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걸은 지 5일째다.
7시쯤 찜질 방에서 나와 삼척을 향했다.
다리가 아직 아프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냥 걷는다.
걷다 실수로 신 국도로 들어왔다.
난 정말 바보인 건가?
또 경찰차라도 만나면 정말 친구들한테 평생 놀림 받을 거 같아서 나갈 길을 찾는데
이럴 수가..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없이 돌아가야 되나 생각하지만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아가려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난다.
다리는 아프고 고민하며 그냥 걷는데, 다리 밑으로 작은 계단이 있는 게 보였다.
바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길이 보인다!
경사를 내려가니 큰 폭의 배수로가 막아 섰다.
어쩌지 .. 건널까 ?
그러기에는 폭이 너무 넓은데 ..
어쩌겠어 건너자 !
그렇게 건너려고 일단 배낭을 집어 던졌다.
"헉 !"
"안되 !!"
배낭이 배수로에 떨어질뻔했다.
진짜 심장이 조마조마했다.
있는 힘껏 도움닫기를 해서 배수로를 건넜다.
막상 건너고 나니 그렇게 넓은 것 같지도 않고 ...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라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배수로를 건너기전에도 그랬고
낯선 사람한테 말을 걸 때도 그렇고
주유소에서 물을 얻을 때도 그렇고
여행을 시작 할 때도 그렇고
처음은 어렵지만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다.
그렇게 다시 바닷길로 진입했다.
30분 걷고 5분을 쉬며 걷는다.
발이 아파서 점점 느려지고 있지만 그래도 걷는다.
걷다 보니 다리도 적응한 것 같다.
그렇게 걸으며 동해에 들어왔다.
동해에 왔지만 난 걸어야 된다.
근처 하나로 마트에서 초콜릿과 음료수를 산후 다시 걷는다.
내가 왜 이렇게 걷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
드디어 삼척을 들어왔는데 차들이 엄청 많고
군인들과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걸 봤다.
뭐 하는 곳이지 ?
평소의 나라면 그냥 뭔가 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지나갔겠지만
이번엔 물어보기로 생각하고 근처에 아무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한테 물어봤다.
알고 보니 원자력 발전소를 만드는 중 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지 크네
여행을 하며 스스로가 조금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기도하고
스스로 반성을 하기도하고 쓸데없는 기대를 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 일뿐.
오늘 목적지인 임원까지 가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되는데 날 붙잡는 게 있다.
너무 귀여운 강아지들 !
내가 다가 가니깐 발라당 뒤집어져서 배를 만져 달라고 한다.
검둥이 누렁이 흰둥이 ! 세 마리가 다가와서 애교를 부린다
육포를 하나 던져줬더니 신나게 먹는다.
이제 가봐야 되서 안녕 하고 뒤돌아 가는데 뭔가 이상함에 돌아보니.
아직도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따라오던 귀여운 강아지 삼돌이는 어느 순간 돌아갔는지 사라졌다.
이쁜 공원에서 고생하는 발에게 휴식을 준 후 다시 출발했다.
"삼척 50km ! ?"
"으악" 좌절하며 걷는다
꼬불꼬불 길 지옥의 오르막길의 시작을 알려줬다.
"입에서 악 소리가 절로 난다"
너무 힘들어 도저히 못 가겠다고 생각할 때
정상이 보였다.
정상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누군가가 낙서를 해뒀다.
자세히 보니 전부 다 도보여행 자전거 여행하며 적어뒀고
나와 같이 힘들었는지 푸념들이 가득하다.
나도 하나 남겼지만 뭔지는 비밀.. 사실 기억이 안 난다.
드디어 산을 벗어나서 다시 바다길이 보인다.
산길이 내 발을 고장 냈는지 발이 너무 아팠다.
한걸음 한걸음이 가시밭길을 걷듯이 발목이 울렸다.
그래도 어쩌랴 걸어야지.
그렇게 가는데 저기서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먼저 내가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
< "아 ! 안녕하세요 ?"
> "도보여행 중이신가 봐요 ?"
< "예 오늘로 3일차에요"
> "어디서 오신 거에요 ??"
< "동해에서부터 오고 있어요"
> "우와 ..! 전 포항에서 왔어요"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헤어졌다.
또 산길이 나왔다 ..
산길 싫어 ..
산이 지나면 바다가 나온다.
바다가 지나면 산이 나오고
산 바다 산 바다 반복된다.
그래도 지루하진 않네 ..
두 등대가 서로 바라보고 있다.
바다를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시간이 빨리 가는 마법이라도 걸려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삼척 임원 표지판.
임원표지판이다 !!
오늘은 꼭 갈 꺼야 ! 다짐하며 걷는데 점점 어두워진다.
난 7시는 되야 어두워 질줄 알고 천천히 걸었는데
6시가 되니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점점 초조해지고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방에 있던 손전등을 켜고 걷는데 ,점점 불안하고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를 잡아서 타고 갈까 ?
하지만 산속이라 지나가는 차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걸을 때
업친데 덮친 격으로 휴대폰 배터리도 간당간당해지기 시작하자 더 불안해졌다.
다리가 아프지만 쉬기에는 아직 조금이라도 밝을 때 걸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후우욱 후우욱"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이럴 때일수록 힘내야지 하며 혼자 "화이팅!" 을 외치며 걸었지만 다리가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보이는 임원항 표지판.
산에서 1시간동안 걷다 발견한 이 표지판이 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도착한 임원항은 날 반겨주는 건지 따듯한 불빛으로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아침부터 고생했으니 상을 줘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치킨을 사서 근처 모텔을 잡은 후 푹 쉬었다.
내일은 삼척을 볼 수 있을까 ?
내 다리는 내일을 버틸 수 있을까 ?
생각하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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