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 3년차,
돌이켜보면 짧은, 그러나 짧지도 않은
뒤돌아보니 시간은 왜 이리 바람처럼 내 곁을 스쳐 지나갔는지
그리고 취하면 나도 모르게 다시 보며 감성에 젖는 건 내 일상 중 하나였겠지.
정치, 부조리, 비인간적행위, 무지함,
이런 요소들에 분노했던 나의 시절, 한국에서의 나의 모습, 그게 벌써 3년전.
이제 아버지의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나아가는 내 정체성 , 그 어깨위엔
아비와 누님이 돈이 필요할 때 내 지갑에서 꼭 쥐어주겠다는 의무감과
아버지에게 그대로 돌려드리겠다는 무지한 책임감만이 얹혀있었나보다.
나름 많이 성장했다고 자부했던 내 자아는, 이 아무도 모르는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힘듬을 스스로 감추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멀쩡한 척 했던 내 속임수에
스스로가 다쳐버린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으니, 그래 나는 안고 가도록 하겠다.
중,고등학교 시절, 힙합음악을 들으며 사회의 부조리와 비도덕성을 내 머리속에 각인시켰고,
세상에 도둑놈들과 사기꾼, 그들의 기준으로 도덕을 새로이 정의내리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지도로 철학을 배우며, 바깥만 보는게 아닌 나의 내면과, 모든것에 대한 이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난 내가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며,
난 내가 인간적인 사람이라 느끼며,
타인의 마음을 공유하는 척하며, 그렇다고 비아냥거리지 않는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며, 트렌드는 바뀌었다.
정보가 넘치지 못해 모든 걸 덮어버리는 세상과, 당치도 않은 말들이 허용되는 시대.
나와 너의 다름을 무조건 인정하며, 그렇지 않으면 보수적이며 꽉 막힌 인간이 되어버리는 시대.
그 덕분에 지식인들의 가치는 재미없는 것이 되었고, 트렌디한 모든 것들을 따라가야만
스스로가 멋져보이게 되는, 나의 기준에서 얼척없는 세상이 도래했으며, 그 시대에 내가 숨쉬고 있다.
내게 오늘의유머라는 웹사이트는 가치가 있는 곳이다, 허나 과거와 현재에 기준이 다를 뿐인듯 하다.
그토록 머저리같은 사건들 및 포괄적인 모든 얼척없는 것들에 분노하던 나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고, 과거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공격적이며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상식과 언변, 로직으로 받아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내 옛날 모습이 오버랩되며, 허나 그래도 변하는 건 없잖아라는 마음이 겹쳐져버리는게,
내가 기대했던 것들에 실망한 사건들이 많아서 인걸까.
나는 나와 가족들만 바라보며 현재를 밟고 있다.
술에 취하면 정의를 울부짖었던, 갈망했던 내 옛 모습들이
지금도 남아있지만, 더 이상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진거 같다.
단지, 세상에 갈등과 혼돈을 갈망하며 원하는 그들의 모습과
나와 맞지 않는 기준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을 보고 있자니
어쩌겠어, 그들과 마주치지 않는 곳으로 나를 옮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