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믿고 사는 신념이 있다. 신념이라기엔 너무 거창하고 지레짐작...
환경에 따라서 뇌가 신경작용을 많이 일으킨 부위가 있을것이고, 그래서 성격이나 가치관이 다르게 형성되었을 수는 있어도,
우리 모두는 영장류, 포유류, 척추동물의 뇌를 물려받은 인간이기 때문에 타고난 본성은 거의 비슷비슷할거란 거다.
짧게 말해서, 인간이 다 같은 인간이지 뭐 특별할거 있냐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일베를 보면서 무서웠다.
일베가 보여주는 노골적인 여혐은 정말 병신같으면서, 한편으로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불안을 불러 일으켰다.
왜냐면 일베 유저들은 대다수가 남성이고, 주로 공격하는 타겟은 여자들이었으니까. 나는 그점이 정말 무서웠다.
인간은 다 똑같이 태어나지만, 성별은 그렇지 않다.
성격은 나고나서 환경과 자극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성별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에 인간이 다 인간이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남성이면서 여성을 공격하고 있는 일베를 보며 마음 깊숙히 불안을 느꼈다.
혹시 남성성의 한 구석 어딘가에는 기본적으로 병신같은 점이 있는게 아닌가. 너무나 불안했다.
나말고도 꽤 될것이다. 일베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그런 와중에 메갈리안이 등장했다.
메갈리안의 존재는 그러한 나의 의심을 전면 부정하는 확고한 반증 사례였다.
남성성의 어딘가에 병신같은 구석이 있어서 일베가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병신이 남자로 태어나면 일베가 되는것이고,
병신이 여자로 태어나면 메갈리안이 되는 것이었다.
메갈리안들이나, 메갈리안을 비호하는 대다수의 인간들은 말한다. 이것은 미리렁이라는 과격한 퍼포먼스라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증스럽다 못해 슬프다. 차라리 대놓고 자기 폭력을 정당화하지 이게 무슨 불쌍한 변명인가 싶다.
메갈리안과 일베는 같다. 이들은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사람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막말로 욕도 좀 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위라는 것은 갈등이 말로 해결할 단계가 지났다는 이야기다. 온라인에서 자기 기분나쁘다고 그냥 욕하는 인간들도 있는데
뭐 욕좀 하면 어떤가.
나는 사회운동을 하는데 어느정도 폭력성이 수반되는 것도 당연지사라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과격한 사람은 목적을 위해서 폭력을 사용하는 일도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정당한지는 둘째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상경투쟁을 벌이며 화염병을 던지거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반대파 앞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행위는 교화의 대상이다.
그러나 폭력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전경들에게 화염병을 투척하며 쾌감을 느끼고, 희열을 느끼며 반대파를 쇠파이프로 찍어누르는 인간은 이미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이다.
메갈리안은 일베와 같다.
일베나 메갈리안이나, 둘 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대상을 향해 자신의 가학성을 마음껏 배설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열감을 느끼며
자신의 폭력성을 배설하는 과정을 즐긴다.
이것이 메갈리안과 일베가 같은 이유이다.
메갈리안과 일베는 이러이러한 점에서 다르다고들 이야기하는데, 그걸 네글자로 '대등소이' 하다고 하지 아마.
그래서 나는 메갈리안의 존재가 무척 고맙다.
가학성을 배설하며 쾌감을 느끼는 그 병신같음이 남성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