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코멘트 :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선셋에게 말할 게 있답니다.
바로 선셋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긴데요.
뭐 특별할 거 없는 그런 이야기일겁니다.
아마도요..
teen 등급에 섹스 태그를 붙여놨습니다. 애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대략적인 설명 때문이죠.
오래간만에 번역하는 병맛 개그 팬픽입니다. 뇌를 비우고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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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너한테 이야기할 게 있단다 선셋."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말에 선셋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위를 올려보았습니다. 선셋은 청록색 마력으로 마시던 코코아를 찻상 위에 내려놓은 뒤 수건을 들어 코코아 범벅인 입술을 닦아냈죠.
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선셋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몇 년 전에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셨을 땐, 공주님의 입에서 나왔던 말은 선셋이 아끼던 애완동물 게르빌을 웬 매 한마리가 채어갔다는 나쁜 소식이었거든요.
"말씀하세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조용히 차숫가락으로 찻잔을 저었습니다.
"이거.. 다시 이어진 우리 사이가 또 한 번 엉망이 될까 걱정이구나."
선셋은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선셋이 인간세계로 셀프 추방을 당하기 전, 선셋은 몇 년 동안 자기가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감춰오며 그냥 셀레스티아에게 간택된 수제자 행세를 하며 살아왔습니다. 모두에게 꽁꽁 감추어진 비밀이었죠.
"아니..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전에 제가 이퀘스트리아의 국보를 훔쳐서 범 차원간 소요사태를 일으킬 뻔 했던 것만 하겠어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깔깔 웃으며 한쪽 날개로 선셋을 감쌌습니다.
"이미 널 용서했는데, 구태여 그런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단다. 그리고 누구든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니.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사이라도 음.. 간혹 서로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법이지.. 그래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게 가족의 도리 아니겠니?"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격조 있게 뱅뱅 돌려 하는 말은 벌써부터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듯 했죠. 어려서부터 셀레스티아를 따라다녔던 선셋은 그 묘한 기류를 쉽게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시죠?"
"그게... 하아.. 예전에 진작 해줬어야 하는 말이었는데.. 최근 그럴 기회가 아예 없더구나.."
선셋의 귀가 축 늘어졌습니다. 공주님도 그걸 눈치 챘지만, 모른 척 하고 계속 말했죠.
"허나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진실을 밝힐 때도 되었지.. 사실 난 몇 세기동안 남 몰래 꾸준히 네가 건너갔었던 인간의 세계를 방문해왔단다.."
선셋은 경악했습니다. 어머니가 지금까지 거울 너머의 세계에 대해서 일부로 모른 척을 해왔다는 말이었거든요.
"인간의 사회는 언제나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어서, 서른 달이 될 때마다 한 번씩 그 세계로 건너가곤 했단다. 그리고 불과 몇 십 년 전 차원문이 열린 곳에 교육 시설이 지어져있기에, 그 곳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어울려 인간 역사의 발전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는 했지."
멍한 표정으로 선셋은 두 눈만 깜빡였습니다.
"자...잠깐만요! 그럼 왜 제가 이야기를 못 들은 거죠? 서른 달마다 웬 여자가 나타나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사라진다면 저도 분명 알았을 텐데.."
지긋이 웃으며 공주님은 대답했습니다.
"그야 내가 변신 마법을 걸고 차원을 넘어가니까 그렇단다. 차원 이동을 할 때마다 내가 변신한 모습에 맞추어 인간일 때의 모습도 달라지더구나. 최근 그렇게 만나게 된 학생들 중에 빼어나게 영특하고 매력적인 인간이 몇 필 있었지.."
"윽.. 어쩐지 예감이 안 좋은데요. 이거.."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습니다.
"선셋. 전에 네가 네 친부에 대해서 물었을 때 내가 한 말, 기억하니?"
선셋은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네. 기억나요. 제가 다 크면 누군지 말씀해주겠다고 하셨.... 이런 세상에! 설마, 아까 말씀하신 게-"
"너무 성급히 넘겨짚지 말거라 선셋. 내 이야기를 온전하게 듣고 싶다면 미숙한 언행은 삼가거라."
선셋은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앉아있는 자리가 완전 가시방석이었죠.
"알았어요. 어디 제자한테 한번 털어놓아 보시죠."
공주님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다만 이번엔 헤벌쭉하게 웃으며 행복한 회상에 젖은 채로 말이지요.
"... 그 사람과는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단다. 거의 둘이 동시에 서로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렸지... 둘 다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에 관심이 깊었으니 이야기가 아주 잘 통했단다. 심지어 차와 다과를 고르는 취향, 자매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까지 너무나도 닮은 구석이 많았지.. 고작 2일도 안 되서 우린..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단다."
