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쓰던 아버지를 못견뎌 집을 나간 엄마대신에 제가 맞았죠, 9살때였어요. 20년전이네요. 그날 낮에 절 돌봐주던 큰집에서 숙모가 귤을 많이 줬었는데 초저녁부터 해뜰때까지 맞으면서 계속 귤을 토했던 생각이납니다.
엄마 어디갔냐고, 엄마한테 전화 하라고 전화기를 앞에 두고 때렸죠. 첨에 맨손으로 얼굴을 때려 코하고 입에서 피가 터졌어요. 구두주걱하고 커다란 나무솔로 때리기 시작하더니 옷을 다 찢어벗기고 바닥에 던지더라구요, 아홉살이었어요... 청소기파이프로, 커튼봉으로... 내가 이렇게 찢어져라우는데 왜 아무도 구하러 안올까, 분명히 윗층까지 들릴텐데, 왜?
아무도 안오는거지.......
너무 맞으면 답답해요. 계속 맞다보면 어느 순간 숨이 안쉬어져서 맞아서 죽는게 이런거구나 싶더라구요.
아빠가 담배를 사러나간게 11시쯤이었을거예요.
혼신의 힘을 다해 문을 잠그고 112에 전화했어요.
네, 112입니다
...여기 신월7동00번지 00빌라 101호인데요.... ...아빠가 너무 많이 때려요... ...살려주세요..........
꼬마야? 아빠는 어디 계시니?
...담배사러갔어요... 경찰아저씨 제발 빨리좀요..... ....빨리좀 와주세요...
알았어 아저씨가 금방 갈게.
그때 현관문이 덜컹 거렸어요. 애초에 문 잠글거라고 생각하고 열쇠를 챙겨갔나봐요. 문이 열리네요. 근데 그거 있잖아요. 걸쇠라고 하나요. 문이 다 열리지 못하게 하는 장치... 그걸 걸어놔서 철컥하고 걸리는 순간 저는 전화기에 대고 거칠게 울면서 빨리 와달라고 그렇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제가 전화기에 대고 신고하는 소리를 듣고서 아빠는 욕하는걸 멈췄습니다. 문을 부술듯이 잡아당기던것도요. 그리곤 사라졌어요.
그 와중에 경찰아저씨가 오면 창피할까봐 대충 아무옷이나 껴입었어요.
아빠는 부엌창문을 깨고 들어왔네요. 1층 살았거든요.... 정확히는 반지하... 엄마가 집을 나간후에는 바퀴벌레가 정말 많이 생겼던 그집이....아직도 있더라구요.
아빠는 유리창을 주먹으로 깨서 손이 피범벅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나한테 아파서 손으로 더이상 못패겠으니 고르랍니다.
청소기파이프, 구두주걱, 나무솔, 커튼 봉 중에요.
마침 전화가 왔어요. 아까 내가 전화해서 와달라고한 경찰이었어요.
여보세요...네, 네.... 그런거 아닙니다....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난 아빠는 저를 더 패기 시작했습니다.
맞아죽을까봐 경찰에 신고했더니 출동은 안하고 다시 전화를 하다뇨....... 20년이나 지났는데 그때 그 배신감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네요.
다시 쳐맞기 시작했고, 때리는것도 지쳤는지 술기운이 돌아 졸렸는지 무릎꿇고 손들고 있으라고 해놓고 골아떨어진 틈을 타서 도망치는데 하늘이 밝아지더라구요... 같은반 친구 민희네 집으로 갔어요. 새벽같이 찾아온데다 피투성이에 몰골이 처참한걸 보고 민희 어머니께서 절 잘 숨겨주셨습니다. 지방에 있는 이모댁으로 비행기까지 태워 보내주셨죠.
그곳에서 엄마를 다시 만났지만, 외삼촌들과 이모들한테도 찾아와 협박하는 통에 저와 엄마는 몇년을 도망다녀야 했고, 지금도100퍼센트 자유로울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