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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스케치 - '침묵의 봄, 희망의 봄, 혁명의 봄', 탁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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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지옥의우유
추천 : 0
조회수 : 2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13 02: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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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허울로 존재하고 오염되가던 이승만 권위주의 정권시절, 누적되던 강압 정치에대한 불만이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불씨가 당겨진다. 그리고 봄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가 오는 듯해 보이는데..

 

책은 신동엽의 시로 시작한다. 봄의 소식. 봄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마을사람들과, 봄이 위독하다느니 봄이 광증에 걸린 악한에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쓰러졌다느니. 당시는 그랬다고 한다. 민주주의와 민중의 안녕을 상징하는 봄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매질을 당하고 있다고 짐작한 이유는충분할 환경이었다고 한다.

 

 북한의 공산주의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주창하던 이승만 정권은 북한과 하등 다를바 없는 독재 권위주의  정권으로 나아간다. 지식인은 탄압하고 정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했으며 시민들이 깨어있지 못하게, 연대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우남 이승만 선생은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를 잘 몰랐던듯 하다. 사사오입으로 본격적 장기독재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던 이승만은 점차 차오르는 전국적 민중의 분노가 노욕으로 가리워진 눈으로 보지 못한게 분명하다. 한때 박식하고 유능하고 저항정신으로 살아온 청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노인이 되어 하나둘 내려놓아도 될 시기에 부통령 후보 이기붕 까지 끌어 안고 또한번 정권재창출 시도한다. 김주열 학생이 최루탄을 맞아 사망한 이후 들불처럼 민중의 분노가 전국으로 번져나간다. 그리고 4월 19일.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하여 서울의 대학생으로, 모든 민간인으로 번져간 그 저항 시위를 전후하여 117 명이 사망했고 수백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책에서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민주주의와 피다. 수많은 사람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희생하며 자신들의 안위와 출세를 위해 사용했다. 이를 두고 민주주의 매혈기라 칭했다. 신동엽의 시에서 피를 흘리며 맞고있다고 짐작되었다. 지식인들은 민주주의는 피를먹고 자라난다고 역설한다. 슬프게도 피흘리며 쟁취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존재하기도 힘들 뿐더러, 설사 있다한들 사상누각으로 스러져 버렸다는 역사의 아픈인식을 보여준다. 대대적 선거조작에 동참하고, 빨갱이 색출에 전력을 다하며 권력에 영합하는 민주주의 매혈이 횡행하던 시대에, 시위대 맨앞에서 군인의 총칼에 스러진 여중생의 흘려진 피 앞에서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다. 이러한 인식과 미안함을 두고 더욱 두려워 지는 것은 피를먹고 자라난 민주주의가 기득권 몇사람의 기만으로 헝겊처럼 취급받는다는 예견이다.

 

 4.19 를 기점으로 이승만은 하야하고 자유당은 대폭 위축되었지만, 4.19 관계자에 대한 처벌이나 혁명입법은 지지부진하고 약화되었다. 혁명의 주변부에서 변죽만 울리다가 반사이익으로 집권하게된 민주당은 내홍과 내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혁명주체인 민중들의 요구는 격렬해졌다. 이후 남북학생회담을 진척시키는 도중 박정희의 5.16 쿠데타로 민중은 다시한번 엄혹한 권위주의 체제에 편입되게 된다. 권위주의 정부가 득세하고 있을 때, 분노하고 혁명의 의지를 다지고 공부한 것은 민중이다. 자그마한 권력이라도 가지고있는 사람들은 앞잡이가 되었고 지식인은 숨어지내거나 숙청당했으며, 경제인은 아첨과 자금을 바쳤다. 그러나 혁명 주체인 민중은 봉기가 끝나고 난 뒤, 새로운 권력의 주체로 기능하지 못하고, 외형만 다르고 속성은 다를바 없는 권력의 피해자가 된다. 이것은 너무나 아프게도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끊임없이 반복된다. 4.19가 그랬고 부마항쟁이, 광주민주화항쟁이 그랬고, 6월민중항쟁이 그랬다. 이들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민중에게 부당한 권력에 대한 자랑스러운 저항의 역사와, 자신감, 본보기를 제공해준 유의미한 기록이자 자산이다. 그러나 이후 민중의 위상과 삶의 질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도, 혼란한 시기를 틈타 또다른 권위주의 정권이 계속해서 집권하는 것도 절망적이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욱 분한 것은 한때 민중과 함께 피흘리며 싸웠던 사람들이 민중이 주체가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기득권에 편입하고는 입을 닦는 것이다. 권위주의에 능동적으로 저항하다 스러진 수많은 지식인과 활동가와 민중과 소년소녀의 영혼들에게 면목이 있는지. 적어도 이런 세상을 영속시켜 나가려는 세력에게 우리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끝까지 저항해야 그들의 영전에서 고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민중이 사람다운 삶을 살고 몽둥이가 아닌 물대포에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 날 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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