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다. 직장 구해 집에서 나와 혼자 살기 시작했을 무렵인가, 아니면 일에 적응할 떄 쯤 자만감에 취해 있을 무렵인가.
일 그만두고 해외로 나온 것 후회하지 않는다.
이만원 삼만원 오만원도 아닌 1불 2불 5불에 벌벌 떨고,
한국에선 기분좋게 친구들 둘 셋이서 먹는 술값 계산했지만, 여기선 가끔 아주 가끔 먹는 20불 이상에서 손이 벌벌 떨리고,
혼자 눈치 안보고 설거지 쉬다 하고싶으면 쌓아두고, 청소 한 이주 쯤 밀려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세탁물 다시 정리해 놓지 않고 건조대에 그냥 널어두어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여기선 어쩔수없이 하나하나 혼자 눈치보게 되고,
그래, 돈 못써서 약간의 스트레스는 될 지언정, 미래에 대한 투자다 나에대한 투자다 내 미래의 자식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투자다 생각하고 이것도 그냥 참으련다. 잠깐의 시기만 지나면 될 테니까.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 그래, 배우는 과정이고 이정도면 잘 하진 않아도 나쁘진 않다. 물론 더 분발해야하지만. 학교에서 수업 들을 만 하고, 의사소통 하는데는 크게 문제 없으니. 속 싶은 말은 못할지언정 하고싶은 말의 80%는 전달 할 수 있으니, 내가 머무른 시간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여기 문화에 익숙해지고 더 능숙해지겠지.
학교, 벅찰떄가 많지만. 그래 어떻게든 패스만 하면 되겠지.
한국음식 먹고싶은거? 순대 서너조각 들은 순대국이 18불이고 떡볶이 순대 1인분에 10불이 넘어가지만, 뭐 조금만 참지 뭐.
생각해보면, 참으려면 참을 수 있고, 하라면 할 수 있고, 버티라면 버틸 수 있다.
근데 그냥 지금은 다 너무나 벅차다. 숨 쉬는 것 조차 벅차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지금 당장 나는 모든게 나는 벅차다.
분명 여기에 내가 도와달라면, 발 벗고 나서 도와줄 사람이 있지만, 그래서 그래도 난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왠지모르게 혼자 너무 외롭다.
누군가에게 안겨 그래 잘하고 있다 지금은 다 괜찮아. 지금은 안심하고 푹 쉬어도 된다라는 말이 너무나 듣고싶다.
그냥 차라리 목놓아 울고싶지만, 어느틈엔가 말라버린 눈물은, 눈 안가가 뜨거워지기만 할 뿐 흘러나오지 않는다.
나는 지금 29살, 이제 곧 서른이다. 서른즈음엔, 이립이라는 그 서른에는, 난 내가 거창한 일을 하진 않아도 더 어린 날보다는 좀 더 안정 되어있을 줄 알았다. 난 내가 특별하게 살진 않더라도 안정된 삶을 살 줄 알았다. 빨리, 하루라도 빨리 이 시기가 지나버렸으면 좋겠다.
먼 훗날,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라고 추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