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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연애를 마치며.. 아주 오래된 인연을 끝내며 느낀 세가지..
게시물ID : love_72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겨우햇병아리
추천 : 16
조회수 : 3592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6/07/28 01:17:31
1. 오랜 연애가 안정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증거는 아니다.
 
7년 만났어요. 솔직히 겉으로만 보면 크게 싸운적은 일년에 한번정도 밖에 없어요. 물론 싸우고 난뒤에도 그런 냉각관계를 견딜 수 없는 저는 바로 여자친구에게 사과해서 상황을 종결했습니다. 진짜 생각해보니 사이가 안좋았던 날은 7년중에 싸웠던 일주일 빼고 마지막 관계가 끝나기 한달밖에 없었네요..
 
그 누구도... 연애가 끝나기 1~2년전쯤부턴 저와 여자친구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사실을 몰랐을꺼에요.
 
흔히들 오래만나면 다들 흔히 아주 오랫동안 잘지내는줄 압니다. 결혼 언제하냐는 얘기 들을 때도 경우도 많구요.
 
정말 저도 아주 멍청하게 주변에서의 얘기를 들으며 스스로 제가 연애 잘하는줄 알았어요... 참. 우습게도.. 스스로의 연애 상태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짧은 연애보단 긴 연애가 안정적인것은 맞지만 절대 모든 긴 연애가 안정적인건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실제 오랜 연애를 하는 것은 관계가 안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 한쪽이 참아가며 질질 끌어가는 경우가 더 많은것 같아요.
 
왜냐.. 연애를 끝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주는 공포가 그래도 어떻게든 연애를 이어나가면서 겪는 고통보다 크다고 착각을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말 착각입니다. 결국 상대방 양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지 않을 연애는 끝나기 마련이고 이 연극과도 같은 연애가 끝나고 오는 허전함과 쓸쓸함은 허접한 연극을 이어가며 느끼는 회의감에 비교할바가 되지 못해요. 다시 제대로 준비해서 연극을 올리면 그만일뿐입니다. 
 
실제 주변을 돌아보면 진정으로 안정적인 연애는 적당한 기간에 결혼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결혼이 모든 커플의 목표는 아닐수 있지만 오래된 커플에겐 아니니까요.
 
저도 그랬어요. 결혼하기엔 확신도 자신도 없었는데 헤어지긴 싫어서 질질 끌었죠. 나랑 그녀가 안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랜 연애를 하시는 분들.. 과연 내가 정말 이 사람이 좋아서 연애를 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단지 헤어지는게 두려워서 만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2. 결혼전엔 눈 크게 뜨고 결혼후에는 눈 작게 떠라.
 
정말 주위에서 많이 듣는 말입니다. 결혼전에는 상대방의 단점을 더 잘찾아보고 결혼 후에는 적당히 눈감고 살아라...
 
근데 참 사람이라는게 웃기죠. 절대 이렇게 못합니다. 저도 알아요. 차라리 노벨상을 타는게 더 쉬울겁니다. 사랑의 열병에 빠진 사람이 냉정하게 상대를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해요.
 
하지만 우습게도 이 뜨거운 연애가 지나 종착점인줄 알았던 결혼에 도달하면 이상하게도 내 맘속의 사랑을 덮개삼아 가리던 상대방의 단점은 덮개가 있던 시절이 무섭게 마구 그 덮개를 찢어버리고 튀어나옵니다. 심지어 견딜수 없을 정도로 튀어나와서 내 몸을 찔러 괴롭게 하기까지도 하지요.
 
너무 당연한 이치지만 열렬하고 뜨거웠던 사랑의 열이 식어 파국이 오는 순간, 그 커플은 불행해질수밖에 없어요.
 
불같은 열정은 언젠가 식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괜찮던 좋은 사람이건.. 그런건 관계가 없어요. 인간이라는 동물에겐 그건 불가능해요.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이젠 따스한 보온병과 같은 사랑을 해나가야 하는 시기란 걸 알지만... 힘들죠
 
펄펄 끊는 찌개의 맛을 처음엔 모르고 그냥 뜨거운 감각에 허겁지겁 먹다가 나중에 보면 짜거나 싱겁거나 하는 맛을 알게되면 실망하는 것과 비슷하죠.
 
