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반을 가르치시는 문학선생님께선 다른 선생님들과는 다른 독특한 수업방식을 고수하십니다.
예를 들면 시(산도화)를 읽고 한 시간 통째로 시화를 그린다든가, 서경별곡을 배우기 전 대충 화자가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시고 짝끼리 서로에게 커플이 되어 한 사람은 잡는 사람 한 사람은 뿌리치는 사람이 되어 서로에게 편지를 쓴다든가, 소설을 읽고 만화를 그린다든가 등의 다채롭고 예술적인 활동들을 수업에 많이 접목하십니다.
그런데 얼마 전 "OOO(선생님 성함)배 XX고 시화전"이라고 하시면서 한 시간 통째로, 학급인원 전부가 밖으로 나가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최우수 한 명, 우수 두 명, 장려 두 명 이렇게 총 다섯명에겐 상장과 간식거리도 주셨습니다. (전 우수상 탔어요!)
정말 신선했던 경험이었기도 하지만, 뭔가 그 시간을 경험하고 나서 제 속에 있던 뭔가가 바뀐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비문학 도서를 즐겨읽었습니다. 문학도 좋아했지만 끊임없이 전문적인 지식들을 알아가고 세상의 많은 사실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그 시간들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읽을 때마다 꼼꼼히 분석했고 철저히 짓이겨 제 것으로 만들려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책은 저에게 스승이자 싸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교정에서 하얗게 핀 목련을 보면서, 정말 단순하고 투박해도 제가 직접 시라는 걸 지어보면서,
그 외에 많은 활동들을 통해서 저는 문학이 예술임을 실감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문학은 제가 비문학서적을 읽었던 방식처럼 인물과 사건과 배경을 철저히 분석해가며 읽는 피곤한 글이었습니다.
입으로는 예술이라고 내뱉지만 손과 머리는 문학을 찢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에게 문학은 진정 예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은사님께 문학을 문학으로 읽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화자가 어떻느니, 서술자가 어떻느니, 구성이 어떻느니 하는 것들은 수능이 끝나면 자연스레 잊혀지겠지요,
하지만 지금 제가 배우는 것들은 제가 백발의 노인이 되어도 여전히 제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