 다르게 후엘룬의 아들들은 절도있는 현자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니 그 들의 관계는 상당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는 테무진의 첫 살인이 누구인지 생각하시면 쉬운 이야기일것입니다.
 
유목민에게 노획물, 전리품의 배분은 경제생활의 핵심으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그것을 배분할 권리는 집단의 수장에게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벡테르와 벨구데이 형제는 테무진과 카사르가 잡은 물고기를 강탈했습니다.
 
기록에 따르자면 이미 어린 시절부터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으며 비록 유목민들에게는 적서차별이 없다지만 그 들의 혈통적 문제 즉 이복 형제간의 갈등이 한 몫을 했으리라 생각되나 어쨌거나 이러한 일에 대하여 테무진은 장자이자 집단의 수장으로서의 권리를 침범한 벡테르를 활로 쏘아 죽여버렸습니다.
 
그때 후엘룬의 태도는 이렇습니다.
 
 
내 뜨거운 자궁에서 힘차게 나올때 너는 네 손에 뜨거운 검은 핏덩이를 쥐고 있었다.
 
제 모태를 물어뜯는 카사르의 개 처럼, 바위에 덤벼드는 표범처럼,제 분을 억누르지 못하는 사자 처럼, 산채로 집어삼키려는 괴수처럼, 제 그림자에 달려드는 송골매 처럼, 자기 자식의 발꿈치를 물어 뜯는 낙타처럼, 눈보라 속에서 몰려오는 이리처럼, 자기 자식을 쫓아내고 잡아먹는 원앙처럼, 소굴속에서 달려드는 승냥이 처럼, 그 누구도 길들일수 없는 호랑이 처럼, 이유없이 달려드는 사나운 개처럼 자기 형제를 죽였구나
 
그림자 밖에는 다른 친구가 없고 꼬리 밖에 채찍이 없을때에 원수를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너희들만 살자고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
 
-몽골비사
 
 
 
이렇듯 심한 폭언과 욕설을 내뱉으며 그녀는 몹시 분노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혈육을 죽인 비윤리적 비도덕적 행동에 대한 꾸중과 이후에 타이치우드 씨족의 공격으로 사로잡힌 테무진으로 입증되었지만 무너져가는 보드지긴 가문을 분열시키는 형제들의 분란에 대한 분노도 있었을것입니다, 이는 무엇보다 가문의 존망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던 그녀이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것으로 보이는데 그 외의 이유로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가장의 권한에 대한 해석의 차라고도 생각됩니다,
 
즉 후엘룬이 생각하기에는 미성년자인 장남 테무진이 아니라 예수게이가 독살된 이래 씨족을 이끌며 경제적인 부양을 해온 자신에게 가장의 권한이 있다는 것이지요, 장남으로서 가장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 생각했을 테무진과 사뭇 대립되는 관점입니다.
 
그렇기에 이 일은 테무진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어머니 후엘룬과의 갈등의 시발점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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