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이 옳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
그런데 지금은 메갈을 적으로 두는 사람들이 옳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 생각은 옳은 것일까?
일단 나는, 여성이고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넥슨의 게임 클로저스의 신캐릭터 목소리를 맡은 성우가
메갈리아 4를 후원하기 위해 판매되던 티셔츠 인증을 시작으로
한국 웹툰계는 메갈과 반메갈로 나뉘는 듯 하다.
비단 웹툰계 뿐만 아니라, 서브컬쳐, 서브컬쳐를 넘어 정치권의 유입도 눈에 보인다.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메갈리아는 미러링이란 명분 하에 ...
뭐 말도 못할 이상한 짓들,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을 해왔다.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으로 남성혐오라니
혐오가 판치는 세상이다.
이제 또 메갈리아 혐오로 이어져서
어떤 혐오로 이어질 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분노에 눈이 멀어버린 것 같다.
웹툰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웹툰 규제...
모든 것들이 그렇듯 득도 있고 실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지금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는 군중들이 우려스럽다.
사람들이 지금 화를 내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메갈리아나 일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그들의 명목상 목적을 위해 활동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일상생활에서 받아온 분노와 차별을 풀어낼 공간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애국보수'나 '페미니즘' 은 그들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만약 메갈리아가 페미니즘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사람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양성평등의 인식 악화는 평등한 사회를 더 늦출 뿐이니까.
그들은 그저 배출구가 필요했을 뿐이다.
혹은 놀잇감이나.
메갈리아 인증을 했고, 그들을 혐오하고,
그 둘 모두 실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많이 그랬듯
중도의견을 반대의견으로 몰아가고 극단적인 해결책에만 열광하는 듯 보인다.
반 메갈 입장들도 웹툰 규제, 예스 컷을 하나 둘 들고 나온다.
이건 근본적으로 메갈리아와 관계 없다.
그저 그들에게 분노케 한 원인에게 앙갚음을 하려는 시도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이번 사태를 통해 웹툰계가 어느 정도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것도 옳은 지적이다.
그것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메갈리아와 연계되어 진행된다면, 분노에 눈이 멀어 옳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예전에 다닌 교회에서 자주 들었던 성경 글귀가 있다.
욕심이 자라서 죄를 낳고 죄가 자라서 사망을 낳는다는 구절이다.
지금 이 시기에 그 말이 떠오르는 건 무엇 때문일까.
혐오와 증오의 악순환....
이 혐오가 언젠가는 더 큰 혐오가 되어 나를 공격할 것만 같아 두려워진다.
그들에게 분노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수학 문제같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사태가 종결된다고 해도 많은 이들에게 혐오가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분노하지 않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답답하다.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걸까?
메갈이든 반 메갈이든 그저
누군가를 혐오하기 위해 혐오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메갈이 일으켜온 수많은 반인륜적인 일들...
그들이 그것들에 대해 용서받기에는
그들이 반성하지도 않으니 불가능하고
내가 당사자가 아니니 용서할 자격도 없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혐오하는 일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흔히 지적받듯 이건 나의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들을 그냥 흔한 머저리라고 생각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을 공감하지 못하겠다.
그 악순환에 참여하면서 나의 감정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건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제일 문제인 건 나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피해자였다면 분노했을 일을, 내가 엮여있지 않아서 분노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점점 평등한 사회와는 동떨어져 가는 느낌이다.
성장통으로 여길 그런 단순한 분열이 아닌 느낌이다.
많은 일들이 그랬듯 그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금새 지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만 양성평등에 대한 사상을 표출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의심이 싹트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될까 무섭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가, 나부터 그랬으니까.
착하고 성실한 친구가 이명박을 지지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부터 조금 꺼려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알게모르게 나도 검열을 하고 있었으니까.
양성평등이 갈 길은 멀고 멀었는데, 더 험해진 느낌이 든다.
혐오를 위한 혐오...
혐오가 가득한 세상이다.
때때로 노아의 방주 시즌 2가 나타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