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자살 4년간 42% 늘어
서울의 명문 사립대생이 성적 때문에 제적을 당한 사실을 2년 동안 부모에게 숨겨오다 들킬 처지에 이르자 자살을 택했다.
지난 1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주교동의 한 모텔 5층 객실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모(26)씨가 숨져 있는 것을 모텔 종업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CCTV 확인 결과 조씨 외에 객실에 들어간 사람이 없고 몸에 타살 흔적이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춰 자살로 결론 내렸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서울의 명문 사립대 공대를 다녔으나 학교에서 영구 제적을 당한 상태였다. 지난 2010년 성적이 낮았던 조씨는 제적을 당한 뒤 재입학(제적 후 입학금을 다시 내고 들어오는 것)했으나, 또다시 성적 때문에 '재(再)제적'을 당했다.
서울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던 조씨는 이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고 2년 동안 "학교에 다녀오겠다"며 등교를 하고, 매 학기 등록금을 받아갔다. 시간이 지나 졸업할 때가 되자 조씨는 "취직 안 하느냐"는 부모를 "대학원을 가겠다"고 속였다. 지난달 30일은 조씨가 얘기한 대학원 입학 합격자 발표 날이었다. 조씨의 부모는 합격자 조회를 해보다가 아들의 응시 내역조차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모는 조씨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고, 조씨는 "알아보고 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조씨는 오후 1시 모텔에 들어갔고, 다음 날 퇴실 시간이 돼도 나오지 않자 방을 열고 들어간 종업원에게 시신으로 발견됐다.
조씨처럼 대학 학력 이상의 '고학력자' 자살이 해마다 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대학(전문대학 포함) 학력을 가진 자살자는 2008년 1875명에서 2009년 2300명, 2010년 2500명, 2011년 2656명으로 약 42% 늘었다. 대학원생도 2008년 150명, 2009년 178명, 2010년 208명, 2011년 200명으로 약 33% 늘었다.