선셋의 얼굴이 핼쑥해졌습니다.
"어머니 말씀은.. 그 사람이 제 아버지란 이야긴가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오히려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한 쪽 눈꼬리를 올리며 선셋을 쳐다보다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죠.
"이런.. 간혹 내가 너무 애매하게 말을 하는 구석이 있다는 걸 깜빡하곤 한다니까... 기실, 그 때 내가 뭐로 변장했냐면 음... 어...."
공주님은 온 얼굴에 홍조를 띄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수말로 변장했었단다..."
"으헉!"
선셋의 순은 순간 멎어버렸습니다. 뭐라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충격이 너무 쌨던 탓에 말이 나올 턱이 없었죠.
"그...그럼.."
셀레스티아는 엄중한 표정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래. 내가 네 아버지다."
"어어.... 어버버버..."
기초언어능력이 순간 상실된 선셋은 아직 남은 제 정신 한 가닥을 힘겹게 붙잡으며 외쳤습니다.
"이... 임신요?! 차..차원문 타고...? 고등학생을?! 세상에.. 9개월 꽉 채워서... 청소년 보호법은!"
"어흠!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인간들은 청소년기를 혼인의 적령기라고 여겼거늘..."
"우웩!"
"내 그리 무책임하게 굴 생각은 없었단다. 아버지를 좀 믿어주렴. 네 어머니는 아주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암말.. 아니, 여성이었단다. 세상에 혼자 놔두어도 잘 살아갈 그런 여성이었지. 그런 멋진 여성을 두고 홀로 떠나는 건 아주 매정한 처사였지만, 애석하게도 난 이퀘스트리아의 태양과 달을 관리할 의무에 매여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단다. 게다가 그녀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전에 차원문이 닫히기도 했고 말이다.."
"그..그럼 전 어떻게 이퀘스트리아로 오게 된 거죠?"
"음..."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안절부절 쿠션을 긁으며 대답했습니다.
"또 한 번 30달이 지난 뒤 난 네 어머니를 찾아갔다. 전에 살던 곳에서 여전히 살고 있더구나. 네가 수정된 바로 그 장소-"
"끄아아어라어ㅏ거ㅏ어라어ㅏㄴ러"
"철 좀 들거라 선셋. 네 부모끼리 운우의 정을 쌓은 게 그리 놀랍고 또 거부감이 들 일이니?"
공주님은 불만스럽게 눈을 옆으로 굴렸습니다.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그 당시 네 어머니는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상태였다. 너도 겪어봤으니 잘 알 테지만, 이퀘스트리아의 화폐와 보석들은 인간 세계로 넘어가기만 하면 그냥 평범한 동전과 원래 값어치보다 떨어지는 돌덩어리로 변하고들 해서 내가 보태줄 방법은 없었지... 그리하여 나는 선셋 널 내가 데리고 가서 키우겠노라고 제안했지만, 네 어머니는 절대로 널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음.. 좀 면목 없는 말이다만.. 널 유괴해서 이퀘스트리아로 데리고 오게 되었단다."
"뭥...."
"널 유괴했다. 네 어머니 몰래." 공주님은 다시 설명해주었습니다.
"유괴라니.. 그게 뭔 소리-"
"납치, 망아지 도둑질, 첫돌이 막 지난 아이를 다른 차원으로 강제로 빼돌리기 중에서 네가 원하는 걸 고르거라. 정확히 인간 세상으로 건너온 3일 만에 결단을 내렸단다. 널 몰래 숨겨서 그 사람이 눈치를 채기 전에 꽁지가 빠지게 도망쳤지."
"아니 어째서죠?"
선셋이 고함쳤습니다.
"최소한 그 분에게 사실을 말해줄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니면 그 분도 이퀘스트리아에서 살게 하시던가, 아니면 일단 그분에게 절 맡긴 뒤 30달 동안 철저한 준비를 한 뒤 다시 저를 보러 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런 범 차원적 흉악범죄를 저지를 게 아니라!"
"네가 성을 내는 거야 이해한다만.."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말했습니다.
"나도 촉박했던 차라 시급하게 결정을 내려야 했었다. 오래간만에 본 자식인 만큼 최고의 대우만 해주고 싶었지. 그리고 네 어머니는.. 여기에 오지 않는 편이 더 바람직하단다. 그 이유는.. 크흠...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야겠구나."
"아니! 본격적이라뇨?! 아까 그건 본 이야기가 아니란 말씀이세요?!"
"그럴 리가, 내가 다른 차원의 생명체와 교분을 맺은 뒤 네가 태어났단 사실은 그저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잖니."
"그거야 내가 처음부터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지 이 양반아!!"
공주님은 찻잔을 내려놓고 코를 한번 훌쩍였습니다.