참 어쩔수가 없습니다. 견디기 힘든 상대방을 단점을 늦게 알아버린 나를 탓하며 그 좋았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이를 막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정말 매우 어려워서 차라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게 쉬울 정도로 어렵지만 그래도 상대방에 대해서 정을 한번 끊어봐야합니다.
 
쉽진 않지만 마음의 정을 떼며 이 사람 없이도 난 살수 있다 생각하는 연습이 좀 도움이 될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상대방과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나봐요.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지만 그래야해요. 그래야 알수 있어요.
 
이 사람의 단점이 내가 견딜 수 있는건지 없는 건지.... 사람 고쳐서 절대 못써요. 서로 아는데 견딜만큼만 참아가면서 사는겁니다.
 
 
 
3. 가끔 이 사람을 만나는게 귀찮아지거든, 조용히 자신을 돌이켜보라.
 
2번과 어떻게 보면 연장선상에 있는 얘기인데 사실 오래된 연인들에게는 제일 중요한 얘기입니다.
 
오랜 연애는 대부분 하나의 공통적인 상황을 맞이하죠. 귀찮아집니다.
 
만나는건 기본이고 핸드폰으로 하는 연락도 귀찮아집니다. 아직 사랑이 덜 식거나 관계가 끝남으로 인하여 더 상처받을 한쪽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 변했어"..
 
변한거 맞습니다. 말을 한쪽도 변했고 말을 들을 쪽도 변했는데 말을 한쪽은 상대방만 변했다고 생각하고 말을 들은 쪽은 싸우기가 싫어서 그냥 냅두거나 열심히 해명을 합니다.
 
비극의 시작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제 잽싸게 움직일 때가 온거에요.
 
머리가 잽싸게 움직여야 합니다. 과연 내가 왜 변했는지.. 생각해볼 시기입니다. 정말 혼자 있으면서 머릿속으로 깊게 생각해볼 시기에요.
 
단지 정말 좋고 결혼할 마음도 있는데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은 거라면 상대방을 열심히 설득해야합니다. 이것은 지금 오지 않더라도 나중에라도 필연적으로 왔을 그런 변화였음을... 알려야합니다. 상대방이 현명하다면 알아들을 것이고 아니라도 끝까지 설득하세요. 나중에 후회합니다.
 
하지만 상대방과의 결혼에 대한 확신도 없고 상대방을 만나는 것이 내 정신을 피곤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답은 하나입니다.
 
굳이 질질 끌고갈 이유가 없어요. 그냥 끝내는게 맞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나를 피곤하게 하는 이유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
 
나는 그 피곤을 견디고 참아가며 나중에는 나아지겠지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봄이 1년중에 5월에 끝난다고 해서 일시적인게 아니라 다시 또 돌아오는 것처럼 상대방이 나를 피곤케하는 것은 잠시 안보여서 잠깐 그랬구나라며 착각하지만 나중에 결국 봄이 다시 오듯 벗꽃 휘날리며 다가옵니다.
 
또 왔구나 이러면서...
 
 
P.S.
 
길고긴 7년의 연애가 끝났네. 목놓아 울지는 않았어도 나도 울었다. 솔직히 말해서 후련했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했다.
 
조금만 더 나를 돌아봤으면 우리의 관계가 끝까지 가진 못했을꺼란걸 알았을텐데 전혀 이해하지 못한채 혹은 무시한채 그냥 살아서 너에게 상처만 더 키워서 준거 같아서 미안하다.
 
그 수많은 소중했던 추억들을 이제 가슴속에 묻은채 누구와 나눌수도 없이 오로지 내속에만 간직해야하니 슬프다. 그래도 매우 아름다웠던 추억들도 많았는데...
 
너도 그렇게 만든것은 정말 미안하다.
 
너를 맞춰주었던 3년, 너가 맞춰주기 바랬던 2년, 너를 포기했던 2년..
 
맞지 않는 사람이었음을 알면서도 내가 붙잡고 내가 끌었다. 그래도 항상 너를 소중하게 아꼈음을 기억하고 나 이후에 다른 사람도 너를 소중하게 아끼길 바라며...
 
나에게 했던 실수를 그 사람에게는 하지 않길 바라며.. 항상 행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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