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때 소위 반에서 존재감 없는 아이...없어져도 아무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친구도 없어서 혼자 다니고 그랬죠. 대학교때 좀 용기를 내보자! 해서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옷도 입었지만 원체 꾸미던 사람이 아니다보니 꾸며서 겨우 일반인이 된 수준..친구들은 많이 만났지만 누구한테 관심을 받는 건 꿈에도 못 꾸는 일이었죠. 항상 짝사랑만 해왔고 누가 날 좋아한다는 걸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나도 내가 마음에 안 드는데 남이 나를 뭘 보고 좋아할까 싶기도 하고ㅋㅋ같은 반 친구를 좋아해도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처럼, 좋다, 같이 걷고 싶다 생각만 할뿐 실제로 같이 뭘 하고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애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당연한거니까요. 그러다 올해 들어서 제가 그냥 우연한 계기로 메이크업에 관심이 생기게 됐어요. 마침 해외여행을 가면서 예쁘게 사진에 찍히고 싶은 욕심도 있어서, 화장이랑 옷 입는 법을 한참 연구했죠. 예상치 못했는데 하다보니 화장이 진짜 늘긴 하더라구요. 옷도 계속 사고 입고 하다보니 나한테 어울리는 색, 어울리는 스타일이 뭔지 알게 되고. 그러다보니 주위분들로부터도 예뻐졌단 말을 들었어요. 남자친구 생겼냐는 말도 듣고ㅋㅋ처음 그 말 들었을 땐 내 주제에 남자친구?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막상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좋더라구요ㅎㅎ 해외여행을 2월에 갔다오고 3월부터 새학기가 시작됐는데 동기 친구들이 칭찬을 해주는거에요. 머리 잘어울린다, 화장품 뭐 썼냐 물어도 보고. 제 인생에 이런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계속 칭찬을 받다보니까 스스로도 어? 내가 좀 예쁜가? 이런 생각도 들고ㅋㅋ 아무리 해도 안 올라갈 것 같은 자존감도 이땐 좀 올라가더라구요. 특히나 저희 학교 대나무숲에 ㅇㅇ씨(제이름) 남자친구 있나요? 라는 글이 올라왔을때ㅋㅋㅋ그때가 제 자존감이 천장을 찍었던 때였어요. 나도 좀 괜찮은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구요ㅋㅋ 그런데 학기가 끝나갈 즈음 알게 된 남자선배가 있어요. 밥을 한 번 같이 먹었는데 대화하니까 편하고 좋은거에요. 대화가 잘 통해서 기분이 좋기도 했고, 내가 이렇게 일반인처럼! 떨지 않고 남자랑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나 좀 컸다? 이런 생각에 스스로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때부터 이 선배가 저한테 거의 매일매일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친구들한테 말하니까 그선배 너한테 관심있는거 아냐?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저도 말로는 맞아 나 좋아하나봐ㅋㅋ이렇게 말은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내가 예전에 한참 외톨이로 지낸 적이 있어서 오해하는거야. 일반 사람들은 이렇게 친한 친구들끼리 카톡 자주 하잖아? 이 선배도 그런거야. 관심이라고? 괜한 오해 하는거야. 제 솔직한 심정은 이거였어요. 매일 카톡을 하고 결국 따로 만날 약속을 또 잡을때까지도 이 마음이었어요. 항상 먼저 선톡을 하고, 먼저 말을 걸어주고, 실습같은 걸 하면 조심히 해 그러다 다쳐, 이런 말도 해주고. 솔직히 이런 작은 거에도 설렜어요. 그런데 설레면 설렐수록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니가 무슨 남자친구야. 저런 일반적인 사람들끼리의 의사소통을 호감이라고 착각하지마. 너는 확대해석을 하고 있고 지금도 짝사랑을 하는 중이야. 저 선배는 너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호감을 표시하는거야. 이렇게요. 이 선배가 저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면 들수록, 제가 두근거리면 두근거릴수록 저 마음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너무 좋은데 동시에 그래서 너무 불안하고 우울해요. 얼마 전에는 간접적으로 그 선배가 저한테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저번에 한번 만났을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고.. 그 선배가 저한테 잘해줄수록 제 속에선 계속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나를 연습상대로 삼은 다음 진짜 여자친구를 만나서 더 잘해주려고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티를 내면 속으로 비웃는거 아닌가? 다른 예쁘고 성격 더 활발한 애들도 많은데 내가 만만해서 나를 골랐나? 처음에 그냥 편한 선후배관계로 만났을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감정이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너무 혼란스럽고 그러네요. 애초에 맨 처음 만났을때 딱 끊어낼걸, 그럼 이런 고민은 안 해도 될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쓰다보니 매우 긴 글이 되었네요. 누군가한테 말하고 싶은데 대학 와서 사귄 친구들 중에 제 과거를 아는 친구가 없어서 말로 할 상대가 없었어요. 혼잣말이긴 한테 그래도 누군가 봐줬으면 해서 여기다 올립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다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