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난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가 살면서 존경하는 분이 두 분 계시는데
한분은 대학시절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고 다른 한분은 어렸을적 당신 집에서 머슴일
하시던 분이셨다.
아버지는 두 분중 머슴일 하시던 어르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자주 들려주셨다.
집안의 장남이 남의 집에 머슴일을 하게 할수는 없다면서 형님 대신 머슴일을 시작한
아저씨. 새벽기도를 마치고 일을 나와 하루 일과를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 하시고
저녘이면 독학으로 학교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일 하실땐 언제나 나중일을 생각하시고 미리 준비하고 처리하는 모습에 아버지는
늘 배울점이 많았다고 했다. 그리고 신앙심도 깊으셔서 교회에서 아버지의 성경공부를
몇년동안 봐주셨다고 한다. 또 아버지가 엇나가려고 할때면 늘 찾아와서 당신을 다독이고
타이르셨다고 한다.
그렇게 수년간 아버지와 함께 했던 머슴아저씨는 스스로 독학한 공부로 자식3명을 가르치고
대학까지 보내셨다. 자식들이 대학을 갈때쯤엔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기차 화물 운반일을 하러
마을을 떠나셨다.
그 뒤로 아버지 마음 한켠에 오랫동안 남아있던 머슴아저씨는 얼마전 작은할아버지 장례식에서
만나게 되었다. 근45년만의 만남.
아버지는 머슴아저씨께 '아저씨가 저의 롤모델이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오래동안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분의 자식들은 다들 잘되어 김해에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한다.
이틀동안 작은할아버지 장례식을 지키고 돌아온 아버지는 다시 만난 머슴아저씨의 이야기를
하시며 '이젠 종종 찾아뵐 수 있겠다'라고 하셨다.
출처 | 아버지.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