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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도보여행.3
게시물ID : travel_197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온이다아
추천 : 7
조회수 : 5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04 05:45:08

편집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스물넷 도보여행. 1 링크

스물넷 도보여행. 2 링크


10 2일 걷기 3일차.

 

이른 아침 찜질 방에서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이번 여행은 , 혼자 하는 자유 여행 이였다.

 

친구들은 여행을 무슨 혼자 하냐고 말했지만.

 

혼자 많은 생각을 하고

혼자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

 

또 자동차와 자전거로는 가지 못하는 많은 길들을 

걸어서 자유롭게 이곳 저곳 다니면 

2년간 군대에 같혀 있던 답답함이 싹 풀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날 밤 태규형에게 미리 말했다.

내일 일어나면 먼저 출발하겠다고.

 

태규형도 별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일어나보니 태규형은 코까지 골며 자고 있기에 따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하기로 했으니 , 쿨 하게 출발했다.

 

어제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강구는 

길 옆으로 항구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저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아야 될 텐데 .

 

3_1.jpg

3일 동안 걸으면서 한가지 알아낸 것이 있다.

 

조금 큰 마을이나 도시주변은 항상 포장된 인도가 있고

작은 마을은 인도가 없다.

 

강구는 큰 마을 이였는지 인도가 있었는데

강구에 있던 인도들도 점점 사라지고

3_2.jpg
 

또다시 고속국도를 타게 됬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고속국도는 사람이 걸을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쉬는 곳도 없고

갓길도 상당히 좁아서 위험하다.

 

저렇게 갓길을 걸으면

갓길에 빗물이 빠지도록 경사가 지게 만들어져 있는데

경사를 밟으며 걸으면 발에 힘이 들어가고 결국 발목에 무리가 온다.

 

3_3.jpg
 

하지만 어쩌랴 ..

그 당시엔 당연히 길은 고속국도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바보처럼 열심히 걸었다.

 

걷다 보면 고속국도에서 마을로 빠지는 구간들이 가끔 나온다. 

3_4.jpg
 

그런 구간들의 특징은 "우리마을에 어서 오세요" 하며 붙잡듯이

입구와 길이 상당히 잘 꾸며져 있다.

 

자주 보이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걷는 사람을 위한 구간들이 존재한다.

이런 곳을 보면 일단 앉아서 쉬고

 

충분히 쉰 거 같으면

 

귀에 이어폰을 꼿고 걸어간다.

 

갓길에서 노래를 듣는 건 위험하고 쉬면서 노래를 듣기에는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이렇게 인도나 포장된 길에서 무조건 노래를 들어줘야 이득을 본 느낌이랄까?

 

3_5.jpg

 

어제 너무 무리해서 걸었는지 다리에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도 통증도 걷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지고 

바다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

통증도 같이 잊어버리게 된다. 

3_6.jpg
동해가 74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여행 계획 할 때. 동해바다가 저기였나 ?

하면서 동그라미를 두 번 이나 쳤던 기억이 난다.

 

여행 계획은 군복무를 하면서부터 짜두었는데.

 

동해 사는 후임이 무조건 가보라고 추천해서 꼭 들리기로 했었던 구간이라

동해라는 표지판을 보고나니 더 들뜨게 됬다.

 

3_7.jpg
 

바다를 계속해서 보다 보면 논이 나오고

논을 계속해서 보다 보면 산이 나온다.

산을 넘고 나면 바다가 나오고

바다를 걷다 보면 다시 논이 나온다.

 

지금 내가 걷는 곳을 휴대폰으로 확인해보니 영덕 앞이라고 나온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영덕이구나

 

난 영덕을 넘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자심 감이 생겨서일지 기분이 좋아진다.

 

다리가 조금씩 아파오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만 하다

 

3_8.jpg

걷다 보니 터널이 나왔다.

터널은 정말 피하고 싶었는데 .

 

컴컴하고 차 소리도 크게 들리고 터널은 정말 무섭다.

 

터널에선 갓길도 넓지 않아서 정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걷게 된다.

 

"쌔앵 쌔앵" 고막을 찢을듯한 자동차소리를 들으며 조심조심 걷는다.

머리 속에선 빨리 출구가 나오기만 생각한다.

 

이때는 다리 아픈 것도 이상한 잡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컴컴한 터널을 지나 다시 차도를 걷고 있게 된다.
그렇게 가장 고비라고 생각했던 터널을 빠져 나왔지만 쉴 곳이 전혀 없다.

 

동해대로.

 

내가 길을 잘못 든 건가 ?

 

바다도 보이지 않고 4차선 도로에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옆으로 조심조심 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차가 갓길 쪽으로 오고 있었다.

 

뭐지 ?

이상하게 긴장하게 됬다.

 

"?"

자세히 보니 경찰차다 ...

 

경찰차를 보니 잘못한 게 없는데도 긴장하게 된다.

 

설마 설마 했는데 경찰 차가 내 옆에 서고

경찰 두분이 내리셨다.

 

경찰 : 학생 

: ??

경찰 : 뭐야 왜 여기서 걷고 있어.

 

: 걸어서 여행 중이에요.

경찰 : 어디까지 가는데

 

: 일단 강릉까지 가려고요 

경찰 : 근데 왜 이쪽으로가

 

: 차들이 너무 빨라서 위험해서 차를 보고 걷고 있어요

(차를 등지고 걸으면 내가 피할 수 없으니 차를 마주보고 걷고 있었다.)

경찰 : 위험해 타!

 

: 아 도보여행 중이라 차는 안타려고요

그때 같이 계시던 다른 경찰 분이 말하셨다.

 

경찰 : 여기 신 국도라 사람이 걸어 다니면 안 되요 타요

결국 생에 처음 경찰차를 탔다.

