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스무살의 패기로 우리는 겁 없이 만났고
삼백일이 코앞이던 때 우리는 헤어졌었다.
나의 잘못이었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너에게 그저 안녕, 하는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쓸쓸히 서로 멀어졌었다.
나는 멀리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었다.
추억에 붙잡혀 과거의 망령이 되었었지.
너는 어디만큼 갔는지 보이지 않아도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렇게 6년, 널 기다린 시간이 6년이었다.
늦은 군대를 마치고 말출을 나온 2015년 말,
우연히 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전역 후 가끔 연락하던 때
너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있다는 걸 알고
울며 나에게 전화가 왔을때 내 마음은 말로 할 수 없을만큼 아팠다.
그렇게 너는 나를 의지했고
나는 너의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무던히 노력했다.
그렇게 우리는 올해 1월에 다시 시작했다.
왜 날 그렇게나 기다렸냐는 너의 말에
나는 너라서 기다렸단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내 맘은 그 한마디로 다 설명이 되었었다.
그리고 오늘,
너의 경제적 사정이 너무나 안좋다는 걸 알았지만
그를 이유로 우리가 이토록 빠르게 이별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
이제 겨우 일한지 5개월이 조금 넘는 나에게
너를 도와줄 여력따위 있지 않았다.
나는 그런 내가 너무나 한심스럽다. 지금도.
너를 붙잡고 싶었다.
지금도 붙잡고 싶다.
하지만 너는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살아가겠다고
연락도 쉽지 않을거라 했다.
너의 결연한 그 의지 앞에서
나는 더 떼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의 계획대로 잘 풀리길 바랄 뿐.
내가 건넨 마지막 약속,
내년 4월 30일 일요일에 보자던 그 약속도
너는 될지 모르겠다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날, 그 곳에 가 있을 것이다.
내가 6년동안 과거의 망령으로 서서 너를 기다렸듯이.
우리가 함께 사랑한 시간은 어찌 보면 참으로 짧았음에도
나에게 이 사랑은 20살부터 계속 내 옆을 지켜왔었다.
나는 의심치 않는다.
너의 그 계획대로 너는 다시 일어설 것이고
나는 그 때까지 다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시, 기다림.
지금도 니가 너무나 보고 싶지만
그 날까지, 너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너의 그 계획들이 나로 인해 흔들리기를 바라지 않으니까.
이 그리움은 6년 전 그 때처럼 온전히 나의 것이다.
너는 나에게 기다리라고 절대 말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또 그리움을 눈물로 토해내며
소주 한 잔에 너를 비추며 하루하루 버텨 갈 것이다.
다시 6년이 흐르고, 더 긴 시간이 흘러도
나는 나무처럼 뿌리박고 서 있을 것이다.
언젠가, 돌아올 널 기다리며.
혼자 방에서 먹는 소주가, 오늘은 조금 더 쓰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