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생각이 참 많아졌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인포메일로 보내졌었다는 이야기까지만 들었던
오유 사이트 초창기부터 회원이었습니다
눈팅만 몇 년
글은 썼다가 지우고를 반복하고
회원 탈퇴도 두 번 정도인가를 했었던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가정환경 이야기나 학교생활 이야기까지 하면 변명을 하는 것 같아 관두고
최근 이야기만 하자면
저는 알바만 몇 번 하다 그만둔
의지박약의 백수입니다
헤헤
저는 이제껏 잘하는 것도 없고
친구도 ... 두 명 있나요?
그래도 두 명 친구(라고 하기엔 동생들이지만)는 잘 사귀어서
내가 그래도 아직은 괜찮게 살고 있구나 위로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래는 초등학생때 부터이지만 다시 결심한 게 최근이니-만화가, 그러니까 웹툰작가로의 꿈을
다시 꾸게 되면서 미래를 보며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웹툰을 만들 그림실력이나 글을 쓰는 능력은 한참 떨어지지만
그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몇 번이나 다시 꿈을 꾸고
내 미래에 희망을 드리우는 생각에 잠겨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죽어도 별로 서러울 것도 없던 제가
꿈을 가지게 되면서 부터는
아직은 죽고싶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꿈을 이뤄 돈을 벌게 되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게 된 게
사실 몇 년 되지도 않았답니다
아니 뭐 1년도 안 된 것 같기도 해요 ..
만화를 시작하기에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참 좋았습니다
최근엔 다음 공모전이 있어서
거기 공모전에 지원도 해봤답니다
떨어지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머리를 쥐어 짜내고 그림 연습도 한다고 손목도 아프고
새로운 지식에 아 이런건 부족하니 더 연습해봐야겠다
오 이런 프로그램도 있었구나 써봐야지
실력이 팍팍 늘진 않았지만
내가 뭔가에 노력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뿌듯한 한 때였습니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그 사건만 아니면요..
그냥 혼자 지껄이며 블로그에 비밀글로 올린 글을 여기에 쓰자면(일기처럼 쓴거라 비공개예요..)
그들이 잘못된 길이 들어섰다는 것도
잘못된 길을 맞다고 우기는 것도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이들을 질타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목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있다보니
내 밥그릇도 위험하게 됐다
잘못된 건 내가 아닌데
왜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내 밥그릇을 뺏으려 하느냐
나는 목소리를 내지 않은 작가들이 불쌍하다 생각했었다
내 꿈이 웹툰 작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모든 웹툰을 보지 않겠다는 말은
도를 넘어선 일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잘못한 사람들만 솎아내서 불매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런데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도 죄가 있었다
방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하던 나쁜 짓
왕따당하는 아이를 보았지만
보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 것
그것은 죄다
나는 그 죗값을 지금도 갚고 있는 중이다
나는 나쁜년이었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쉽게 두드릴 수 있는 키보드 자판에 현혹되어
혹시나 가시돋친 말을 생각 없이 내뱉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조차도 다는 것을 몇 십번을 다시 생각했다
나쁜년이 다시는 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외면하지 않고 맞서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침묵하고 있어야 하는가
지금은 침묵한 사람들과 함께
죗값을 치러야 하는 시기라는 결론을 내린다
별 말은 없어요
그냥 한탄과도 같은 지나가는 말이었을 뿐입니다
이 상황에도 하던 대로 열심히 준비하겠다 한 분의 글을 보았습니다
나도 포기하지 말고 독자분들이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작가가 되어야지 다짐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꿈을 포기하고 이 길을 접겠다 한 분의 만화도 보았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파 죄송한 마음밖에 없었어요
웹툰 시장이 아직은 너무 어려서
철없이 내뱉은 몇 마디의 치기어린 말에 상처는
독자들도, 준비생들도, 웹툰 작가들도 받고 있습니다
분명 여성이 핍박받은 시기가 있고
나조차도 여자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부분, 차별받고 억압받았던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이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좀 더 선진적인 행동으로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월감에 젖은 일부 남성들조차도 찍소리 못할 방법이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양성평등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제 두 명밖에 없는 친구 중 한 명이 여시를 했어요
오유와 여시가 사이가 좋아서 함께 일베를 욕한 적이 있었지만 최근엔 아니죠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이 때는 메갈리아가 이제 막 만들어져서 논란도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
저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메갈리아가 만들어진 경위에 대해서 그 친구의 입으로 듣게 되었죠
제대로 알지 못하고 들은 이야기에는 설득력이 있어 반박할 겨를도 없이
메갈리아가 나쁜 곳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행적은 용서받을 수 없었으며
의미를 잃은 분노에 의한 이성의 상실에는 동정의 가치도 둘 수 없다는 걸 점점 깨달았습니다
한 발 떼고보면 그것은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우기기에 지나지 않을 일이란 걸
자신들도 알고 있을 거예요
단지 지금은 자신의 이야기에 동조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신이 나서 달려들고 있는 거겠죠
그저 오랜 세월동안 억압받았다고 여기는 여성들이
분노로 남성을 억압함으로써 알 수 없는 승리감을 보상받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중학생 때였을까요
고등학생이었을 수도 있겠죠
작품의 가치는 작가 뿐만 아니라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작가를 배제하고 독자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도 있을 테고요
작품은 독자들 없이는 그 어떤 가치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있겠지만 독자 중 한 명이라도 공감하거나 생각해낼 수 없는 의도는
세상에 어떠한 호소력을 지니지도 않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가슴 아프네요..
저는 웹툰작가를 지망하지만 메갈리아의 생각은 전혀 지지하지 않습니다
소위 메갈리아에서 말하는 명예자지? 맞나요? 뭐 그런 걸로 볼 수도 있겠죠
어떻게 보면 고맙네요
여성이면서 여성에게 편협한 생각이 아닌
남성들에게도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말이에요
제가 지금 앞 뒤 있게 말하고 있나요?
몇 번을 다시 읽었는데도 술기운이 섞여서인지 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말을 조심해야지
특히나 글은 두고두고 상대방이 보면서 가슴아파할 일이니
손가락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십번씩 반복합니다
(개드립처럼 툭 던졌다가 글쓴이가 상처받으면 사과한다고 상처가 사라지진 않으니까요)
제목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여자이지만 메갈리아, 워마드(사실 이름만 들어본 곳이지만)같은 데는 가지 않아요
어쩌면 오유에만 있어서 편파적인 시선도 어느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지금 웹툰 작가분들이 하는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제는 메갈리아를 떠나서 그들 개개인의 인성을 볼 수 있는 시기가 됐네요
이런 아픈 시기를 거치면서 좀 더 성숙한 웹툰계가 되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마음입니다만
타니님 맞나요?
제가 술기운이라 제대로 말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타인에 의해서는 자신의 꿈과 재능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타니님보다 훨씬 모자라고 부족한 재능을 가졌지만
이런 상황에 지고 싶지 않아요
흐트러진 문화 안에서도 피어나는 꽃처럼
타니님은 훨씬 아름다운 웹툰을 그려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타니님도 저도 함께 데뷔해 만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제가 데뷔한다는 건 꿈일 수도 있겠지만 ..)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요
내일 이불 뻥뻥차며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적고 나니 속시원 하네요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고
많은 것이 정화되어 좋은 문화로 자리잡는 웹툰계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