"할 말 없군.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의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너에게 알려주는 건 아까 전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만."
선셋은 간신히 성질을 누그러뜨리며 으르렁대듯 말했습니다. "어디.. 이야기나 해 보시죠 그럼."
"알겠다. 너도 알다시피 트와일라잇이 거울 너머의 세계에서 돌아와 인간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단다. 내가 그때까지 신경 쓰지 않았던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말이지. 보통 다녀온 포니빌 구역까지는 별로 가지 않았다. 허나 그곳을 다녀온 트와일라잇이 그 마을의 주민들에 대해 말해주더구나."
"... 그게 평행세계의 포니빌 주민들이었단 말이죠.. 그렇다는 말은 이퀘스트리아의 포니빌에 포니 버전의 제 친어머니가 살고 계신다는 말인가요?"
"그게 아니란다. 나 원.. 이걸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네 인간 친모는.. 처음엔 나도 몰랐고 그저 대단한 우연의 일치인줄로만 알았다만... 네 친어머니의 이름은 셀레스티아..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 자신이란다."
"끄아아아아러미나어피ㅏㅁㄴ어라ㅣ허억! 허억! 허억! 허억!"
선셋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숨을 잔뜩 몰아쉬었습니다. 비록 그냥 만사 다 때려치우고 기절하는 게 오히려 더 낫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서도요.
선셋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퍼즐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셀레스티아 교장선생님이 내 친어머니?!"
독한 깡술을 마시고 잊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외면하고픈 진실이었습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선셋의 의혹에 쐐기를 박아버렸습니다.
"그..자...잠깐만요... 그럼.. 전... 어머... 아니, 아버지의 복제 비슷한 존재인가요? 뭐..뭐냐.. 이거 아주 근친상간 아닌 근친상간이잖아요! 왜 제 털색깔은 아버지를 닮지 않은 거죠?"
공포에 휩싸인 선셋이 부들부들 떨며 하는 질문에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딸의 어께에 발굽을 올리며 대답했습니다.
"유전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단다. 게다가 인간 셀레스티아와 내가 완벽히 닮은 존재냐면 그런 것도 아니잖니. 그러니 네 탄생은 유전학적으로만 살펴보자면 여타 다른 망아지들과 같이 부와 모의 유전자를 타고 평범하게 태어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거기에 더해, 우리 가문에선 대대로 호박색 털을 가진 포니들이 많이 태어났었단다. 루나와 내 털색만 묘하게 독특했을 뿐이지."
"그... 그러니까, 교장 선생님이 날 보고 계속 잃어버린 딸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신 건-"
공주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얇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래. 널 볼 때마다 어린 네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거였겠지. 실제로 넌 그 사람의 딸이기도 하고 말이다. 흠.. 그나저나 모든 게 다 이퀘스트리아와 평행을 이루는 세계에서 왜 또 다른 너는 없었던 건지 혹시 의문을 품어본 적 있니?"
선셋은 자리에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아까까지 들은 공주님의 말을 이해해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었죠. 하지만 연달아 뇌 속에 직빵으로 죽빵을 박아넣은듯한 충격에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다른 차원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나를 범해서 태어난 게 너였으니, 애초에 또 다른 너는 존재할 리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럴 수가!!"
"옳지. 또 너에게 말할 것이 있다만-"
선셋의 이성이 완전히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앞다리를 공중에 마구 휘저으며 큰 소리로 선셋은 외쳤죠.
"더 있다고?! 아니! 이것만 해도 벅찬데.. 또?!"
그 바람에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화들짝 뒤로 한 발짝 물러났지요.
"음.. 어차피 이런 이야기를 한 이상 더러운 비밀을 다 공개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렇단다. 가족 간엔 언제나 진실해야 하는 거니까.."
선셋은 두 앞발로 머리를 감싼 뒤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제발, 인간 여자를 또 임신시킨 뒤 또 아기를 훔쳐왔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아니라고 해 줘요.."
"어.. 그런 이야기는 아니란다.."
"다행히다.. 정말 다행이야.. 세상에 나 같은 포니가 한 필 밖에 없다니.. 이제야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겠어.."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인간 여자를 또 임신시킨 것 까지는 맞다만..."
"뭐라고요?!"
"내가 잉태되기 바로 전날, 술집에서 유흥을 즐겨볼 요량으로 어떤 인간 여성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 우라질.."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때 네 쌍둥이 이복 오빠들이 잉태되었단다. 그 아이의 어머니와 상의한 결과 쌍둥이중 한 필은 내가 맡아 키우고, 한 명은 그 어머니가 맡아 키우기로 했지."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찻잔에 차를 다시 가득 따랐습니다.
