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이나 워마드의 전신이 된 메르스 갤러리의 주축이었던 이용자들이 디시 남연갤과 해연갤의 여성 유저였단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지금은 많은 이합집산을 거쳐서 평범하게 관심 드문 사람이면 대체 뭐가 뭔지도 모를 정도로 쪼개져 있지만, 그래도 분명히 그렇게 갈라져있는 그들의 행동과 전략의 기저에는 변하지않고 공유되는 어떤 정신이 있다 그 정신이 무엇일까?
얼핏 생각하면 떠올리기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하다. 그걸 쉽게 이해할수 있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보편적인 상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니까.
대신에 저들의 근원을 보자. 남연갤과 해연갤. 그 갤에서 가장 많았던 부류는 누굴까? 당연히 연예갤인 만큼 악성 연예인 팬덤이 제일 많았다. 속칭 빠돌이/빠순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들이다.
그 중 가장 세력이 큰것은 악성 아이돌 팬덤인데, 최초의 아이돌 세대부터 지금까지의 그들은 인터넷 상에서 몇가지 행동양식을 구축해왔다. 그 중 몇가지를 간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커뮤니티의 폐쇄성을 바탕으로 한 극심한 타집단 배척
2. 악의적인 루머의 재생산으로 행해지는 양적인 공격성
3. 조공문화나 기부문화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4. 주류에 편입되고 싶어하지만 그와 동시에 독특하고 파격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이중성
어딘가의 누구들과 좀 많이 비슷해보인다. 좀 더 자세히 생각을 해보자. 1과 2는 사실상 하나의 특성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서로가 굉장히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덤 내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는 음원이고, 이들은 차트에 목을 매고 집착한다. 이 때문에 같은 시장을 공유하는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 팬클럽의 본진은 폐쇄성을 바탕으로 다른 팬덤을 공격할 근거를 생산하고, 2. 네이트라든지 인스티즈같은 여타 커뮤니티에서 퍼트린다.
루머의 핵심은 자극성과 접근성이다. 어느정도 흥미롭고 많이 알려지기만 했다면, 그 내용의 진위나 신뢰성은 전혀 상관이 없다. 그렇기에 일단 많은 수로 많이 알리는데에 힘을 쓴다.
여기까지만 적어도 메갈의 전술과 상당부분 일치함을 굳이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이를 통해 왜 언뜻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언행을 하면서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그냥 원래 하던짓 하던거다.
그러나 메갈에게 부족한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폐쇄성이다. 그들의 커뮤니티는 어느정도로 열려 있으며, 모두가 볼 수 있다. 이래서는 내부의 과격함을 숨길수가 없다. 그래서 나온게 '미러링'이다.
이 견해에서 미러링은 그저 과격함을 위한 변명이 될 뿐이다. 그에 대한 근거는 짤로 대신한다.(하지만 요새는 자기최면인지 뭔지 자기들조차 진짜로 믿는듯 하다)
3과 4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3의 행동이 바로 4에서 말한 '주류편입에의 욕망'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팬덤은 빠돌이 빠순이라고 불릴때 부터 팬덤 문화를 주류로 정착시키고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얻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특별한' '하나밖에 없는'이란 수식어도 얻고 싶어했다. 기존에 서브컬쳐였던 팬덤 문화가 대중적으로 성장하며 생긴 일종의 딜레마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긍정적인 모습(스타 혹은 대중에게 건전한 문화임을 각인시키기 위해)과 과격한 모습(스타 혹은 대중에게 자기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을 동시에 유지해왔다.
이번엔 메갈을 보자. 그들은 끊임없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과격한 짓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여성문제에 신경안쓴다'라고 말하면서도 '이 정도면 그렇게 과격한건 아닌데?'라는 입장을 동시에 취한다.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것임은 뻔히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그런 주장을 하는가? 역시 답은 원래 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과격한 짓으로 자신을 드러내던 인간들이니만큼 명분이 바뀌어도 하는 짓거리는 결국 똑같은 것이다.
메갈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것은 재밌게도 운동권의 방식이다. 실제로 그들이 하는 '여성' 운운을 '노동자'나 '가난한 사람'으로 치환하면 그 말이 그 말인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기존의 운동권은 딱히 그들의 목적과 상관없는 사람도 거슬리면 다 때려죽이자는 식의 태도는 없었다. 메갈이 그 차이를 메꾸기 위해 끌어온 논리가 강남역 사건 당시 대유행한 '잠재적 가해자'이다. 상관이 없다? 그럼 상관을 만들면 되잖아.(물론 남자는 다 죄인 젠더권력의 가해자 어쩌고 헛소리는 기존의 페미니즘에도 있는 이론적 바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메갈의 사고방식을 갈아엎어버릴 해결책은 뭘까? 기존의 팬덤이 훼손되는 방식은 아주 간단했다. 그들의 우상이 그들을 배신하든지 아니면 사라지는 것. 그러나 이는 메갈에 적용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메갈의 우상은 '여성'이며 그 근엄한 권위엔 아무도 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신성시하는 주제에 자신이 필요로 할때는 범위와 의미가 휙휙 바뀐다.(이미 수많은 여성이 메갈에 의해 여성이 아닌 명예자지로 둔갑하는 것을 많이 봤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이란 개념 자체를 훼손하는게 불가능한 만큼 이건 누가 뭐라 하든지간에 절대 건드릴 수가 없는 구조이다. 사실상 메갈 관련 세력들이 지금까지 한 것들 중에 가장 똑똑한 짓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이 속 뻔한 수작이 왜 우리가 그동안 멀쩡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지지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단순하다. 이때까지의 페미니스트이 사실은 속으로 너무나 염원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여성들이 많이 무시당해왔던 사회(혹은 인터넷) 분위기에 연원한다. 흔한 상황으로 비유하자면 범죄자 뉴스를 보면서 저런 놈들은 그냥~하면서 온갖 고문 방법을 늘어놓는 사람의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이는 분명히 우리 사회의 남성들이 반성해야할 부분이며, 죄책감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우리 사회는 '김치녀'란 단어를 혐오발언으로 규정할 정도로 성숙해졌다. 저것은 분명 메갈의 난동 없이도 이뤄진 일이다. 장동민은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 외 여러 일이 있었다. 자성의 목소리는 분명 메갈이 말하듯 미러링 없이도 싹을 틔우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에서 갈등없이 무언가 정착할 기회는 메갈의 준동으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들을 허물 방법이 없는 것인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난 걔들이 있건 말건 그다지 큰 상관은 없으니까 더 고민하기도 귀찮다. 많은 빠돌이 빠순이들이 그랬듯 나이를 먹으면 흐지부지되고 그냥 추억으로만 남기 마련이다. 그럼 10년 정도를 그냥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팬덤 문화가 사회운동과 결합할때 이토록 추한 모습을 보여줄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