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츠네오의 만남부터 이별까지 말그대로 물흐르듯 흘러갔다.
아르바이트 도중, 새벽의 골목에서 카트 안에 몸을 숨긴 채 떠내려온 여자와의 만남은 엄청난 우연이지만, 본래 모든 사랑은 우연한 계기로 갑작스레 시작되지 않던가. 츠네오가 조제의 집으로 들어오던 날 환하게 웃던, 너무 예쁘던 조제의 얼굴이 인상 깊었다. 사랑에 빠진 여자의 너무 예쁜 웃음. 그렇게 서로 사랑했고, 이별했다.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이별.
행복의 절정에 다다를 때, 아마 모두는 이별을 예상할 것이다. 이 사람과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다다랐을 때 이 이상의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오리라고 감히 기대할 수 없어지기 때문에. 츠네오의 집 대신 바다를 향해 간 조제의 선택도,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 뒤에 잠든 츠네오에게 속삭이는 조제의 말도 모두 그 일환일 것이다.
아무리 준비하고, 대비한다 한들 이별은 찾아온 뒤에야 그 준비가 얼마나 부질없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우리는, 조제는 이별을 받아들이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평생 보지 못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호랑이를 본 것만으로도, 조제는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니까.
예전에는 헤어진 후에 우는 건 아직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울음이 후회라기 보다는 미안함 혹은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 혹은 지난 내 시간에 대한 인사라고 생각한다.
이별 역시 사랑의 일부임을, 너무 예쁘게 알려준 영화였다. 아프더라도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