내가 경찰차를 탈 줄이야

 

정말로 경찰차 뒷문은 안에서 열수가 없는 구조여서 신기해하며 

경찰아저씨들과 이야기를 하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경찰 : 신고 들어왔어.

         사람이 신 국도를 걸어 다니면 어떻게, 큰일나 아주.

 

경찰 분들이 신고가 들어왔었다고 말해주고 나서야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죄송하다고 경찰아저씨 분들께 사과했다.

 

: 죄송합니다

      그럼 어디로 가야 되죠

 

경찰 : 그거야 우리도 모르지 그냥 여기서 걸어서 신 국도만 타지 말고 걸어가봐.

 

그렇게 경찰 분들이 한참을 내가온 길을 돌아가서 어딘가에서 내려주셨다.

 

3_9.jpg
 

여기가 어디지 ..? 한참을 둘러보고 지도를 살펴보며 겨우 위치를 확인했다.

 

무려 8km나 돌아왔다 ..

정말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좀 쉬기로 했다.

 

쉬면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가며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니

다들 웃으며 쌤 통이라고 하며 , 힘든 거 없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먼저 친구들한테 전화를 한 게 얼마만이지.

 

1년도 넘은 것 같은데.

 

바로 통화기록을 찾아보니 .

전역한 후 모든 기록은

친구들이 먼저 연락한 걸로 표시되 있고 내가 먼저 연락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계속 생각해보니 이렇게 먼저 몇 년간 연락해 주는 친구들한테

거리를 두는 게 바보 같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30분 정도 쉬고 나니 다리도 점점 괜찮아졌다.

 

그렇게 새로운 목적지를 찾으며 가장 근처 마을인 평해 라는 곳을 가기로 정했다.

 

평해를 가는 길은 동해대로보다 훨씬 아름답고 좋았다.

 

3_10.jpg
 

먼저 차도 잘 안 다녀서 걷기 편하고

산 공기도 좋고 갓길도 넓었다.


3_11.jpg
 

차가 안 다니닌 깐 마음 놓고 이어폰을 꼿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걸으니

저절로 신이 난다.

 

3_12.jpg

 

특히 이런 시골길들에는 경운기도로라는 게 있는데

 

이 길로 경운기가 다니는 건 못 본거 같다 

 

뭐 나야 차들도 안 다니고 나 혼자 넓찍 하게 다니니 걷기에는 아주 좋았다.

 

3_13.jpg

산을 넘으니 마을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교차로 표지판이다.

평해 라는 이름과 울진이라는 이름이 보이니

 

내가 여행을 진짜 하고 있구나 라는 기분이 실감난다.

3_14.jpg
 

걷고 있으면서도 내가 여행 중이라는 기분은 크게 들지 않는다.

 

내가 이상한 건지 .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여행하며 느끼는 감정은 그냥 걷는다 는 거다.

 

3_15.jpg

그렇게 걸으며 생각을 이리저리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내가 걷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머리를 비운 채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풍경을 바라보면 걷는다.


3_16.jpg

 

포항이라는 단어를 보니 반갑다.

내가 많이 오긴 왔구나 하는 기분도 들지만

 

휴대폰을 킨 후 지도를 보면 다시 좌절한다.

 

내가 과연 이번 여행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3_17.jpg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걷는데 나오는 힘은 밥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바로 밥집을 찾기 시작했다

 

때마침 영해시내가 나왔고

 

영해 자장면 집에서 자장면을 먹었다.

 

자장면.

여행하면서 자장면을 정말 많이 먹은 것 같은데 

가격과 맛을 겸비한 어디에나 있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다.

 

밥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정말 아름다운 장소들이 보인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고 멋지다고 생각하고 

사진으로 찍어보면 내가 직접 느끼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 나와서,

확인하다 보면 뭔가 아쉽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


3_18.jpg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도보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 여자친구라면 좋겠다.

 

사진으로 볼 수 없던 풍경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열심히 걷다 보니 낯익은 길이 나왔다. 

3_19.jpg

 

영덕 블루로드 

 

많이 본이름인데 ?

 

! 어제 태규형이랑 넘어오면서 봤던 거다

 

이렇게 잘되 있는 길 인줄 알면 진작 여기로 오는 것인데.

 

후회해봤자 뭐하랴..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

이미 지나온 길인걸.


3_20.jpg

영덕블루로드를 이제라도 탄 거에 감사하며 편하게 걸었다.

 

혹시라도 7번 국도 도보여행을 한다면 영덕블루로드는 무조건 타길 추천한다.

동해도로를 안 타는 것도 추천하고...

애초에 거긴 걷는 길이 아니다.


3_21.jpg

 

영덕블루로드가 끝나고 새로 나온 해파랑 길

나중에 알게 되지만 해파랑 길과 영덕 블루로드는 연관이 있었다.

 


3_22.jpg
 

해파랑 길도 영덕 블루로드 만큼 걷기 좋았다.

 

무엇보다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100m 간격으로 걸어가며

힘들면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많고

파도가 튀어 땀을 식혀준다.

3_23.jpg

 

무엇보다 좋은 건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는 점 ??

 


3_24.jpg

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땀 흘리며 걷다가 마시는 커피는 정말 꿀맛이다.

 

커피를 마시며 지도를 봤는데 평해는 생각보다 멀었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고래불 에서 자야겠다.

 

그렇게 고래불 해수욕장으로 갔다.

 

3_25.jpg

 

고래불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급한 대로 빨리 숙소를 잡고

 

자장면 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와서 바로 쓰러졌다.

점심 저녁 전부다 자장면 !

 

그렇게 쓰러져있다가도 빨래 생각에 다시 일어나

빨래를 한 후 잠들었다.

 

내일은 해파랑 길을 걸을 생각에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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