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추진력과 번식력은 대단하다.
다들 그것을 버릴 줄만 알았지 활용할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
암세포의 조직을 식물에 이식해서
단시간에 재배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성공시켰다.
쌀10kg은 1주만에,
파, 양파는 이틀만에,
상추와 깻잎은 하루만에,
각종 나물은 8시간 만에,
양파의 단물을 받은 바로 옆에서는 과일들이 한시간에 한개씩
완전히 익었다는 듯 튀어올라 매번 나를 깜짝 놀라게했다.
여론은 분분했다.
암세포를 이식한 것을 먹기엔 꺼림찍하다는 거였다.
결국 상용화되지 못했다.
적어도 2대 이상은 임상실험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기때문이다.
아무도
본인과 본인의 자식을 실험대 위로 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임상실험 지원자가 나타났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유명하고 돈 많은 여자 연예인이었다.
- 아이를 가졌어요. 일주일 후에 태어나게 해주시면
제가 홍보대사로 나서드리겠어요.
- 일주일은 너무 짧습니다. 식물과 인간의 구조는 다르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일주일입니까?
- 제가... 암에 걸렸어요.
- 하...저런... 그러면 이번 아이는 유산시키시고 우선 치료를 받으시는게...
- 그건!............... 그럴 수 없어요...
- 왜죠?
- 가능하긴 한가요? 제발...제발....해주세요....부탁드립니다!!!
**
- 형, 임신한 유명인과 2세 프로젝트면 투자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아. 일단 해보는게 어때?
- 알았다. 고맙다.
창투사에 있는 동생의 전화다.
- 근데 형.
- 응.
- 미국으로 건너와서 해. 여긴 가능성이 더 많아.
- 어디든 생각은 같지 않을까...
- 아냐. 아직은 내 생각인데 말야. 임상실험 대상자를 아프리카나 동남아 후진국으로... 많은 인원수로 실험하는거야... 그것도 비밀로.
- 정치적인 개입인거지?
- 응. 맞아. 형,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야.
***
우선은
한 명이라도 아니 정확히 두 명에게라도 당장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 안녕하세요. 빠른 실험을 위해서는 저희 실험실에서 숙식을 하셔야 하구요.
근데 정말 일주일밖에 시간이 안됩니까.
-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신건가요?
- 일단 측정하고 분석부터 들어가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오후에 바로 들어갈게요.
유명한 그녀는 오후에 들어왔다.
그녀의 조직검사와 신체 상태를 점검하고 그날밤 11시 얼굴을 마주했다.
- 현재로서는 출산시기를 장담드릴 수 없습니다. 아마 두세달은 걸릴 것 같아요.
- 그러면...가능하긴 한거죠?
- 장담할 수 없어요.
- 아니요. 차라리 제가 죽더라도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세요. 제발...
- 그렇다면.....방법은 있습니다.
- 뭐죠?
- 태아를 먼저 꺼낸 후 암세포를 이식해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
- 그렇게 해주세요. 그게 나을 것 같네요.
- 조금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 아니요! 제발!!!
- 그럼 왜...
- 아니요. 제발 아무 말씀도 하지 말아주세요!!
우린 계약서를 작성했고 지장을 찍었다.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뱃속 아이에게 암세포를 넣을 것이냐
아니면 인큐베이터에서 넣을 것이냐
두가지 문제뿐이다.
- 아이를 일단 꺼내주세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 알겠습니다.
그녀의 몸안에서 아이를 꺼냈고
곧바로 아이의 몸안에 정제된 암세포 조직을 투입했다.
겹겹이 쌓인 인큐베이터 안에서
아이는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
(찰칵찰칵찰칵)
기자들이 몰려있는 서원법원 앞.
유명한 그녀가 몰라보게 건강해진 모습으로 블랙세단에서 내렸다.
- 그동안 알려진게 사실입니까?
- 아이는 건강한가요?
- 암은 완쾌되신겁니까?
- 죄송합니다. 저희 <유명한 그녀>님은 발언을 자제할 예정입니다.
(재판장)
- 판사님의 판결이 있겠습니다. 일동 기립!
<유명한 그녀>의 5년 간의 정신적, 육체적인 고생에 대한 위자료,
또한 향후 15년 간의 생활비와 양육비를 포함해 박문형씨의 총자산의 5%인
1900억을 10년에 걸쳐 받게 되었다.
- 감사합니다.
- 아뇨. 제가 더 감사합니다.
-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하죠. 4달된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곧바로 5살이 되었으니
저는 신세진게 너무 많아요. 앞으로 먹고 살 걱정, 안해도 되구요.
이제 박사님의 프로젝트 홍보대사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세요.
- 필요없습니다.
- 네?
- 사실, 이번 결과를 놓고 관심을 가지는 분들의 요청이 몰려오고 있어요.
굳이 대중화를 시킬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 다행이네요. 축하 드립니다.
- 축하 받을 일은 아닙니다.
- 아...왜죠?
- 다들...당신처럼...아이에게는 관심이 없거든. 태어나자마자 한달만에 5살이 된 아이가
과연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