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덕밍아웃을 해버렸지만...
저는 야동을 볼 때 남남 야동을 제일 많이 봅니다. 50프로는 남남을 보는 것 같네요. 그 외 bl 소설이나 만화 등의 컨텐츠도 거부감 없이 잘 봐요. 


그런데 게이물 파는 여성 (그리고 남성)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ㅋㅋㅋㅋ 


"제 여친이 게이 야동을 봐요ㅠㅠ 왜 이러는거죠?"

"흠... 여친분이 남성에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전에 남자에게 학대나 폭력을 당한 경우, 남성이 지배받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는 겁니다." 

"남자에게 억압받는 여성의 모습을 보기 싫은 거죠. 남자 관련 트라우마가 있을 듯."




ㅎ.... 
하나같이 다들 남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본 경험 때문에 방어기재로 그런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런 아픈 사정 때문에 게이물을 보시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하지만 게이물 좋아하는 여자들은 (그리고 남자들은) 생각보다 아주아주아주아주 많습니다!!!!! 그 많은 수의 여자들이 학대 피해자는 아니겠죠? 대부분은 건강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잘 자랐어요. 



위의 그릇된 판단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1. 게이물 선호 취향을 특수한 원인에 따른 특수한 결과로만 치부한다.
2. 게이물 소비자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 그럼 1번은 무슨 소리일까요.  

일반적인 편견은, 남성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특수한 경험이 게이물을 좋아하는 특수한 결과를 낳는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정신병리학적 소견으로 게이물을 멋들어지게 분석하는거죠. 

그럼 여기서 보편적인 경험과 보편적인 결과는 무엇일까요?
학대 없이 자랐다는 경험, 그리고 페티시즘이 가미되지 않은 남녀 야동 선호 취향이라는 결과 아닐까요?


이 편견은 특수한 경험을 한 사람은 특수한 야동 취향을 갖게 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심어줍니다. 남성에게 학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게이야동을 좋아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헤테로 야동을 좋아할 것이다. 

 
이건 잘못된거죠... 트라우마가 없어도 게이물 좋아할 수 있잖아요? 

페티시즘 요소 없는 헤테로 야동은 보편적인 것이고, 페티시 요소가 있거나 퀴어요소 있는 야동은 특수하다는 생각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 생각은 별다른 페티시를 가지지 않은 남녀의 관계만 정상이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죠. 어쩌면 그런 편견에 근거해 나온 생각일지도요.



2번이 제가 기분 나쁜 포인트입니다.

왜 게이물 좋아하는 걸 정신병리학적으로 분석하려고 하나요? 


게이물이 좋은 이유는요.
남자가 남자와 하는걸 보면 꼴리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남자에게 지배받으면 꼴려요.
남자와 남자가 연애하는 소설을 보면 꼴립니다. 
남자와 남자가 관계하는 만화를 보면 꼴려요.


꼴림에 이유는 없습니다. 위대한 대자연은 우리에게 취향을 각기 다르게 심어주십니다. 너는 빈유를 좋아하거라. 너는 안경 페티시를 가지거라. 너는 금발을 선호하거라.

그러면 우리는 대자연의 부르심에 따라 충실히 꼴리는 겁니다. 


근데 게이야동을 그렇게 뭔가에 대한 트라우마로 여기면 화가 납니다. 저의 꼴림은 태초부터 게이물에 반응하도록 설정되었을 뿐인데 그걸 가부장제에 대한 반발이니 뭐니 하면 저의 성적 욕구를 무시하는 거 밖에 안됩니다. 너의 욕구는 정당한 꼴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는걸로 들려요. 



게이야동이나 게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 쟤는 저거에 꼴리는구나" 하고 넘어가 주세요. 물론 그 중 일부는 과거의 아픈 경험 때문에 게이물을 팔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그 사람의 아픈 과거를 굳이 인식할 필요는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