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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이 노태우한테 쓴 편지
게시물ID : sisa_1238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볼버오셀롯
추천 : 2/5
조회수 : 1373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1/10/25 19:45:56
노태우 대통령께 아뢰옵니다.

대통령께서 저를 알고 계신지, 혹은 제 문장이나 책을 읽으신 적이 계신지,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우선 저는 노태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대통령이라는 지고한 직업을 가지신 분의 분망한 시간을 공연히 제 편지로 인해 뺐는다는 것이 결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인간적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한 번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이로 따져도 저에겐 셋 째 형뻘이니까 그렇게 소원하게 느껴질 것도 없구요....

 2000년대를 준비하는 마지막 10년에

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민중적이며 또 어김없이 합리적인 동학사상의 주창자인 수운이나 해월이 양력과 관계없이도, 2000년 전후를 선천 개벽 5만년 운세가 다하고 후천 개벽 5만년의 운세로 전환하는 주축으로 비상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무엔가 심상치 않은 보편사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텐션을 감지하기에 충분한 것 입니다.

이렇게 장황한 구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이러한 논의가 바로 앞에서 나에게 던져진 질문, 즉 노태우라는 보편세계사적 개인의 不可還他的 특수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일구구공(1990)의 인식의 시각의 선택은 바로 노태우라는 세계사적 개인의 운명을 결정지우는 九厄의 최대함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 질서의 종결이냐, 새 질서의 시작이냐

왕정이냐, 민주냐? 노태우는 왕정의 시작이냐 민주의 시작이냐? 6,29는 왕정의 불가피한 자기폐업이냐,민주의 새싹이냐?.............. 왕정이냐 민주냐 ? 그것은 사실의  기술방법으로 흑백논리는 아닙니다. 그것은 사실인 동시에 당위며, 불가피한 실존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 불가피성은 오로지 당신께서 세계사적 개인이시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며, 그것은 이 나라의 민중과 역사가, 그리고 보편사(보편의 氣)의 민중과 역사가 인간 노태우에게 강요하는 당위며 결단(Entscheidung)인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당신 노태우야말로 그러한 보편사적 후천개벽 운세의 개합(열고 닫음)을 결단할 수 있는 실존적 행운을 소유한 유일한 세계사적 개인이라는 것입니다.

泰愚라는 이름은 大智若愚입니까

당신은 일천구백삼십이년 십이월 사일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때 누군지 모르지만 이 우주의 기를 갓 쐰 당신에게 태우라른 매우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제가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관계로 작명도 많이 하고 성명철학에는 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규탐하는 말이오나 태우라는 이름은 썩 좋은 이름이며 미래에 대해 형안이 있는 자의 작명이올습니다. 당신께서 대통령이 되신 것이 아마도 이름 석자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끼요. 음양오행 따지는 상수이치는 그만두더라도 세만틱스만 짚어 보아도 썩 좋은 이름이지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연주를 바라보는 살리에르 처럼 저는 위대한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6,29는 역사적 필연이자 실존적 결단

진보세력은 6,29선언을 대외모순관계의 맥락에서 미국의 공작정치의 승리일뿐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들은 5,18천주교 사제단의 은폐조작 발표도 미국의 사주에 의하여 계획된 타이밍의 사건으로 분석.............저는 당신의 친구가 될지언정 학생들로부터 배반당하고 버림받는 운명에 처해지는지도 모릅니다....  노태우 개인의 결단은 역사의 결단이며 그 실존인의 결단이다.......고문으로,분신으로 스러져간 민주투사의 눈에서 본다면야 얼마나 하찮은 용기로 보이랴마는 나는 체제 밖에서 천리를 뛰는 것보다도 체제 안에서 한치를 움직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인 것을 잘 알기에 그 용기를 인정치 아니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바로 6,29는 이러한 80년대 의식화의 한 결실이었으며 그 결실의 나무는 오로지 금남로의 피를 먹으면서만 자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께서 국민으로부터 얻어낸 합법성은 바로 6,29라는 선언에서 보여준 실존적 이니시어티브의 용기,그리고 그러한 용기는 5공을 청산하고야 말리라는 기대, 그 기대가 기나긴 독재투쟁에서 축적된 양김의 양식과 양심에 대한 기대보다도 앞섬으로써 획득된 합법성이었습니다.

개인의 의리냐 역사의 의리냐

.....나 김용옥은 6공의 모든 문제가 노태우라는 세계사적 개인이 '죄인'임을 사실 그대로 시인하고 그 죄인임을 참으로 용서 받을 줄 아는 용기의 부족에서 기인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6공 문제는 모두 노태우 개인 한 사람의 도덕덕 취약성에 기인한다고 믿고 있습니다.....87년 6월초,전두환씨가 당신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을 때, 당신의 두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것이 어찌 당신을 후보로 지명해준 친구의 우정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겠습니까? 그동안 친구 두환이 밑에서 감내해야만 했던 모든 수모와 불확정적 상황이 당신의 지략의 결실로 그 지겨웠던  막을 내리는 순간에 핑 도는 감회, 그리고 삶의 마지막 성취인 대권을 눈앞에 둔 감격의 눈물이 아니었겠습니까? 폭군 궁예 밑에서 새 왕조의 창건 찬스만 노리고 있었던 덕장 왕건의 수모와 야심!..........도올 눈에는 눈물이 돕니다....

.....이 붓을 놓치 못하는 이유는 모두에서 말씀드린 대로 댱신 노태우, 세계사적 개인을 애틋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내가 지금  당신을 죄인이라 하는 것도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국민앞에 대신해 드리고 싶은 충정에서 하는 것이며,당신의 죄악을 빙자하여 당신을 음해하고자 하는 정상 모리배들이 비판 아닌 비난과,분노 아닌 빈정과,사랑 아닌 저주의 언사와 혼동될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3김처럼 뻔뻔스러운 낯짝을 역사에 다시 드러내보이지 않겠다는 확실한 퇴진의 모습을 보여주는...........지금 광주 금남로에 높은 제단을 쌓아 올리십시오...그곳에 백담사에 계신 전두환씨를 끌어내 세우십시오. 그리고 종아리를 걷어올리게 해, 금남로에서 죽어간 자식을 부둥켜 안고 울고 또 울었던 어떤 무명의 할머니 손에 회초리를 쥐어주십시오. 그리고 피가 맺히도록 때리게 하십시오. 그것을 위성중계 하십시오. 그 후 당신이 그 자리에 올라 정강이를 걷어 올리십시오...

......저는 이글을 쓰면서 너무도 울고 또 울었습니다....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격려해 주십시오. 당신에게 해가 가는 일을 저는 하지 않을 것 입니다. 민중과 학생의 욕을 얻어먹더라도 저는 당신의 아름다운 6공의 신화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1989년 12월13일 도올 김용옥 봉원재에서 아뢰옵니다

이렇게 아부해놓고 한자리 못 얻으니까 겁나 씹고 다녔죠. 이 사람은 진보인사도 아니고 보수인사도 아닙니

다. 그냥 기회주의자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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