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발전함에 따라 각 포지션에 위치한 선수들은 보다 더욱 많은 역할을 배정받았다. 스트라이커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비수가 수비만 요구받는 것이 아니듯 현대 축구에서 스트라이커는 단순 골잡이로서의 활약이 아닌 부가적인 면을 요구받고 있다.
매직 마자르라고 불리운 헝가리 국가대표팀이 안방불패 잉글랜드를 6-3으로 대파했던 1950년 하고도 3년이 더 흘렀을 때로 가보자. MTK의 센터포워드 호플링이 부상을 당하자 감독 부코비는 윙하프였던 팔로타스를 센터포워드로 기용한다. 당연히 9번이라는 등번호가 어색한 그는 기존 센터포워드와는 다르게 낮은 위치에서 활동하며 추가적인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이는 공격과 중원을 잇는 또 다른 연결고리로써 작용하며 성공적인 모험이 되었다. MTK의 성공을 지켜본 헝가리의 '구스타프 세베스'감독은 이를 헝가리 국가대표팀에 똑같이 적용한다. 초기에는 팔로타스가 클럽팀에서와 동일하게 역할을 맡았고, 후에는 히데구티가 그 역할을 물려받았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수비수였던 존스톤에게 히데구티는 골치아픈 존재였다. 이렇다 할 지역방어의 개념이 없었던 당시에는 히데구티를 따라 내려갈 지 그냥 뒷공간에 머무를 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없었고, 존스톤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며 헝가리에게 많은 공간을 내주었다.그 공간은 인사이드 포워드인 푸스카스와 코치슈의 것이 되었고, 헝가리는 잉글랜드 홈에서 그들을 이겼다는 것과 더불어 포워드의 새로운 (사실 오스트리아의 레전드 '진델라르'가 이 부분에서는 더욱 선구자라고 불리울 수도 있을 듯 싶다. 메이슬, 호건 휘하 아래 진델라르는 보다 넓은 활동반경과 재치있는 발기술을 보여주며 상대 수비를 끌어내리는 플레이를 펼쳤고, 그를 앞세운 오스트리아는 단숨에 축구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패러다임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오늘날 스트라이커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으로 자리잡았다.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치열한 압박 싸움이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잡은 현대축구에서 많은 팀들은 그 싸움을 이기기 위해 공격수를 줄여나갔다. 많게는 5명의 전문 공격수가 가담하던 고전 축구와 달리 현대 축구는 1-2명의 공격수만을 기용한다. 점점 최후방과 최전방의 간격이 좁아지는 현국에서 그 사이사이 미드필더들이 일정 공간을 소유하게 만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개인과 개인이 맞부딪혔던 과거 와 상반되게 팀과 팀이 맞붙는 현대 축구에서 공간 창출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히 그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격에서의 핵심 능력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포백으로 이루어져있는 단단한 유기체의 수비진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 가장 쉬운 방법은 공격수가 수비수를 끌고 내려오는 방법이다. 세베스의 헝가리는 히데구티를 이용하여 획기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리누스 미헬스는 크루이프를 활용한 포지션체인지를 통해 아약스를 세계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9번 등번호를 단 히데구티가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오면 그를 전담마크하는 존스톤이 따라 내려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푸스카스와 코치슈가 침투하여 골을 만들어냈다. 이 장면은 오늘날 득점력있는 윙포워드들이 많이 보여주는 공격 패턴이다.
공격수가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은 비단 득점을 위해서 뿐만아니라 미드필더들에게 더 많은 패스길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위 상황에서의 괴체는 미드필드 지역에서 몇 번의 볼터치를 가볍게 한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다른 선수들이 묶여있을 때 잠시 내려와서 그 압박들을 풀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이제는 이 움직임을 획기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웬만한 스트라이커들에게는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하는 플레이로 인식되고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스트라이커의 유형이 가장 많이 갈리는 것 중 하나로 측면으로의 움직임을 꼽고 싶다. 측면 움직임을 가져가느냐 가져가지 않느냐, 혹은 아예 가져가지 못하느냐 는 유형 차이에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팀 내 윙포워드가 자력으로 측면에서 중앙쪽으로의 움직임을 가져가기 힘들 때, 스트라이커의 측면 움직임은 그 활로를 열어주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스트라이커가 측면 움직임을 전혀 가져가지 못하면 수준급 드리블러,패서가 아닌 이상에야 윙포워드는 측면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유로2016 에서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경기를 상기해보자. 4-3-3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전한 그리즈만과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지루. 그 둘의 동시 기용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파예 같은 경우 처진 위치에서 볼 배급을 하며 준수한 활약을 했던 데에 반해 그리즈만은 한없이 고립되곤 했다. 그리즈만은 혼자서 중앙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고, 지루의 중앙지향적인 움직임은 그리즈만을 고립시킬 수밖엔 없었다. 후반전에 들어서서 프랑스의 포메이션이 4-2-3-1 로 변경되고, 그리즈만은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로 이동하였으며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에는 드리블러인 코망이 배치되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루는 수비수의 눈을 자신 쪽으로 돌려놓는 동시에 세컨드 스트라이커인 그리즈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며, 이는 역전 골의 어시스트로 이어졌다.
"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한다 " 라는 말이 더 이상 정설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의 스트라이커에겐 개인의 30골이 중요시되었다면, 오늘날의 스트라이커에겐 개인의 30골보다 그 선수로인해 벌어질 수 있는 '팀적인' 득점 상황들이 중요시되는 듯 하다. 이에 스트라이커들은 골을 삽입하는 능력 외에도 다른 능력들을 요구받고 있다. 패스, 볼 키핑, 공중볼 싸움, 공간 창출에다가 수비시에는 압박까지 말이다.
물론 '골 사냥' 이라는 능력이 엄청나게 부각되는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유로2016을 되새겨보면, 늘어난 팀과 3위 와일드카드라는 제도때문에 수비적인 팀이 호황을 이루었다. 제 아무리 강팀이라 할 지라도 필드위의 버스 두 대가 주차되어있는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선 포스트플레이건 미드필드 지역의 수적우위건 할 것 없이 무조건 '골' 이 중요하다. 전력차가 큰 경우가 많았기에 한 골을 넣게되면 상대방이 다시금 공격을 하러 나와도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두 줄 수비에 균열이 가게되어 더 편한 경기를 만들 수 있다. 독일은 마리오 고메스라는 카드로 두 줄 수비의 끝을 보여준 북아일랜드를 파훼하는 데 성공했다.
반대로 마리오 고메스가 결장한 프랑스 전은 패배했다. 독일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전반전만큼은 굉장히 뛰어난 경기운영을 보여주었다. 프랑스가 절대로 수비적인 태세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그들을 그들의 패널티박스 근처로 몰아세웠다. 프랑스는 의도치않은 수비형태를 취했고 그에 따라 많은 갯수의 슈팅을 허용했다. 하지만 유로2016 결승행 티켓은 프랑스 손에 쥐어졌다. 공격 찬스가 많았음에도 독일은 확실한 골잡이를 내세우지 못한 탓에 찬스를 골로 이어나가지 못했다. '골 사냥' 을 나설 사냥꾼이 없었다.
현대축구에는 무수히 많은 상황들이 존재한다. 포워드들에게는 그 상황에 맞게 역할이 주어진다. 하지만 각 팀이 포워드에 투자하는 카드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기용할 수 있는 선수는 제한적이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그들에게는 앞으로 더욱 많은 임무가 배정될 것이다. 많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다재다능해야하며 이는 오늘날의 많은 클럽들이 만능형 스트라이커를 찾는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