"이미 온 곳을 알 수 없는 망아지 한 필을 거두어들인 차라 쓸데없는 언론의 주목은 피하고 싶었지. 일단 너를 내 수제자로 들임과 동시에, 네 페가수스 이복 오빠는 내가 가장 신뢰하는 경비병 중 한 필에게 맡겼단다."
"페가수스...라고요?"
그 순간 기묘하게도 선셋의 머리에서 누군가가 떠올랐습니다. 트와일라잇이 분명 인간 세상의 누군가랑 똑같이 생긴 어떤 페가수스를 봐서 기분이 묘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리하여 오늘, 네 오라버니에게 너를 만나러 와주라고 특별히 부탁했단다. "
공주님의 뿔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근처의 문이 덜컹 열렸습니다.
"선셋 쉬머. 여기 있는 이 포니는 플래쉬 센트리 중위라고 한다. 최근엔 크리스탈 왕국에서 복무중이지."
덜덜 떨리는 앞발굽으로 선셋은 플래쉬를 가리켰습니다.
"아..아..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
선셋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미친 듯이 다른 한 쪽 발굽으로 머리를 긁기 시작했죠.
"세상에.. 그럼 내가 키스까지 한 사람이..! 우욱..! 아냐..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고!"
"잠깐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니?"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미심쩍은 눈초리로 선셋을 살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셋은 몸을 둥글게 말고 앞뒤로 흔들면서 앞발굽으로 어께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이-이게 현실일리가.. 진짜일리가 없어.. 이건 꿈이다.. 꿈이야.. 루나 이모님. 거기 계세요? 이 악몽으로부터 절 구원해주세요.."
..
한참 현실부정을 하는 선셋의 귀에 누군가가 못 참고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선셋은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플래쉬 센트리가 심각한 시선으로 선셋을 살피고 있었죠. 하지만..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입 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간 게 선셋의 눈에 띄었습니다.
선셋은 그 순간 바짝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아뿔싸!
"...다 장난이었죠?"
그 순간 공주님의 웃음보는 터지고 말았습니다. 체통을 지킬 생각도 하지 않고 공주님은 웃는 낯 그대로 페가수스 경비병을 돌아보았죠.
"수고했습니다 중위. 돌아가 보셔도 좋습니다. 하하하.. 아아... 그대를 특별히 파견해주어 매우 고마웠다고 캐이댄스 공주에게 꼭 전해주길 바랍니다."
플래쉬 센트리는 경례를 한 뒤 무표정으로 방을 나갔습니다. 딸깍 하는 소리가 들리고 둘만 있는 걸 확인한 뒤 선셋은 여전히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공주를 돌아보며 투덜투덜 말했습니다.
"사실 저 포니가 내 오빠도 아니었고요.."
미친듯이 웃으며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하하하, 물론 아니란다. 엄연히 친부가 따로 있는 몸인걸. 플래쉬의 아버지는 질 낮은 로맨스 소설을 익명으로 기고하는 작가란다. 정말이지 아무 개성 없는 무미건조한 캐릭터를 창조해내는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더구나. 비록 평행세계에서의 그 자는 만나보지 않았다만, 흠.. 트와일라잇이 이야기한 것에 따르면 분명 넌 플래쉬 센트리의 아버지와 만난 적이 있을 텐데도 깜빡 속아 넘어가는구나."
선셋의 볼에 열이 화끈 올랐습니다. 바보같이 이것도 예상 못했냐며 자신을 호되게 자책하기 시작했죠.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본격적으로 사이가 벌어지기 전, 선셋과 공주님은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짖궃게 골탕 먹이면서 놀고는 했습니다. 이걸 깨닫고 나니 아주 안심이 되는 것 같았지요.
"아.. 하하.. 당했네요. 진짜..."
선셋은 낮게 웃으며 감탄한 듯 말했습니다. 이건 진짜 절묘한 속임수였으니까요.
감정의 격렬한 롤러코스터를 탄 지라 힘이 쫙 빠진 선셋은 의자에 축 늘어지듯 몸을 뉘였습니다.
"세상에.. 설마 내가 어머니가 셀레스티아 교장선생님이랑 잤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줄이야.."
그 순간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웃음소리는 잦아들고 은은한 미소로 바뀌었습니다. 공주님은 그윽한 눈으로 선셋의 두 눈을 쳐다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죠.
이와 같은 공주님의 행동에 선셋은 바짝 긴장했습니다. 이건 절대로 공주님이 또 장난을 거는 것 같진 않았거든요.
"내가 인간 셀레스티아와 정을 통했다는 거.. 그건 확실한 사실이란다."
공주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도 네 이복오빠와 막장 드라마를 찍을 뻔 했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어떠니? 이젠 충격이 좀 덜하지 않니?"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40761/whos-your-dadd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